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측 실패’로 만든 실적?…메리츠화재 2023 사업계획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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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예측 실패’로 만든 실적?…메리츠화재 2023 사업계획 입수

투데이신문 2025-05-17 08:38: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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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메리츠화재가 2023년 사업계획서에서 IFRS17(새 회계기준) 기준으로 예실차(예상과 실제의 차이) 이익 목표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사실이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이는 최근 메리츠가 타 보험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회계 투명성’을 강조한 행보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17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2023년도 메리츠화재 이사회 제출용 사업계획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IFRS17 기준 당기순이익 목표치 1조3500억원 중 예실차 이익 목표를 2250억원(14%)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실제 결산에서는 1조5748억원 중 예실차 이익이 약 58%인 9132억원에 달했다. 

결과값인 예실차에 대한 계획을 세운 것도 문제지만, 2000억원대의 목표에 대비해도 4배가 넘는 예실차 수익이 발생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험부채와 손익 예측의 핵심인 계리 가정이 현실과 현저히 동떨어져 있거나, 의도적으로 보수적(혹은 공격적)으로 설정해 단기 실적을 부풀렸을 가능성 둘 중 하나를 의미하는 셈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예실차는 본래 0으로 수렴하는 것이 정상인데 목표를 세우는 것 자체가 회계 원칙에 어긋난다”며 “더군다나 계획 대비 4배에 달하는 실적은 계리 가정이 처참히 실패했거나, 실적을 의도적으로 앞당긴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만 하다”고 지적했다.

IFRS17 회계기준은 ‘편향되지 않은 최적의 계리적 가정’을 요구한다. 예실차는 본래 최소화돼야 하며, 사업계획 단계에서 예실차 목표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회계 조작에 가까운 행위로 간주된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메리츠화재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며 “계리적 가정의 추정 오차에 따른 예실차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

김용범 부회장 느닷없는 타사 저격에…업계 ‘자가당착’ 지적

이런 가운데 메리츠금융지주 김용범 부회장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경쟁사들의 장기손해율 가정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업계 전반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김 부회장은 “상품이 대동소이하고 대수의 법칙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실적 손해율과 예상 손해율 간 차이가 과도하면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타 보험사들의 회계 행태를 지적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발언이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먼저 2023년 의료 파업 등 외부 변수는 모든 보험사가 동일하게 겪은 상황이지만, 메리츠화재만 유독 보수적인 계리 가정을 적용해 단기 실적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메리츠화재의 예실차는 58%로, 삼성화재(12.9%)나 DB손해보험(16.8%) 등 주요 손보사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또한 회계기준 변경 직후, 업계 전반적으로 기업의 실질 재무건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한 점도 재조명되고 있다.

실적 기준으로는 2위를 기록한 메리츠화재가 임직원 성과급 지급률(연봉의 약 60%)과 임원 상여금(20억 원 이상 다수)에서는 오히려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화재(연봉의 46~50%)나 DB손해보험(연봉의 약 41%)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항목만을 부각시켜 경쟁사를 공격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이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자 자가당착”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생명 또한 16일 실적발표에서 “IFRS17의 본질은 예실차를 0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라며 “예실차를 크게 잡는 건 회계기준 취지와 다르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삼성생명 변인철 계리팀장 상무는 “보험 부채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추정해 BEL(최선추정부채)을 과도하게 쌓고, CSM(계약서비스마진)을 낮게 인식하는 것이 IFRS17의 정신과 맞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연간 위험보험료는 5조원이고 예실차는 1000억원 미만(0.2%)에 불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성과주의 전면 내세웠지만 본업은 ‘글쎄’…중장기 리스크 우려

메리츠화재는 최근 몇 년간 단기 실적을 중시하는 성과주의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예실차 갭이 벌어질수록 중장기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왔다.  

실제 2023년에는 예실차 이익이 급증하면서 실적이 높았지만, 예실차 효과가 다소 사라진 올해 1분기에는 보험손익도 함께 떨어졌다. 2025년 1분기 메리츠화재의 보험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고, 예실차 이익도 382억원으로 1년 전(968억 원)보다 61%나 줄었다.

메리츠 측 또한 “예실차 이익 감소와 계리 가정 변동이 보험손익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인정했다.

이번 사업계획서 공개로 인해, 예실차 없이는 메리츠화재의 높은 순이익 목표 성립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사업계획서상 예실차 이익(2250억원)을 제외하면 순이익 목표는 약 1조1000억원 수준이며 실제 해당연도 결산에서도 예실차 이익(9132억원)이 빠지면 실적은 약 6600억원에 그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메리츠가 순이익 목표를 상회해 달성했지만 그 대부분이 예실차에서 나왔다는 점에 비춰 볼 때, 보험이익·투자이익 등 다른 항목은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는 해석도 배제할 수 없다”며 “성과주의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결국 예측 실패로 만든 실적 구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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