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시장의 외형이 커진 것과 달리 투자 환경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주식시장에 대입해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사례가 수두룩하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 위믹스를 코스피 상장 종목으로 간주했을 때, 특정 증권사가 일방적으로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투자자들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또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싶은데 증권사마다 거래 가능 여부가 갈리고, 거래를 위해 특정 은행에서 계좌를 새로 개설해야 한다면 이는 분명 비합리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현재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에선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다. 원화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받아야 운영이 가능하며, 계정을 받은 이후에는 단 한 곳의 은행과만 계약을 맺는 ‘1거래소 1은행’ 관행이 고착돼 있다.
결국 투자자는 특정 거래소를 이용하려면 해당 거래소가 지정한 은행에 계좌를 새로 만들어야 하고, 이로 인해 모든 트래픽이 특정 은행으로 몰리며 거래 지연, 시스템 장애 등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다행히 최근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발표한 ‘디지털 가상자산 7대 공약’에 ‘1거래소 1은행’ 제도 폐지를 포함했고, 더불어민주당도 대선 공약 검토 과정에서 폐지 방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하나의 거래소가 여러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정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실명확인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는 정책 건의안을 민주당 측에 전달했다.
이제는 투자자가 가상자산을 거래할 때 은행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거래소와 은행 간 과도한 종속 관계를 개선하고, 시장의 경쟁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가상자산 거래 규모가 이미 국내 주식시장에 필적할 정도로 성장한 만큼 제도역시 성숙한 시장에 걸맞게 진화해야 한다. 투자자의 권리와 편의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