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김영식 기자] 최근 급변하는 국내 교육환경 속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으로 대표되는 국내 입시 체계에 대한 한계가 줄기차게 지적되면서 ‘학생의 잠재력 중심’ 입시·진학 정책 등에 대한 중장기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고교학점제 및 국제적 교육과정 도입 확대 등 우리 사회에 새로운 교육제도가 도입되는 시점에서 향후 대입 정책의 방향성과 수요자 중심 진학 설계 관련 현실적 대안이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여전히 입시 위주의 국내 교육 프로그램 속 ‘전인교육’에 대한 현장 수요는 지속적으로 높은 가운데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IB) 교육을 통한 전인교육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IB 교육은 △비판적 사고 △탐구 기반 학습 △국제적 사고방식 등을 강조하며, 학문적으로 도전적이면서도 문화 간 이해와 전인적 발달을 촉진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자체가 설계됐다는 평가다.
국내서도 최근 영향력을 차츰 넓혀가고 있는 IB는 현재 12곳 시·도교육청과 협력관계를 지속하고 있으며, IB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내 학교만 400개교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능 한계에 따른 국내 대안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홍정아 IB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IB 한국담당)를 만나 IB 현황 및 대표적 교육 프로그램, 과제 등에 대해 들어봤다.
- IB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부탁드린다.
“IB는 1968년 설립된 이후 다양한 활동을 통해 현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3~19세 학생들을 위한 네 가지 교육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초등교육 프로그램(PYP), 중등교육 프로그램(MYP), 고등과정 중 하나인 디플로마 프로그램(DP), 또 다른 고등교육 프로그램인 진로 관련 프로그램(CP)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에 IB는 지난 1980년 연희동 소재 서울외국인학교(SFS)에 처음으로 고등과정인 DP(Diploma Programme)가 도입됐다. 이후 2019년 대구시교육청과 제주시교육청이 IB와 처음 MOC를 맺으면서 국내 공교육기관에도 IB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현재 IB는 12개 교육청과 MOC를 맺은 상태다. IB 월드스쿨이 된 공교육학교는 52개교에 달하며, 2년내 월드스쿨이 될 후보학교는 126개교가 넘는다. 또 IB 도입에 관심을 표현한 국내 학교도 400개교를 넘어섰다.
IB 고등과정은 매해 5월과 11월 공식적인 시험을 치른다. 우리나라 공교육기관에는 현재 8개의 DP 학교가 대구·제주·경기 등에 위치해 있다.”
- 우리나라 입시는 현재 수능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변함없이 진행돼 오고 있다. 최근 ‘수능 회의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IB 교육의 특징과 차별점은 무엇인가.
“수능이 우수한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단일 치러지는 고부담 시험이라는 우려가 있다. 암기를 넘어 탐구, 성찰, 창의성과 같은 역량을 강조하는 평가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IB가 오랫동안 전문성을 쌓아온 영역이다.([Author] It’s translated to this: Critics argue that it fosters educational inequality and narrows learning to rote memorization. We need to adjust the tone to: There is growing interest in assessment models that move beyond memorization to emphasize skills like inquiry, reflection, and creativity, areas in which the IB has longstanding expertise.(출처: Indra, it sounds better.))
공정하고 다양한 평가를 통해 IB 학생들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학습자가 아니라, 실제 세계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성찰적인 문제 해결자로 성장한다. IB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오늘날과 미래 사회에서 요구되는 비판적 사고, 창의성, 협업 기술을 균형 있게 강조한다는 것이며, 이것이 IB가 수능과 같은 전통적인 시험 기반 시스템에 미래지향적인 보완책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예를 들어, DP의 필수 과정인 확장 에세이(EE(Extended Essay))와 지식 이론(TOK)을 통해 학생들은 지식의 본질을 탐구하고 복잡한 문제에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이는 고등교육으로 진학할 때 전문 분야를 심도 있게 공부하는 능력 향상에 중요한 지적 독립성과 깊이 있는 이해를 함양할 수 있다.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도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은 관심 있는 실제 문제를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결국 지식 전달에만 초점을 맞춘 많은 국가 교육과정과 달리, IB는 지식·기술·태도를 연결하는 통합적 접근법을 취한다. 이는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는지뿐만 아니라 ‘어떻게’ 배우는지도 강조하며, 점점 더 복잡하고 상호 연결된 세계에서 번영하는 데 필요한 전인적 역량을 갖춘 균형 잡힌 인재를 양성한다.
