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44] 정선의 산수, 나의 마음에 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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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44] 정선의 산수, 나의 마음에 닿다

문화매거진 2025-05-16 10:02: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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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호암미술관에서 만난 겸재 정선의 대규모 회화 전시는 단순한 감상을 넘어, 예술가로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깊은 사유의 시간이었다. 조선 회화사에서 중요한 이름으로 손꼽히는 정선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였지만, 일부 작품이 일정 시점 이후 교체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가능하면 더 많은 작품을 눈에 담고 싶어 서둘러 전시장을 찾았다.

▲ 전시장 입구 / 사진: 정혜련 제공
▲ 전시장 입구 / 사진: 정혜련 제공


정선의 그림은 ‘잘 그린 산수화’라는 평가를 넘어서, 그가 대상을 어떻게 보고 느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회화적 고백처럼 느껴졌다. 화면에 가득한 산세는 웅장하지만 과시하지 않고, 담담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인왕제색도’, ‘금강전도’ 같은 대표작은 그가 자연을 마주할 때 얼마나 경건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를 증명해주는 듯했다.

▲ 전시장 내부 (좌)인왕제색도, (우)금강전도 / 사진: 정혜련 제공
▲ 전시장 내부 (좌)인왕제색도, (우)금강전도 / 사진: 정혜련 제공


관람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정선이 다양한 장르(진경산수화, 인물화, 화조영모화 등)를 넘나들면서도 일관된 시선과 정서를 유지했다는 것이었다. 장르의 경계를 허물면서도 자신만의 감정과 해석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던 점에서 오히려 그의 회화세계는 더욱 견고하고 깊게 다가왔다. 

나는 작업을 해오며 ‘소소한 행복’을 중심에 두고 싶다는 마음을 늘 간직해왔다. 명확한 개념으로 정리된 주제를 미리 세우고 시작하기보다는 내가 생각하고 느껴온 꿈, 건강, 인생, 행복에 대한 가치관이 그림 속에 조금씩 배어 나오는 방식이었다. 내게 중요한 감정과 바람들을 그림에 담아내는 과정을 통해, 보는 이에게도 따뜻한 기운과 긍정의 에너지가 전해지기를 바랐다. 

이번 전시는 그런 나의 태도와 흐름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을 일깨워주었다. 정선이 자연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느낀 경외와 감정을 담담하게 풀어낸 것처럼, 나 역시 나의 삶을 진심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를 통해 그림을 이어가고 싶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그림이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마음의 정경’을 담아내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 정선의 회화를 바라보며 그런 믿음이 생겼다.

▲ 전시장 내부 작품 / 사진: 정혜련 제공
▲ 전시장 내부 작품 / 사진: 정혜련 제공


한 점이라도 더 보기 위해 조금 이르게 찾은 전시였지만, 그 선택 덕분에 내 마음에 오래 남을 장면들과 충분히 머물 수 있었다. 그 시간은 마치 먼 시대의 예술가와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듯한 순간이었다. 정선의 붓끝에 담긴 진심은 세기를 건너 지금의 나에게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나 역시, 내가 그린 그림이 누군가의 마음속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킬 수 있기를, 그것이 작가로서의 내가 걷고 싶은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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