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특별기획] 생산기지 해외로 옮기는 한국 기업들, 국내 산업 공동화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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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특별기획] 생산기지 해외로 옮기는 한국 기업들, 국내 산업 공동화 위기

뉴스락 2025-05-16 22:44: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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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 생산기지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SK하이닉스,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이 미국,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 대규모 생산시설 구축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산업계의 '글로벌 생존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25개 대기업 그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만 201개의 해외법인을 운영 중이며, 이 중 삼성이 68곳, 현대차가 28곳을 차지하고 있다.

높은 인건비와 강성 노조, 복잡한 규제로 인한 '삼중고' 속에서 국내 기업들은 해외 생산기지 다변화와 공급망 재구축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해외 이전이 국내 일자리 감소와 산업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보조금 확대보다 근본적인 경영환경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뉴스락>은 국내 대기업들의 글로벌 생산기지 확장 현황과 그 배경에 대해 살펴봤다.

해외로 눈 돌리는 韓 기업들...글로벌 생산기지 확장 본격화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삼성전자 제공 [뉴스락]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속속 확대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를 필두로 철강, 전자, 방산, 케이블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해외 생산거점을 확충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생산기지 확대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021년 미국 텍사스에 170억 달러 규모의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누적으로 약 450억 달러를 투자해 추가 공장 건설과 패키징 시설, 첨단 R&D 시설을 신축하기로 했다.

다만 파운드리 사업에서의 수조원 적자와 빅테크 고객 확보 어려움으로 당초 목표했던 2024년 말에서 2026년으로 가동 시점이 미뤄진 상태다.

SK하이닉스도 5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공장 건설에 나섰다. HBM 생산 공장을 해외에 짓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퍼듀(Purdue) 대학교 등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연구·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인디애나에 건설하는 생산기지와 R&D 시설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1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인도 시장을 겨냥해 약 8천억원을 투자,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대규모 가전 공장을 착공했다. 기존 노이다와 푸네 공장에 이은 세 번째 현지 공장으로, 내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가동된다.

스리시티 공장의 부지는 100만㎡, 연면적은 22만㎡로 LG전자의 인도 공장 중 최대 규모다. 연간 생산 능력은 냉장고 80만대, 세탁기 85만대, 에어컨 150만대, 에어컨 컴프 200만대 수준이다.

이 공장이 가동되면 LG전자의 인도 내 총생산 능력은 냉장고 360만대, 세탁기 375만대, 에어컨 470만대, 텔레비전 200만대로 늘어나 중국 다음으로 큰 해외 생산거점으로 부상하게 된다.

LG전자는 인도의 낮은 가전 보급률(세탁기 30%, 에어컨 10%)에 주목해 내수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한편, 인도양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중동과 남아시아 수출 기지로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28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체사피크(Chesapeake)시LS그린링크 착공식에서 글렌 영킨(Glenn Youngkin) 버지니아 주지사, 구본규 LS전선 대표, 릭 웨스트(Rick West) 체사피크 시장(오른쪽 5번째부터)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S전선 제공 [뉴스락]

LS전선은 약 1조원을 투입해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시에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제조 공장을 착공했다.

이번 투자는 총 6억8100만 달러(한화 약 1조원) 규모로 2027년 3분기 완공, 2028년 1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구본규 LS전선 대표는 "LS그린링크 공장 건설은 LS전선이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인프라를 바탕으로 급증하는 글로벌 해저케이블 수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미국에 본격적인 진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4분기 현대차의 미국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완공에 맞춰 신규 스틸서비스센터(SSC)를 구축할 예정이다.

2022년 12월 법인 설립 이후 2023년 5월 착공한 SSC는 연간 생산능력 100만 톤 규모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신규 SSC는 전기차용 강판 생산 및 가공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미국 내 전기차 시장 경쟁력 강화에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산업계에서도 해외 생산거점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르면 올해 말 루마니아 남부 담보비차(Dambovita)에 현지 공장을 착공한다. 이는 호주 질롱시의 H-ACE에 이은 두 번째 해외 공장이다.

이 곳에서는 루마니아 국방부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10억 달러(약 1조3354억 원) 상당의 155mm 대구경 K9 자주포 54문과 탄약 지원용 차량(K10)을 생산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지화에 속도를 내며 루마니아 방산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해 완전한 의미의 '현지 생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삼중고'에 신음하는 국내 기업...해외로의 엑소더스 가속화

한국과 인도네시아 제조업 평균 임금 비교표. Trading Economics 제공 [뉴스락]
한국과 인도네시아 제조업 평균 임금 비교표. Trading Economics 제공 [뉴스락]

국내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속속 해외로 이전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높은 인건비와 강성 노조, 복잡한 규제로 인한 '삼중고'가 기업들의 해외 탈출을 부추기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해외 국가들은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한국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이유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높은 인건비다.

경제지표 사이트 Trading Economics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2024년 4분기 기준 약 515만원(연 6,180만원)으로, 인도네시아의 제조업 월 평균 임금인 325만 루피아(약 27만원)와 비교해 약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러한 인건비 격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이전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사관계의 경직성도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경제학회가 발표한 '노동시장 경직성이 기업의 해외 진출에 미친 영향 분석' 논문에 따르면, 노사관계가 대립적인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노조가입자 수가 증가할수록 해외진출 가능성이 1.6배가량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조직변화나 고용조정에 노조 합의가 필요한 회사일수록 해외진출 가능성은 1.5배 정도 상승했다.

