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북부의 한 식량 배급소에 사람들이 몰려든 가운데, 여섯 살 이스마일 아부 오데는 앞줄로 나아가기 위해 몸을 밀치며 앞으로 나섰다.
"밥 좀 주세요."
렌틸콩이 담긴 그릇을 간신히 받아 들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에 부딪혀 그릇이 손에서 떨어졌다. 식량은 땅에 쏟아졌고, 이스마일은 울면서 가족이 머무는 천막으로 돌아갔다.
이후 삼촌이 구해온 음식을 나눠 받아 겨우 허기를 달랬다.
하지만 다음 날, 이스마일이 머무는 가자시의 한 학교 내 실향민 캠프에는 물도, 식량도 도착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빈 물병과 그릇을 들고 모였지만, 배급은 없었다.
이스마일은 다시 울었다.
BBC는 지난 이틀간 가자지구 곳곳에서 주민들과 접촉해 상황을 취재했다. 이스라엘은 군사 작전을 확대하고 있으며, 식량과 의약품 등 구호품 반입을 막는 전면 봉쇄는 10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가자지구가 기아 직전 상황에 놓였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 "식량 부족은 없다"며 "실제 위기는 하마스가 구호품을 약탈하고 되팔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정부 장관들은 식량과 구호물품의 차단을 "하마스를 무너뜨리고 인질 전원을 석방시키기 위한 주요 압박 수단"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현재 가자지구에는 여전히 58명의 인질이 남아 있으며, 이 중 최대 23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은 국제 언론의 가자지구 자유 취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BBC는 현지에 거주 중인 신뢰할 수 있는 팔레스타인 프리랜서들과의 협력, 전화 통화, 왓츠앱 메시지 등을 통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수집했다.
취재에 응한 가자 주민들은 "하루 한 끼 식사조차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식량 부족으로 무료 급식소 상당수가 문을 닫았고, 시장에는 물건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전했다. 남아 있는 물품도 가격이 폭등해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남은 급식소 중 하나를 운영 중인 한 주민은 "매일매일 식재료와 기름을 구해 운영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자신이 자원봉사했던 급식소가 "열흘 전 식량이 바닥나 문을 닫았다"며 "끔찍한 심정이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북부에 거주 중인 한 23세 여성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현기증이 일상이 됐다"며 "식량과 약이 부족해 온몸이 기운 없고 피곤하다"고 말했다.
알자흐라라는 부유한 도시 출신으로, 현재 가자 중부에 피란 중인 아드함 알-바트라위(31)는 "배고픔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부분 중 하나"라고 토로했다.
그는 생존을 위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왓츠앱 메시지를 통해 그는 파스타를 지나치게 삶은 뒤 그것을 반죽처럼 치대어 불에 구워, 팔레스타인에서 주식처럼 여겨지는 빵을 흉내 낸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한 번도 필요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요리하고 먹는 법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자신이 먹는 하루 한 끼 식사가 "그날을 겨우 버틸 정도의 양이긴 하지만,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한때 부유한 도시로 알려졌던 알자흐라에서 살던 그는 지금은 피란민 신세로, "배고픔이 일상에서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왓츠앱 메시지를 통해 "살기 위해선 창의력이 필요하다"며, 파스타를 지나치게 삶은 뒤 반죽처럼 만들어 불에 구워 팔레스타인에서 주식처럼 여겨지는 빵을 흉내 내는 방법을 설명했다.
"우리는 상상조차 못했던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최근 먹은 하루 한 끼 식사에 대해선 "그날을 버틸 만큼은 되지만,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한편, 가자 중부의 또 다른 도시 데이르 알-발라(Deir al-Balah)에서는, 간호사 리와 모흐센이 세 살과 19개월 된 두 딸을 키우며 생계와 생존을 동시에 걱정하고 있다. 그는 올해 초 휴전 기간 동안 기저귀를 비축해뒀지만, 한 달 안에 모두 떨어질 거라고 말했다.
목요일, 왓츠앱 메시지를 통해 그는 "아이들이 폭격 소리에 익숙해졌다. 때로는 내가 더 무서울 때도 있다"며, 색칠공부 책과 장난감으로 아이들을 달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 날 보낸 음성 메시지에서는 "이스라엘 공습 전 대피 명령이 떨어졌고, 인근 건물이 타격을 받았다"며, 집으로 돌아갔을 때 "문과 창문이 모두 날아가 있었다"고 했다.
"그래도 딸들과 함께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계속 지낼 거냐'는 질문에는 "그럼 어디로 가겠느냐"고 되물었다.
가자 전역에서는 의료진들도 안전하지 못한 환경 속에서 의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봉쇄로 인해 의료 물자가 부족하고, 병원을 겨냥한 공습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간호사 란다 사이드는 이번 주 이스라엘 공습으로 칸유니스에 있는 유럽 병원이 타격을 입었을 당시 그곳에 있었다. 그는 그 순간을 "완전한 공포와 무력감"이라고 표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병원을 무기 저장고나 은신처로 이용한다고 주장하지만, 하마스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공격을 받은 유럽 병원은 현재 운영이 중단됐으며, 의료진과 환자들은 인근 나세르 병원으로 이동한 상태다.
란다는 "우리 환자들도 어머니이고, 아들, 딸, 형제자매들이다. 우리와 똑같다"며 "이처럼 가장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우리의 사명은 멈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Copyright ⓒ BBC News 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