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내한 공연…"밤베르크의 '보헤미안 사운드' 기대하길"
"부악장으로서 책임감…자신 믿으면 새로운 기회 열릴 것"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한국인 연주자와 함께 무대에 설 때면 더 설레고 큰 자부심과 뜨거운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만큼, 더욱 깊이 있고 완성도 높은 연주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이달 말부터 2년 만에 내한 연주회가 예정된 독일 밤베르크 심포니의 부악장 설민경(34) 바이올리니스트는 17일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공연을 이렇게 소개했다.
밤베르크 심포니는 독일 남부의 작은 도시 밤베르크를 기반으로 한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1946년 창단했다. 체코에서 독일로 이주한 음악가들이 중심이 돼 독일과 체코 양국에 뿌리를 둔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이 악단의 특징이다.
밤베르크 심포니는 31일 성남아트센터와 다음 달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상임 지휘자 야쿠프 흐루샤의 지휘 아래 국내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설민경은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은 저희 오케스트라와 김봄소리씨가 함께 음반 녹음을 했던 작품"이라며 그와의 연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7번은 베토벤이 체코 테플리체와 보헤미아 지역에 머물며 작곡한 작품"이라며 "저희 오케스트라가 가진 '보헤미안 사운드'로 이 곡을 어떻게 해석할지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그는 "오케스트라의 뿌리가 체코인 만큼 우리가 가진 '보헤미안 사운드'는 매우 매력적"이라며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활기찬 소리를 추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밤베르크 심포니를 이끄는 야쿠프 흐루샤에 관해서는 "(그의) 지휘는 견고하면서도 정갈하다"며 "언제나 단원들을 존중해주는 그의 마인드는 굉장히 유연하고 그를 지휘자로서, 사람으로서 정말 존경한다"고 했다.
설민경은 2018년 밤베르크 심포니에 합류했다. 유학 시절 악단에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하던 무렵 밤베르크 심포니 오디션을 봤다고 한다.
그는 "유학생 시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서 아카데미를 하고 있을 때, 정단원 오디션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첫 오디션이 밤베르크 심포니의 단원 자리였는데 감사하게도 바로 합격해서 단원 생활을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2023년부터는 밤베르크 부악장을 맡고 있다.
설민경은 "(단원일 때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책임감"이라며 "늘 스코어(악보)를 놓고 리허설을 준비하고 리허설 중에도 악장과 단원들 사이에서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순발력과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설민경은 7년간 밤베르크 심포니의 일원으로서 활동한 것에 대한 자긍심도 드러냈다.
그는 "작은 도시에 이렇게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있다는 것, 또한 독일 오케스트라 중에서도 많은 정기회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항상 놀랍고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저희 오케스트라는 투어가 매우 많아요. 평소에도 동료들과 가족처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며, 투어로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통도 많이 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우리 오케스트라의 색깔과 연관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민경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단원이었던 김미경 바이올리니스트의 딸이다. 그는 어머니로부터 영향을 받아 연주자를 꿈꾸게 됐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는 리허설을 다녀오시면 매주 새로운 지휘자나 협연자에게서 무엇을 배우셨는지 늘 즐겁게 이야기해 주셨다"면서 "항상 배움의 자세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저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오케스트라 생활을 꿈꾸게 되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지금도 고민이 생기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어머니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음악에 대한 얘기도 자주 한다"고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설민경은 "세계적인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업을 하는 한국인 연주자가 자주 보이는 일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한국인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며 후배 연주자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음악 교육 수준이 이제는 여느 나라 못지않게 아주 높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좋은 실력과는 별개로 우리가 그들의 나라, 문화에 들어가야 하므로 열린 마음으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언어적 고충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음악을 더욱 사랑하고 스스로를 믿으며 앞으로 나아간다면 분명히 더 넓은 음악 세계와 새로운 기회들이 열릴 것이라고 전해드리고 싶어요."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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