또한 IB 평가는 절대평가로 경쟁보다는 협력에 방점을 둔다. 연세대 이무송 교수 등이 작성한 ‘한국에서의 국제 바칼로레아 프로그램 시행’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IB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학교 경험과 또래 학우 및 교사와의 관계가 눈에 띄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 본지와 IB가 공동 주관하는 ‘IB Higher Education Forum(고등교육 포럼)’이 오는 23일 세종대에서 열린다. 이번 포럼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IB 고등교육 포럼은 IB 교육자, 교육청과 한국 대학 간의 의미 있는 대화로 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우리의 목표는 IB 교육이 강조하는 비판적 사고, 독립적 연구 능력, 국제적 사고방식이 학생의 대학생활과 더 나아가 사회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역량을 제공하는지 강조하는 것이다. 이번 포럼은 한국 대학들이 IB 평가의 학문적 엄격성과 포괄적 특성에 대해 더 깊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인정 및 입학 정책에 대한 신중한 고려를 장려한다. 우리의 메시지는 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기관의 긴밀한 협력은 학생에게 일관되고 미래지향적인 교육 경로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학문적 우수성뿐만 아니라 평생학습과 책임감 있는 세계 시민을 기르는 경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 IB 교육은 현재 160개국 이상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IB 교육의 글로벌 영향력과 구체적 활용 사례 등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IB 교육은 160개 이상 국가와 5900개 이상의 학교로 확장돼 글로벌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 대학들은 IB 자격증을 인정하며, 많은 상위권 기관들이 IB 졸업생들에게 상급 학년 배정이나 학점을 부여해 조기졸업을 허용한다. 미국은 교육 수준을 높이는 수단으로 IB를 공립학교 시스템에 통합했으며, 일본과 같은 국가들은 글로벌 역량을 기르기 위해 IB 제공을 확대했다. 싱가포르에서는 IB가 이미 높은 성과를 내는 시스템 내에서 교육적 깊이를 강화하기 위해 선별된 학교에서 국가 교육과정을 보완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전 세계의 취약 지역 사회에서는 양질의 교육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IB를 도입하기도 했다. 실제 IB의 문화 간 이해에 대한 강조는 분쟁 영향 지역에서 특히 가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관된 연구에 따르면 IB 졸업생들은 프로그램의 엄격하고 전인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접근 방식 덕분에 대학입시와 취업에도 잘 준비돼 있다.
케이티 코르호넨 뉴욕대 글로벌 입학평가 및 전략 책임자는 IB 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저희는 IB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이 미국식 고등교육과 인문 교육의 엄격한 과정에 잘 대비돼 있다고 생각한다. IB 학생들은 디플로마 프로그램(DP)를 통해 균형 잡힌 통합교육을 받게 된다. 또한 IB 교육은 모둠 활동과 주도적인 수업 참여를 강조하며 모든 학생들에게 탁월한 글쓰기, 소통 능력, 문제 해결력,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준다. 이 모든 것이 학생들의 성공적인 대학생활의 기반이 된다”.
또한 리처드 하비 교수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 입학처장은 IB를 이렇게 평가한다. “저희는 IB 학생들의 입학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IB 학생이 대학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기 때문이다. IB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좋은 학업 성취를 이루는 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IB를 이수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대학에서 훨씬 더 높은 성취도를 보인다. IB는 학생들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도록 한다. 저희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가 찾고 있는 많은 자질이 이미 IB 교육에 포함돼 있다.”
- 현행 국내 교육은 주로 암기식으로 이뤄지면서 여전히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IB 교육에서는 구체적으로 교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궁금하다.
“IB 교육에서 교사-학생 간 상호작용은 전통적인 강의를 넘어 더 역동적이고 학생 중심적인 접근 방식으로 변화한다. 교사들은 촉진자 역할을 하며, 학생들이 질문, 토론, 문제 해결을 통해 개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탐구 기반 학습 경험을 설계한다. 교실 환경은 협력적 프로젝트 작업, 소크라테스식 세미나, 학생 주도 조사 활동 등을 특징으로 한다.
교사들은 단순한 숫자, 점수가 아닌 성장에 초점을 맞춘 개인화된 피드백을 제공하며,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 과정을 성찰하도록 격려를 받는다. 지난 4월 19일 열린 IB DAY에 졸업생 대표 연사로 참석한 IB DP 2기 이수생인 천지원(연세대 1학년 재학) 학생은 “선생님께 피드백을 처음 받았을 때는 제 노력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 적잖은 거부감이 있었다. 피드백을 받고 그 의미를 곱씹어 적용하며 과제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학업 및 소통 능력 등에서 크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은 교사와 학생 간 지속적인 대화를 포함하며, 상호작용은 학업 내용을 넘어 사회적, 정서적 발달을 포함한 전인적 발달을 지원한다. 이런 접근 방식은 학문 분야와 실제 상황 모두에서 지식을 의미 있게 적용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성찰하는 학습자를 양성할 수 있다.”
