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에 20만원 넘는데… 현지 어부들도 보기 힘들다는 귀한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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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kg에 20만원 넘는데… 현지 어부들도 보기 힘들다는 귀한 물고기

위키푸디 2025-05-17 01:5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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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복과에 속하는 황복의 모습. / 위키푸디
참복과에 속하는 황복의 모습. / 위키푸디

복사꽃이 피기 시작하면 강물도 서서히 따뜻해진다. 이 시기, 강을 따라 모습을 드러내는 물고기가 있다. 평소에는 좀처럼 보기 어렵고, 현지 어부들도 쉽게 잡지 못하는 복어다. ‘하돈’이라 불리는 이 복어는 바로 황복이다.

황복은 참복과에 속한 복어다. 주로 서해 연안에 살다가 봄이 되면 금강이나 한강 하류로 이동해 산란한다. 강으로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는 습성 때문에 지역에서는 ‘강복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민물복어, 민물복쟁이 같은 방언도 같은 의미다.

황복은 강을 따라 멀리 이동하지 않는다. 금강의 경우 부여 규암까지 올라온 기록이 있다. 예전에는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았던 이곳까지 황복이 나타났고, 지역 사람들은 이 복어를 ‘복이’라 불렀다. 황복이 강으로 올라오는 시기를 두고 복사꽃 필 무렵, 진달래가 피는 때, 버들개지가 날릴 때 등 여러 표현이 쓰인다. 오랜 기간 황복을 잡아온 어부들은 보통 곡우(4월 20일 전후) 무렵을 그 시기로 기억한다.

독을 알면서도 먹었던 물고기

접시에 황복에 놓여져 있는 모습. / 위키푸디
접시에 황복에 놓여져 있는 모습. / 위키푸디

황복은 맛으로 이름났지만, 동시에 위험한 물고기다. 복어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강한 독을 품고 있다. 냄새도 없고 맛도 없어 먹을 때는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열을 가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독성은 청산가리보다 훨씬 강하다. 복어가 이런 독을 가지는 건 스스로 만들어서가 아니다. 복어가 먹는 먹잇감 속 박테리아가 만들어낸 독소가 복어 몸 안에 쌓여 맹독성으로 변하는 것이다. 어린 복어의 독성이 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산란기가 되면 황복의 독성은 더욱 강해진다. 주로 이 시기에 어획되기 때문에 식탁에 오를 때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양식 황복은 독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양식 환경에서도 미생물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조선시대 문헌에도 복어의 독성에 관한 기록이 여럿 있다. 서유구는 복어를 잡은 수달도 독이 있는 걸 알고 먹지 않는다고 했고, 복어를 먹는 사람은 목숨을 걸고 먹는 셈이라고 적었다. 이규경은 복어 알의 독성이 특히 강해 먹으면 선 채로 죽는다고 했고, 선조는 자손들에게 복어탕을 먹지 말라는 유훈까지 남겼다.

허균도 복어에 대해 언급했다. 한강에서 나는 복어가 가장 맛있지만 독이 있어 사람이 많이 죽는다고 했다. 송시열 역시 복어탕을 대접받으려다 젓가락을 내려놓은 일화를 남겼다. 복어의 위험은 예부터 잘 알려져 있었고, 먹을지 말지를 두고도 갈림이 분명했다.

복어 중에서도 가장 귀한 황복

귀한 황복의 모습. / 위키푸디
귀한 황복의 모습. / 위키푸디

복어는 오래전부터 계절음식으로 사랑받았다. 그중에서도 황복은 가장 귀한 재료였다. 예부터 봄철 별미로 여겨졌고, 지역에서는 황복탕이나 황복회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황복을 찾았다. 동국세시기에서는 음력 3월의 대표 음식으로 황복국을 소개하며, 복사꽃이 지기 전 황복에 미나리와 간장, 기름을 넣어 끓이면 진미라고 했다.

황복 산지로 유명했던 금강 하류 포구와 나루터 근처에는 황복 전문 식당들이 줄지어 있었다. 충남 강경과 장항, 전북 웅포와 군산 등이 대표적인 지역이다. 황복을 찾는 이들이 몰리면서 봄철이면 식당마다 문전성시를 이뤘고, 지금도 몇몇 곳은 여전히 황복 요리를 내놓으며 명맥을 잇고 있다.

자연산 황복은 그 귀함만큼 가격도 높다. 1kg에 20만원이 넘는 경우가 많고, 복어 중 가장 비싼 어종으로 꼽힌다. 예전에는 한 상자씩 잡히던 황복이 지금은 한두 마리 간신히 발견되는 정도다. 자주복이나 졸복 같은 다른 복어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황복은 그 사이에서 간간이 모습을 보인다. 어민들 사이에서는 "살아 있는 황복을 보는 일도 점점 드물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배를 부풀리는 황복 특유의 반응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드러내지만, 그 장면조차 귀하다. 몇 해 전부터 황복의 어획량이 줄었다는 사실은 이제 익숙한 이야기가 됐다.

황복의 귀함, 점점 사라지는 봄의 상징

황복이 박스에 담겨 있는 모습. / 위키푸디
황복이 박스에 담겨 있는 모습. / 위키푸디

황복이 금강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건 단순한 어획량의 문제가 아니다. 하굿둑 건설 이후 강의 흐름이 바뀌었고, 밀물과 썰물의 자연스러운 순환이 끊겼다. 복어는 이런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전처럼 알을 낳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황복이 금강을 떠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다.

웅어에 이어 황복마저 금강에서 사라지고 있다. 아직 보호종으로 지정된 건 아니지만, 이대로라면 이름만 남게 될 수도 있다. 황복은 단순히 비싼 식재료가 아니다. 금강의 봄을 알리는 생물이며, 지역 문화와도 연결돼 있다. 황복이 떠난 강에는 빈자리가 남고, 봄 강물은 예전과 다른 풍경이 됐다.

한때는 복사꽃이 필 무렵이면 황복이 강으로 올라왔다. 그 모습은 시와 기록으로 남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부들조차 보기 어려운 물고기가 됐다. 황복은 이제 진짜 ‘귀한’ 생선이다. 식탁보다 기록에서 먼저 찾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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