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대학이 아닌 법인을 평가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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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대학이 아닌 법인을 평가해야 할 때”

한국대학신문 2025-05-15 19:07: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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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는 1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사립대학 법인 진단평가 제1차 결과 발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백두산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80%를 담당하는 사립대학이 흔들리면, 대학 체제 전체가 흔들립니다.”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립대학 법인 진단평가 제1차 결과 발표 토론회’에서는 사립대 위기의 근본 원인이 대학 ‘법인’에 있다는 진단이 쏟아졌다. 학령인구 감소, 지역 소멸, 재정난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대학이 무너지고 있지만, 이들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법인은 오히려 평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사립대학 법인 진단평가’는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가 4년간 준비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1만 명 이상 재학생을 보유한 37개 대형 법인 소속 38개 대학을 대상으로 대학 운영 역량을 진단했고, 올 하반기에는 중소형 대학과 전문대까지 평가를 확장할 계획이다.

대형 사립대 38개교를 분석한 이번 결과는 대학의 명성이나 외형이 내부 경영과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입증했다. 특히 교육과 연구의 성과가 아닌, 재정 건전성과 내부 운영 투명성에 따라 대학의 지속가능성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립대는 교육기관이지만, 동시에 법인이 운영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대학 평가는 등록금이나 교육성과, 교수 연구 실적 등에 집중돼 있었고, 정작 대학을 움직이는 실질적 운영 주체인 법인에 대한 평가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진단을 기획한 사교련은 이 점에 주목했다. 사교련 관계자는 “교수와 학생이 교육과 연구를 수행한다면, 그 토대를 마련하는 건 법인이다. 하지만 법인은 그간 ‘블랙박스’에 가까웠다”며 “재정 상황, 인사 의사결정, 법인 구성의 투명성 등이 사립대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 교육·재정·거버넌스까지 대학 운영의 민낯 드러내 = 이번 평가에서 사교련은 ‘사립대학법인 진단’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단순한 재정 상태나 교육 지표에 머물지 않았다. 학생과 교원의 규모는 물론, 법인 전입금 수준, 기부금·국고보조금 의존도, 교육시설 면적, 장학금 지급률, 적립금과 부채비율 등 교육환경과 재정운영의 뼈대를 수치로 확인했다.

더불어 눈에 띄는 지점은 대학 내부 구성원이 얼마나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정성적으로 살펴본 항목이다. 이사회에 외부 인사가 있는지, 교수회가 인사·징계위원회에 참여하는지, 학생과 직원이 대학평의원회에 포함되는지 등이 대표적이다. 대학이 공공성과 책무성을 지녔다면, 마땅히 내부 참여 구조도 제도화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 숫자에 드러난 대학의 현실…“이 정도 차이일 줄은 몰랐다” = 진단 결과는 상위권 대학 간에도 운영 방식에서 큰 격차가 있음을 보여줬다. 표면적으로는 비슷한 규모와 명성을 지닌 대학들이지만, 법인 재정과 운영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대표 사례가 고려대와 연세대다. 연세대는 한 해 자금수입이 약 1조 원에 달할 정도로 덩치가 크고, 법인이 보유한 수익용 기본재산 규모도 단연 압도적이다. 법인 수익사업 회계는 5000억 원을 넘었고,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도 227%를 기록했다. 이는 법인이 대학 운영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고려대는 법인 규모에서는 연세대에 크게 못 미치지만, 전임교원 1인당 연구비나 기부금 수입 등에서는 강세를 보였다. 특히 연세대가 부속병원 수익을 학교로 전출하지 않는 데 반해, 고려대는 비교적 교육 투자에 적극적인 면모를 보였다. 재정 규모의 크기보다 운용의 방식이 대학의 질을 가르는 또 다른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학생 수나 외국인 비율, 교수 확보율만 본다면 ‘안정적인 대학’으로 분류되는 일부 대학들도, 정작 내부 운영 지표에서는 취약함을 드러냈다.

경희대의 경우 3만 명이 넘는 재학생과 국제화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기숙사 수용률이 12%에 불과하고, 법인 전입금 비율도 1% 안팎에 머물렀다. 장학금 지급률 역시 등록금 대비 낮은 수준이었다.

일부 지방 사립대학은 법인의 재정기반 자체가 대학 운영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한 대학은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20% 미만에 그쳤으며, 법인 전입금은 연 1억 원도 되지 않았다. 교수회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총장은 설립자 가족이 맡아 30년 이상 연임 중이었다. 이사회 구성도 사실상 내부 인사 중심으로 채워져, 외부 감시 기능은 거의 없는 상태였다.

이처럼 운영의 투명성이나 거버넌스가 결여된 대학일수록, 재정지표도 악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결국 대학의 ‘질’은 단순한 교육성과보다, 운영 구조에 따라 판가름나는 셈이다.

■ 평가의 목적은 ‘퇴출’이 아니라 ‘육성’ = 사교련은 이번 평가의 핵심이 “비리 대학을 걸러내는 데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양성렬 단장은 “지금까지의 대학 평가는 대부분 퇴출을 목적으로 했다면, 이번 평가는 좋은 대학을 키우기 위한 ‘정당한 지원 기준’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교련은 이번 진단평가를 단순한 발표에 그치지 않고, 제도화와 정책 반영을 목표로 한 중장기 로드맵도 제시했다. 이번 1차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하반기에는 재학생 1만 명 이하의 중소형 사립대와 전문대학에 대한 진단을 이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평가 지표도 대학의 특성과 권역, 규모를 반영해 보다 정교하게 개선할 방침이다.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를 종합해 2026년 초에는 전국 사립대학에 대한 ‘법인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 백서는 각 대학의 법인 운영 실태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종합 진단 문서로, 향후 정부의 일반재정지원 정책, 고등교육 법제화 논의의 참고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사교련은 장기적으로 국공립대까지 포함한 ‘대학종합역량진단평가’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개별 대학 평가를 넘어, 한국 고등교육 전체의 구조와 지속가능성을 점검할 수 있는 종합 진단틀을 마련하자는 구상이다.

사교련은 “대학이 자율성을 주장하려면,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며 “이번 법인 평가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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