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MG손해보험이 78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1947년 ‘국제손해보험주식회사’로 시작, 재무 건전성 악화와 영업난이 반복되며 끝내 독자 생존을 포기하게 됐다. 수차례 주인이 바뀌고 사명도 달라졌지만, 회생에는 이르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MG손보의 자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보유 계약을 다른 보험사로 넘기는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MG손보의 출발점은 1947년. 당시 대한화재 창립자인 하원준 씨가 세운 국제손해보험은 본래 종합손보사가 아니라 보험계약을 보장하는 전업 재보험사로 출범했다. 하지만 설립 반년 만에 재무 기반이 흔들리면서, 이한원 동아상사 사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한원 사장 체제도 오래가지 못했다. 동아상사를 비롯한 계열사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며 1963년, 이필석 전 산업은행 총재가 공동 경영자로 참여하게 됐다. 두 사람은 1965년 전업 재보험사에서 종합손보사로 전환하고, 사명도 ‘국제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로 변경했다.
국제화재해상보험은 1970년대에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정부의 보험사 기업공개(IPO) 정책에 발맞춰 증시에 상장했고, 현대·효성 등 주요 재벌그룹이 주주로 참여했다. 이를 계기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며 업계 하위권에서 중위권으로 도약을 시도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위기가 닥쳤다. 시장 경쟁 심화와 해운업 불황으로 주력 분야였던 해상보험 수익이 급감했고, 지급여력비율(RBC)이 크게 떨어졌다. 결국 2001년 2월, 국제화재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이듬해인 2002년, 국제화재는 근화제약에 인수되며 ‘그린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2008년 ‘그린손해보험주식회사’로 다시 한 번 사명을 변경했지만 실적 개선은 미미했다.
2012년에는 다시 한 번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이듬해 사모펀드 자베즈파트너스와 새마을금고 컨소시엄이 회사를 인수했고, 이때 현재의 사명인 ‘MG손해보험’이 탄생했다. 자본 여력이 풍부한 새마을금고가 대주주로 참여하며 회생 기대감도 일었지만, 수차례의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영업난과 건전성 악화가 반복됐다.
MG손보는 2018년 이후 경영개선 명령을 수차례 받았지만,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2022년 재차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고, 금융당국은 2023년부터 5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다.
마지막 희망은 2024년 말, 메리츠화재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피어났다. 그러나 고용 승계 조건을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은 무산됐다. MG손보 노조가 전 직원 고용 승계를 요구하자, 메리츠화재는 지난 3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했다.
결국 금융당국은 MG손보의 정리를 결정했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신규 영업 정지 등 청산 절차를 공식화했다. MG손보의 자생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당국은 계약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MG손보가 보유한 151만 건의 계약을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대형 손보사로 이전할 계획이다. 기존 계약 조건은 그대로 유지되며, 전산 전환을 위한 준비 기간 동안은 가교보험사가 계약을 관리한다. 다만 계약 인수 및 청산에 상당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MG손보의 청산은 보험업계에 중요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시장금리 하락과 회계제도 변경 등의 영향으로 보험사 전반의 재무 건전성이 약화되는 가운데, 특히 중소형 보험사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업계와 당국 모두 보다 철저한 건전성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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