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챗GPT 제공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거캠프 관계자를 사칭한 사기 사건이 전국적으로 잇따르며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명함이나 현수막 등 선거용 인쇄물을 다루는 지역 소상공인들이 허위 발주와 ‘노쇼’ 방식의 기만에 취약한 구조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 서구의 한 인쇄업체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명함 30만 장(200만 원 상당)을 제작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작업에 착수했다. 연락을 해온 이는 자신을 선거캠프 관계자라고 소개했지만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납품 날짜가 되자 그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후 ‘선거운동에 필요한 음식값을 먼저 송금해달라’는 문자가 도착했다. 업체 대표는 이상함을 느끼고 민주당 대전시당에 사실 여부를 확인, 해당 주문은 접수된 바 없다는 답변을 받고 곧장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이와 유사한 수법의 피해는 강원도 인제, 춘천, 양양 등지에서도 보고됐다. 현수막이나 어깨띠 같은 선거 도구를 주문한 뒤 자취를 감추는 방식이다. 일부 상인들은 제작비를 돌려받지 못한 채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선거철이면 명함, 현수막, 어깨띠, 유니폼 등 대량 인쇄물 수요가 급증한다. 지역의 소규모 사업장은 촉박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하루 수천 장씩 인쇄를 돌리는 일이 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당 캠프에서 왔다”는 말 한마디에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작업에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전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선거 시기에는 예산 집행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고 당장 인쇄물부터 필요한 일이 다반사라 선결제 없이 납품하는 일이 많다. 캠프 소속이라 들으면 일단 믿고 진행하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발주자가 실제 캠프 관계자인지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정당이나 후보 측이 외부 의뢰 시 인증번호나 공식 등록 절차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인쇄업자는 사후에 시·도당 등에 직접 연락해 확인해야 하는 구조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비용을 받지 못하거나 제작물을 폐기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불안은 쌓여가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정치적 목적까지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단순한 금전 손실을 넘어 사회적 신뢰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민주당은 사칭 사기 사례가 이어지자 “주문 후 노쇼를 통해 이 후보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려는 악의적 행위로 판단된다. 향후 유사 사례 발생 시 즉시 해당 지역 시·도당에 확인해줄 것과 함께 철저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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