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한국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분명한 통상 원칙을 세우고 전략적 선택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14일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만난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통상연구실장은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통상 전략의 ‘좌표’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실장은 “정부가 현재 정확한 외교통상 정보가 부재한 우리 기업들에게 정확한 통상 규칙을 알려줘야 한다”며 “정부가 기업들이 ‘넘지 말아야 할 선(바운더리)’을 명확히 설정해야 기업으로 인한 국가간 협상에서 불이익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국가가 외국으로부터 협상력을 지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선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조 실장은 우리 기업들 중에는 지금도 국가간 통상 규칙 위반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고 지적하며 당장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국가가 빠르게 이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향후에라도 국가간 통상 협상에서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어 조 실장은 정해진 통상 규칙에서 명확히 금지된 사항들만 지킨다면 양국 사이에서 국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 실장은 “기업들에게 명확한 바운더리를 설정해준다면 규제를 어기지 않는 선에서는, 가령 미국과 대립 중인 중국과도 얼마든지 거래할 수 있다”며 “또 미국으로 팔지 않을 제품들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중국과 제품을 소싱해 제3국에 팔 수 있는 방향을 국가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통상질서 재편 속에서 한국이 중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무역 전략에 대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익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실장은 “미국 입장에서는 신뢰 가능한 파트너로서 한국의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안정적 파트너쉽을 바탕으로 서구 시장과도 거래가 가능”하며 “중국과는 범용을 제외한 첨단산업은 공급망 분리, 거대 내수시장의 틈새 공략 등 비즈니스적 접근이 필요하고 다자주의 유지에 대한 기여, 신흥국과의 꾸준한 관계 유지 및 개선 등도 노력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조 실장은 특히 미국과의 제도적 신뢰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공급망의 다변화와 제3국 현지 투자 확대가 현실적인 해법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조 실장은 앞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초고관세 위주의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의 고율 관세는 미국 내부 소비자 반발과 글로벌 공급망 혼란을 일으켜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려운 정책”이라며 “다만 정치적 수단으로는 단기적으로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민간 기업은 보다 구조적인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향후 한미 관세 협상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 속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파트너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중국 이외 지역으로 옮기려 할 때, 기술력·신뢰도·산업 구조 측면에서 한국은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며 “한국이 조선, 에너지 등 전통 강점을 넘어서 미래형 산업 생태계를 함께 구축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미국에 인식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대립 중인 미국 입장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한데 한국이 그 조건에 가장 부합하며 이 점이 향후 한미 간 통상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실장은 끝으로 “우리 무역구조는 기존 자유주의 무역구조에 최적화돼 있는 만큼 현재 글로벌 통상 질서의 변화 흐름이 일시적 현상일지, 새로운 변화의 시작일지를 정부와 전문가들이 고민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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