- IB 교육 가운데 특히 DP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DP 프로그램의 장점을 소개한다면.
“디플로마 프로그램(DP)은 여러 핵심적인 장점을 제공한다. 우선 비판적 사고, 연구력, 지역사회 참여에 대한 주도적인 헌신을 발전시키는 핵심 요소(지식 이론, 확장 에세이, CAS)와 함께 6개 과목 그룹을 통해 포괄적이고 균형 잡힌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또 DP는 내부 평가와 외부 평가를 결합한 엄격한 평가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을 대학 학업에 효과적으로 준비시킨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관련 있는 콘텐츠, 문화 간 이해 증진, 제2외국어 학습을 통해 국제적 사고방식을 강조한다. DP는 또한 전 세계 많은 교육기관에서 학점을 인정하는 등 광범위한 대학 인정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시간 관리, 독립적 학습, 회복 탄력성과 같은 필수 기술을 개발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DP 졸업생들은 다른 교육 배경을 가진 또래들에 비해 더 높은 대학 졸업률과 월등한 학업 성취도를 보인다. 실제 2021년 JISC 연구팀 연구에 따르면, IB 졸업생들은 비(非)IB 학생들보다 영국 상위 20개 대학에 입학할 가능성이 3배 이상 높았으며, IB 졸업생들은 IB를 이수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국제 역량이 현저히 높은 수준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DP의 채점 시스템은 명확하게 구조화돼 있으며, 국제적으로 표준화돼 있다. 총 45점이 최대 점수로, 학생들은 6개 과목 각각에서 최대 7점(총 42점)과 핵심 요소인 지식 이론(TOK)과 확장 에세이(EE)에서 최대 3점의 추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24점 이상을 획득하면 디플로마가 수여되며, 일반적으로 상위권 대학 입학에는 38점 이상이 권장된다. 이러한 명확한 국제 표준은 전 세계 대학 입학에서 신뢰할 수 있는 지표로 작용하게 된다.
한국 공립 고등학교에서 IB를 이수한 모든 학생들은 매년 11월 공식 IB 시험을 치른다. 2023년 11월과 2024년 11월 이 학생들은 두 시험에서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였다. 이 학생들 중 일부는 토론토 대학교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해외로 진학했다. 우리는 더 많은 한국 DP 졸업생들이 국내 대학으로부터 환영받으며,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성과 인정이 더욱 확대되는 환경이 발전되기를 바란다.”
- 아직 국내 중·고등교육계의 IB 관심이나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 이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중등교육에서 IB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종합적인 접근 방식은 다양한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각 프로그램의 정보 공유 콘퍼런스나 포럼이 중심이 된다. 4월 19일 서울대 시흥캠퍼스에서 열린 IB 데이(Day)에는 12개 시·도교육청, 많은 학교들이 참여한 가운데 IB에 가졌던 관심을 구체적인 탐색으로 전환하는 장으로 활용됐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대학, 교육청, 고등학교의 IB 구현 경험을 공유해 실질적인 정보를 IB에 관심을 둔 학교에 제공할 수 있다. 또한 특정 IB 프로그램에 대한 전문가 세미나와 개별 학교를 위한 맞춤형 세미나는 특정 상황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구현 경로를 제시한다. IB는 교육의 질을 우선시하는 교육 관련 비영리 재단이므로, 체계적인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전문성 개발 팀과 협력하는 것이 핵심이다. DP의 성공적인 구현을 위해서는 대학들이 IB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졸업생들을 적절히 평가할 수 있도록 포럼과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교육 생태계 전반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 IB 교육을 국내에 정착시키기 위한 가장 큰 조건이 있다면. 이를 실현하기 위한 IB의 포부나 각오가 있다면.
“IB 교육을 국내에 정착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종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교사 연수 및 지원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IB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탐구 기반 교수법, 준거 참조 평가 방식, 그리고 프로그램의 철학과 일치하는 과목별 전문 지식을 이해하는 교육자가 필요하다. IB는 예비교사 양성을 위한 대학과의 파트너십, 경험 많은 IB 월드 스쿨과의 멘토십 기회, 한국어 자료 등 한국 교육자에게 맞춤화된 지속 가능한 전문성 개발 경로를 구축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또한 저희는 지역 네트워크와 지속적인 협력 기회를 통해 활기찬 IB 교육자 커뮤니티를 육성하고자 한다. 교육자의 전문 역량에 투자함으로써, IB가 문화적 가치를 존중하고 국가 교육 목표와 조화를 이루면서 다양한 한국의 교육 환경에서 번창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이나 학교 유형에 관계없이 한국의 학생들에게 양질의 IB 교육을 접근 가능하게 하고, 교육자들이 교실에서 변혁적 학습을 이끌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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