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저희도 한계에 달해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종양내과 전문의들이 16일 열린 대한종양내과학회 춘계심포지엄 현장에서 정부와 대중을 향해 보낸 시그널이다.
대한종양내과학회는 이번 춘계심포지엄에서 ‘필수의료로서의 종양내과’를 주제로 언론과 함께 하는 특별 세션을 마련, 잘 알려지지 않은 종양내과 진료현장의 어려움을 전달했다.
종양내과 전문의는 암 환자를 전문으로 진단·치료하는 의사로 암 환자의 건강을 책임지고 다른 암 전문가들과의 치료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선 1992년 혈액·종양내과 분과전문의*가 처음으로 인정됐고 2005년 대한종양내과학회가 설립, 학문의 발전을 이뤘다.
*종양내과는 위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 췌담도암 등 고형암질환의 내과적 치료를, 혈액종양내과는 여기에 더해 다발성골수종, 악성림프종, 급성 및 만성백혈병 등 혈액암을 진단·치료한다.
학계의 부단한 연구와 노력으로 종양내과는 암 생존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문제는 ‘앞으로’라는 것. 종양내과를 선택하는 의사들이 점점 줄고 있으며 특히 의대증원 갈등 이후에는 급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상철 홍보위원장(순천향대천안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종양내과 의사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암 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과중된 업무 부담으로 한계치에 도달했다”며 “게다가 정부가 지정한 필수의료과*에 종양내과가 포함돼 있지 않다 보니 제도적 지원은 물론 국민 인식에서도 뒤로 비켜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이상철 홍보위원장은 필수의료의 정의는 명확히 확립되지 않았으며 중증·응급의료분야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증질환인 암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종양내과 또한 필수의료에 포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동아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석재 교수는 ‘종양내과 의사의 하루’라는 주제로 자신의 실제 스케줄을 소개하며 현장의 애로사항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허석재 교수는 “단순히 수가 개선을 떠나 종양내과는 항암치료 등을 하는 전문영역이라는 것을 정책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젊은 의사들이 종양내과에 적극 지원하고 현 인력들은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암은 진단 후부터 긴 여정이 시작되기 때문에 암환자의 동반자가 돼줄 종양내과 의사들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언론의 시각은 조금 달랐다. 종양내과의 어려운 현실을 다 토로하고서도 막상 기사화하려고 하면 익명으로 처리해달라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정말 힘들다고 얘기하고 싶은 게 맞는지 혼동된다는 것.
이날 토론 패널로 참석한 세계일보 정진수 기자는 “기사는 정보의 정확성뿐 아니라 현실이 생생하게 전달돼 국민에게 와닿아야 의미가 있다”며 “종양내과 진료현장의 어려움이 국민에게 더 잘 전달되려면 현장의 문제들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는 또 다른 시각에서 조언을 건넸다.
의정갈등 이후 의사 부족을 다루는 데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정작 환자들에게 절실한 암 치료의 최신 정보들이 제때 전달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것.
정심교 기자는 “학회 차원에서라도 암 환자들을 위한 정보창구를 많이 마련해야 현 상황에서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덜 불안할 것”이라며 “결국 환자들이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진료환경을 만들려면 정부뿐 아니라 종양내과 의사들의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종양내과학회 박준오 이사장은 이에 공감하면서도 “종양내과 의사들도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동력이 있어야 환자에게 더 좋은 진료를 펼칠 수 있다”며 “언론에서도 종양내과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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