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도심에 위치한 덕진공원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이 잇따라 관찰됐다. 전주시는 16일, 덕진공원 수변 구역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수달과 2급인 남생이, 노랑부리저어새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띈 건 수달 무리였다. 총 4마리가 수변을 따라 움직이며 먹이를 사냥하는 모습이 시민에게 포착됐다. 수달은 혼자 활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족 단위 무리가 함께 이동하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남생이는 국내에 서식하는 유일한 육지거북이다. 따뜻하고 습한 논이나 개울 주변에서 살며, 논두렁 같은 곳에 알을 낳는다. 개체 수가 줄어 2급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고, 관찰 빈도가 매우 낮다.
노랑부리저어새는 철새다. 부리가 노랗고 끝이 숟가락처럼 넓은 게 특징이며, 얕은 물에서 부리를 좌우로 저어가며 먹이를 찾는다. 이동 경로에 안정적인 습지가 없으면 머무르지 않는다. 덕진공원에서는 2월과 3월, 도요새 무리와 함께 머물며 먹이를 먹고 쉬는 모습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서로 생태적 특성이 전혀 다른 세 종이 한 공간에서 관찰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단순히 물이 맑아졌다는 차원을 넘어, 먹이와 은신처 등 복합적 조건이 동시에 갖춰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주시는 1년 전부터 덕진공원의 생태 복원 사업을 진행해 왔다. 수질 개선과 서식지 정비를 중심으로 추진됐고, 올해는 산책로를 정리하고 수변 식생대를 조성했다. 그 결과, 과거 오리나 왜가리 정도만 머물던 공간에 멸종위기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달은 왜 중요한가… 서식지 선택 기준이 특별한 야생동물
수달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하천, 호수, 저수지 등 담수 생태계에 의존하는 수생 포유류다.
먹이는 민물고기, 새우, 가재, 개구리, 조개, 작은 포유류까지 다양하다. 하루에 체중의 15~20%에 해당하는 양을 섭취해야 생존할 수 있다. 먹이가 부족하거나 수질이 좋지 않으면 바로 자리를 옮긴다.
은신은 수풀 아래, 바위틈, 갈대밭 등에서 한다. 굴을 따로 파는 대신 주변 자연 환경을 이용한다. 활동 반경은 넓고, 밤에 움직이며 낮에는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런 습성 때문에 사람이 많은 지역에서는 관찰 자체가 어렵다.
이번에 덕진공원에서 관찰된 수달은 낮 시간에도 먹이를 사냥하며 이동했다. 이는 해당 공간이 위협 요소가 적고, 오랫동안 안정된 환경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수달은 혼자 사는 경우가 많지만, 번식기에는 짝을 짓고 가족 단위로 행동한다. 덕진공원에서 목격된 4마리는 어미와 새끼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일시적 유입이 아니라 정착과 번식 가능성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수달은 강원, 충북, 전남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대도시 공원에서 포착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이 있다는 건 해당 지역 먹이사슬이 유지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대로 수달이 사라진 지역은 수질 오염, 개발, 먹이 감소가 동시에 진행됐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 때문에 수달은 환경 지표종으로 간주되며, 생태계 복원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주 활용된다.
생태 회복이란 무엇인가… 사람과 동물이 함께 머무는 공간의 조건
멸종위기 동물은 단지 보기 힘들기 때문에 지정되는 게 아니다. 환경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하고, 가장 빨리 사라지는 생물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다뤄진다.
수달, 남생이, 노랑부리저어새처럼 먹이 조건, 수질, 소음, 은신처 등 여러 요소를 따지는 동물이 한 공간에 동시에 나타났다는 건 단순한 현상이 아니다.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환경이 개선됐고, 외부 방해가 줄었으며, 생물이 살아갈 조건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도시 안에서 이 조건이 만들어졌다는 건 더욱 특별하다.
도심은 원래 동물이 머무르기 어려운 공간이다. 인공 구조물과 빛, 소음, 인간의 간섭이 동물 서식에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멸종위기종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인간 중심의 도시 구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징후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언제든 다시 사라질 수 있다. 정비 사업이 끝났다고 생태가 회복되는 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의 활동이 다시 거칠어지거나, 관리가 느슨해질 경우 동물은 곧바로 떠난다.
야생동물은 사람처럼 기다려주지 않는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망설임 없이 자리를 옮긴다. 그래서 관찰보다 중요한 건 유지다. 지금 수달이 있는가보다, 내년에도 여기에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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