[잠실=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 시리즈에서 3승 4패로 아쉽게 우승 트로피를 놓친 프로농구 서울 SK가 팀 재정비라는 어려운 과제와 마주했다.
올 시즌 SK는 의미 있는 한 시즌을 보냈다. 지난 3월 16일 역대 최단 기간인 46경기(37승 9패) 만에 우승을 확정했다. SK는 지난 2011-2012시즌 47경기 만에 정규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린 원주 DB(당시 동부)를 넘어 이 부문 역대 최소 경기 신기록을 작성했다. SK는 정규리그의 기세를 이어 플레이오프(PO·5전3승제)와 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을 노렸다. 올 시즌 정규리그 1위(41승 13패)를 이끈 에이스 자밀 워니(31)를 비롯해 안영준(30), 김선형(37)으로 이어지는 공격 삼각 편대에 기대를 걸기 충분했다.
하지만 PO를 앞두고 SK 내부에 이상 기류가 흘렀다. 특히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안영준, MVP를 두고 경쟁한 김선형, 수비형 가드 오재현(26)이 올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게 될 예정이면서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해졌다. 일각에선 일부 SK 선수들이 PO와 챔피언결정전에 나서는 태도를 보고 “FA 쇼케이스를 벌이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실제로 수원 KT와 4강 PO 1차전 종료 후 전희철(52) SK 감독이 “선수단 내 불화가 있는 게 아니지만 이런 자세로 경기를 뛰는 건 프로가 아니다. 본인이 아무리 잘해도, 동료가 없으면 농구를 할 수 없다. 뭔가 착각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SK는 4강 PO에서 KT를 3승 1패로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으나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진 못했다. SK는 정규리그 2위(34승 20패) 창원 LG와 맞붙어 1~3차전을 모두 패했다. 뒤늦게 11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4차전 승리를 시작으로 5~6차전까지 연이어 따내며 3승 3패 균형을 맞췄다. SK는 3연승에 힘입어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리버스 스윕’까지 꿈꿨다. 챔피언결정전에서 1~3차전을 모두 패한 팀 중 2연승을 거둔 팀은 SK가 최초였고, 3연승 역시 SK가 처음 달성한 기록이었다. 이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조차 나오지 않았던 전인미답의 기록이다. 하지만 SK는 마지막 7차전에서 58-62로 무릎을 꿇으면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SK는 이제 험난한 길이 예정돼 있다. FA 시장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고민은 ‘집토끼’로 안영준, 김선형, 오재현 3명의 FA를 모두 붙잡을 수 있느냐다. 세 선수 모두 대어급 또는 준척급으로 평가받는 만큼 각자에게 쏟아질 타 구단들의 관심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 선수가 SK에 잔류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외국인 선수 워니의 거취 문제도 복잡하다. 이번 시즌 외국 선수 MVP를 수상하며 기량을 입증한 워니는 개인적인 사유로 시즌 종료 후 은퇴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구단은 워니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그의 결심은 확고해 보인다. 만약 핵심 FA 자원들이 하나둘씩 팀을 떠나고, 워니마저 유니폼을 벗는다면 SK는 대대적인 팀 리빌딩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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