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절연' 요구에 버티다 구여권서 대선 위기감 커지자 뒤늦게 탈당
3년 10개월 만에 '1호 당원' 당적정리…강성 지지층 향해 "김문수에 힘모아달라"
조기대선 초래 책임 언급않고 "독재 막고 자유민주주의 지키는 마지막 기회" 주장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내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7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확산한 '절연' 요구에 버티다가 뒤늦게 탈당했다.
2021년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나 같은 해 7월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약 3년 10개월 만에 이른바 '1호 당원'으로서 당적을 정리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오늘 국민의힘을 떠난다. 비록 당을 떠나지만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당 사유와 관련해선 "대선 승리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했다.
그가 탈당을 표명한 것은 구여권 내부에서 커져만 가는 대선 위기감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는 "탈당 문제와 관련해 당과 적절하게 소통한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 오늘 결단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은 당내에서 제기된 출당 및 자진 탈당 요구에 침묵을 지켜왔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1호 당원'으로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입장 표명을 미뤄온 것이다.
하지만 그사이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실패 및 후보 교체 시도 파동, 이와 맞물린 '윤석열 그림자' 논란, 자신의 탈당 여부를 둘러싼 당내 혼선 등으로 김 후보 지지율은 30% 안팎의 부진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국민의힘 내부의 대선 위기감을 반영한 듯 윤 전 대통령도 탈당의 변에서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당을 떠나더라도 이번 대선에서 김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것이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할 경우 강성 지지층이 국민의힘을 이탈할 것이라는 당내 주류의 시각을 반영해 대선에서 결집해달라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떠나는 것은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며 "여러분의 한 표 한 표는 이 나라의 자유와 주권을 지키고 번영을 이루는 길"이라고 강변했다.
또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이번 대선의 성격을 놓고 "전체주의 독재를 막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으로서 사과와 반성의 메시지를 탈당의 변에 전혀 담지 않았다.
대신 그는 "부족한 저를 믿고 함께 해주신 당원 동지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며 "여러분과 늘 함께하겠다. 여러분의 격려와 응원에 대한 감사의 마음 절대 잊지 않겠다"고만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이날 뒷북 탈당을 함에 따라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제때 절연할 기회를 놓쳤고, 결과적으로 윤 전 대통령은 출당과 당의 징계 조치를 모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지난달 4일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파면 결정 이후 44일 만에 탈당을 선언했다.
당내 친윤계를 제외한 상당수는 대선 승리를 위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선언은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난 뒤 출당·탈당 여부를 놓고 당내 논란이 불거진 끝에야 나왔다.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그동안 탈당 문제를 놓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서로에게 결정을 미루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은 공식 선거운동 개시(12일) 이후 닷새나 지나서 이뤄졌다. 자신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을 겨우 17일 앞두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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