주목할 부분은 노조 가입자 비중에 따른 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이다. 노조 가입자 비중이 0~25%인 기업에 비해 비중이 75~100%인 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은 무려 4.3배나 높았다.

한국의 노동시장에 대한 인식 및 주요국과 비교한 한국의 노동규제 수준. 한경협 제공 [뉴스락]
한국의 노동시장에 대한 인식 및 주요국과 비교한 한국의 노동규제 수준. 한경협 제공 [뉴스락]

한국경제인협회가 실시한 한국 노동시장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외국인 투자기업 53%가 "한국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고 응답했으며, 63%는 "노사가 대립적"이라고 답했다. 이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기업들의 신속한 경영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혁신기업에서도 해외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들조차 노조의 반대로 연구개발 인력 운용에 유연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해외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이들 기업은 혁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인력 운용의 유연성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이전은 국내 산업공동화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임금근로 일자리는 2052.1만개로 전년 대비 31.4만개 증가했으나, 제조업 해외 이전이 가속화될 경우 일자리 창출 효과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해외 국가들은 적극적인 인센티브로 한국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공장부지 무상 제공, 고용지원금 지급, 세금 감면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한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이상호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의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대립적인 노사관계는 그동안 외국인 투자 유치에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며 "근로시간·해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노동 경직성을 해소하고 노사갈등을 크게 부추길 수 있는 노조법 개정안 입법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해외 이탈 가속화..."규제 완화 없이는 유턴 불가"

(왼쪽부터) 박원균 HMMME 법인장 상무, 아흐메드 알리 알수베이(Ahmed Ali Al-Subaey) HMMME 이사회 의장, 야지드 알후미에드(Yazeed A. Al-Humied)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부총재, 반다르 이브라힘 알코라예프(Bandar Ibrahim Al-Khorayef) 산업광물자원부 장관,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문병준 주사우디아라비아 대한민국 대사 대리,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이 현대차 사우디 생산법인(HMMME) 착공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뉴스락] 
(왼쪽부터) 박원균 HMMME 법인장 상무, 아흐메드 알리 알수베이(Ahmed Ali Al-Subaey) HMMME 이사회 의장, 야지드 알후미에드(Yazeed A. Al-Humied)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부총재, 반다르 이브라힘 알코라예프(Bandar Ibrahim Al-Khorayef) 산업광물자원부 장관,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문병준 주사우디아라비아 대한민국 대사 대리,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이 현대차 사우디 생산법인(HMMME) 착공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뉴스락]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산업 공동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와 경영환경 개선 없이는 국내 산업 경쟁력 회복이 어렵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2,816개의 국내 기업이 해외로 이탈한 반면, 국내로 복귀한 기업은 22개에 불과했다. 이는 해외로 나간 기업의 96%가 국내 복귀 의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추세로 국내 공장 설비들은 노후화되고 첨단 공장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면서 한국 제조업 기반이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로 전락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발표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더욱 암울하다.

제조업 BSI는 79.2로 코로나19 직후였던 2020년 8월(74.9)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체 산업 BSI도 85.0으로, 2022년 4월 이후 38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며 역대 최장 부진 기록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수출 생산시설을 한국에 짓는 것보다 해외가 인건비와 규제 등에서 자유롭다"는 공통된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표기업들의 해외 생산기지 구축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3월 26일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을 개최했다.

여의도 면적 4배에 달하는 이 공장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성장을 견인하는 전략적 생산기지로, 미국 내 세 번째 생산거점이다. 

현대차는 중동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지난 5월 14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 경제도시에 '현대차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 착공식을 진행했다. 

현대차가 30%, 사우디 국부펀드가 70%의 지분을 보유한 이 합작법인은 2026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연간 5만대 생산 규모의 공장을 건설 중이다.

글로벌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국내 투자 약속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사우디 착공식 현장에서 "해외 투자 때문에 국내 투자가 소외되거나 혹은 위축된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룹 차원에서 올해 한 해에만 국내에서 2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 부회장은 "미국에 4년간 투자할 31조원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며 "국내의 역할, 국내가 해야 할 부분에서는 지속적인 투자를 더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국내 복귀 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유턴 지원 전략 2.0'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안덕근 장관 주재로 유턴기업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하고, 유턴기업의 범위와 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첨단산업 유턴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으로는 해외사업장 운영 요건을 1년 이상(기존 2년 이상)으로 완화하고, 유턴기업 보조금도 수도권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비수도권 30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또한 생산시설 투자에 수반되는 연구시설·장비 등 R&D 투자에 대해서는 한도 외 50억원까지 추가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유턴투자를 비롯한 투자 활성화는 수출·고용 촉진 효과뿐 아니라, 공급망 안정 등 경제 안보 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보조금 확대 같은 정책적 지원보다 근본적인 경영환경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미국발 관세 정책과 주요국의 맞대응으로 국제교역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등 수출 주력 업종에 대한 투자 촉진과 세제 지원으로 기업 심리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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