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양자컴퓨팅 상용화 이끄는 스타트업
지난해 61개의 미국 스타트업이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가장 높은 몸값을 기록한 기업은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다. 지난해 5월 회사 설립 8개월 만에 60억 달러를 조달하며 24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그 뒤를 이은 기업은 53억 달러를 인정받은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퀀티넘(Quantinuum)’이다.
‘격랑’ 예고된 양자컴퓨팅 시장
퀀티넘은 2021년 허니웰의 양자컴퓨터 사업 부문인 허니웰 퀀텀 솔루션즈(Honeywell Quantum Solutions)와 영국 양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캠브리지 퀀텀(Cambridge Quantum)의 합병으로 설립됐다.
양자컴퓨터의 실용화 가능성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퀀티넘과 글로벌 투자사 JP모건체이스, 시카고대와 오스틴 텍사스대, 아르곤국립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미국 산학연 다학제 공동연구팀 56큐비트 양자컴퓨터에서 ‘무작위성’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양자컴퓨터의 무작위성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입증한 것은 처음이다. 양자컴퓨터 실용화에서 주요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관련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양자컴퓨터의 기본 정보 단위인 큐비트는 00·01·10·11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양자 중첩이라는 특성 때문으로, 큐비트가 56개인 양자컴퓨터라면 기존 슈퍼컴퓨터가 1000년이 걸려 푸는 문제를 4분 만에 풀 수 있다. 문제는 큐비트가 늘수록 복잡성도 증가한다는 점이다. 양자컴퓨터는 계산한 뒤 측정하면 아무런 규칙이 없는 무작위성을 보인다. 이 무작위성이 실제 양자컴퓨터 작동에 따른 무작위성인지 입증하는 것이 과학계 난제였는데 이를 입증한 것이다. 연구팀은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양자컴퓨터에서 생성된 난수가 실제 무작위적이며 새로 생성됐음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고전의 슈퍼컴퓨터만으로는 진정한 난수를 생성할 수 없다”며 “이번 연구 결과로 양자컴퓨터의 무작위성이 진짜임을 수학적으로 인증해 실제 작업에 양자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퀀티넘 측은 “양자컴퓨팅이 사회와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데 몇 년이 걸릴 것이라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며 양자컴퓨팅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강조했다.
불확실성 속 기술 개발 박차
기술적 진전과 함께 퀀티넘은 엔비디아가 개최한 ‘퀀텀 데이(Quantum Day)’에서 라지브 하즈라 최고경영자(CEO)가 연사로 초청되는 등 업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1월 CES 2025에서 “실질적으로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려면 최소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자신의 예측이 틀렸음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이후 엔비디아는 미국 보스턴에 설립하겠다고 전한 ‘양자 가속 연구센터(NVAQC)’에서 양자컴퓨터 기업인 큐에라, 퀀티넘, 퀀텀 머신 세 곳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양자컴퓨터는 이제 AI 슈퍼 컴퓨터와 통합돼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속화된 양자 슈퍼컴퓨터’로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퀀티넘은 엔비디아의 양자컴 전용 소프트웨어 도구 모음 ‘쿠다(CUDA)-Q’ 플랫폼과 연동된 하드웨어와 에뮬레이터를 개발하기로 했다. 2027년까지 게이트 기반 100큐비트 시스템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즈라 퀀티넘 CEO는 “퀀티넘의 강력한 양자 시스템과 엔비디아의 최첨단 가속 컴퓨팅을 결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퀀티넘은 향후 2년 안에 상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양자컴퓨팅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관련 시장의 경쟁도 더욱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양자컴퓨팅 시장은 여전히 높은 기술적 난이도와 불확실성으로 인해 변동성도 큰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퀀티넘은 2027년까지 업계 최초로 100개의 논리적 큐비트 시스템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밝히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즈라 CEO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100개의 논리적 큐비트 용량은 2030년대 중반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상용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퀀티넘은 양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및 애플리케이션 등 양자컴퓨팅의 전 분야를 아우르는 ‘풀 스택(full stack)’을 제공하고 있다. 퀀티넘은 올해 말 양자 생성 인증이 가능한 무작위성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고, 10년 안에 상업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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