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픽사베이
‘나이가 들면 뱃살이 찐다’는 흔한 통념이 과학적으로 재조명됐다. 미국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중년 이후 내장지방이 증가하는 주요 원인은 에너지 소비 감소가 아니라, 특정 지방세포의 활성화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UCLA 의대와 시티 오브 호프 메디컬센터의 공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복부 지방 증가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년기에 접어들면서 우리 몸에는 ‘지방세포 전구세포(APC)’라는 미성숙 세포가 활성화돼 내장 지방세포로 빠르게 분화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20세에서 60세 사이 성인의 평균 에너지 소비량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에는 나이 들수록 대사량이 줄어 체중이 늘어난다고 알려졌지만, 실상은 비슷한 에너지를 소비하면서도 복부에 지방이 축적되는 이유가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젊은 쥐와 중년 쥐에게 각각 지방세포 전구세포(APC)를 이식한 결과, 젊은 쥐의 경우 기존 지방세포가 커졌지만, 중년 쥐에게선 APC가 빠르게 분화해 새로운 지방세포를 만들어 냈다. 특히 중년 쥐에서는 복부 주변에 지방이 집중적으로 쌓이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또한, 인간의 중년기에 해당하는 생후 12개월 된 쥐에서 APC의 활성이 가장 두드러졌으며, 노년기(생후 18개월)로 접어들면서 다시 활성이 낮아졌다. 이는 중년기에 APC가 특히 활발하게 작용함을 보여주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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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지방세포 증가가 단순히 칼로리 과잉 섭취나 운동 부족 때문이 아니라,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체내 프로그램’의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특히 APC가 '연령 특이적 전지방세포(CP-A)'라는 새로운 줄기세포 형태로 변화하면서 복부에 지방을 더욱 쉽게 축적시킨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닌, 세포의 구조적 변화가 체형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 관여하는 주요 단백질인 ‘백혈병 억제 인자 수용체(LIFR)’와 ‘STAT3’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을 표적으로 삼는 치료법이 향후 복부 비만은 물론 당뇨, 심혈관 질환, 대사증후군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중년기의 복부 비만은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로 치부할 수 없으며, 세포 수준에서 접근하는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앞으로는 ‘왜 살이 찌는가’에 대한 해답이 단순히 운동이나 식단 조절을 넘어, 생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의료로 확장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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