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스승의 은혜에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되새기기 위해 지정된 스승의 날이 다시 돌아왔지만 정작 교사들은 날이 갈수록 지쳐가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잦은 민원과 교권침해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공개한 교육활동 침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교권보호위원회(이하 교보위) 개최 건수는 총 4199건이었다.
교보위는 교사가 교육활동을 하다가 겪은 부당한 침해로부터 교권을 보호하고 회복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다. 교사가 피해 사안을 신고할 경우 조사가 진행되고 이후 위원회가 소집돼 침해 여부, 학생 및 보호자 등에 대한 조치를 심의한다.
전국적으로는 전년 5050건 보다 소폭 줄어들었지만 유치원은 약 5배, 초등학교는 1.2배 늘면서 특히 저학년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침해 신고가 두드러졌다. 전체 건수는 5년 전인 2019년 2662건에 비해 1500건 이상 많은 수치다.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로도 여전히 수많은 교원이 교육활동 침해 피해를 겪고 있는 셈이다.
교육활동 침해 유형 중에서는 ‘교육활동 방해 ’(29.3%)와 ‘모욕·명예훼손’(25.1%) 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더욱이 ‘상해·폭행’(12.2%), ‘성폭력 범죄’(3.5%), ‘영상 무단 합성·배포’(3.0%) 등 중대범죄 유형은 오히려 전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활동 침해의 피신고자 중 학생은 89%, 보호자는 11%를 기록했다. 특히 학부모 등 보호자의 신고 비율이 전년과 비교해 늘어 교육활동 침해 피해가 단순히 교내의 교사와 학생 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 드러났다.
학생에 대한 조치는 ‘출석정지’(27.3%), ‘학교봉사’ (23.5%), ‘사회봉사’(19.0%) 순으로 나타났다. ‘전학’(8.4%), ‘퇴학’(1.4%) 등 중징계 비율은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학부모 등 보호자에 대한 조치는 ‘서면사과 및 재발방지 서약’이 35.7% 로 가장 많았으며 ‘특별교육’이 22.9% 로 그 뒤를 이었다. 강경한 고소·고발 등 대응은 3%에 불과했다.
이 같은 실정 속에서 교사들은 물리적 충돌이나 성희롱·딥페이크 피해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서울 목동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학생이 이를 제지하는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에는 한 고등학생이 교사의 얼굴을 불법 합성해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제작·판매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 탓인지 교직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직을 고민하는 교원들도 증가세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사 8254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현재 교직생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교사들은 5점 만점에 2.9점을 매겼다.
서이초 사건이 발생했던 2023년 13.2%에 그쳤던 만족한다는 답변 비율이 지난해 22.7%, 올해도 32.7%로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아직 전체적인 만족도 수준은 낮은 편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교사로서의 직업이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고 있는지를 묻자, 응답자 64.9%는 ‘그렇지 않다’(매우 그렇지 않다 32.8%, 그렇지 않다 32.1%)고 여겼다. 존중받고 있다는 응답 8.9%와 큰 차이를 보였다.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전체의 58.0%(매우 그렇다 31.3%, 그렇다 26.7%)를 차지했다. 이는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적이 없다는 응답 26.8%과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이유로 응답자들은 ‘교권침해 및 과도한 민원’(77.5%)이 가장 많이 지목했다. 뒤이어 ‘낮은 급여’(57.6%), ‘과도한 업무’(27.2%) 순이었다.
최근 1년간 교권침해 관련 현황과 관련해서 교사 56.7%가 학생에게 교권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또 교사 56%는 보호자에게 교권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교사 23.3%는 교권침해로 정신과 상담이나 치료를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교권 회복을 위해 교권의 개념 정립과 법제화가 필요하며 더 나아가 국가 차원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이동엽 연구위원은 지난 3월 발표한 ‘생태학적 관점에서의 교권 현황과 개선 과제’ 보고서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교권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이를 법률에 반영해 상위 법령부터 교권 정의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권 행사와 전문적 권위 강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혁신적 학교 문화를 조성하고 학교 관리자의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며 “전통적 교육에서 미래 교육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교사의 권한과 권위가 훼손되지 않도록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광주교대 교육학과 박남기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갈수록 학생 인권이 강조되고 아동학대나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교사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며 “교육 활동 중 소송에 휘말리는 일도 잦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스승의 날을 국가가 기념하고 사회가 교사를 예우했지만 지금은 그런 문화가 사라졌다. 스승을 향한 사회적 존중이 사라지면 결국 교육의 질도 위협받는다”며 “교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처우 개선과 교권 보호가 시급하며 사회 전체가 ‘감사의 문화’를 회복해야 할 때다”고 진단했다.
가장 심각한 교권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교사가 교육활동 중 겪는 부당한 소송과 민원 문제에 대해 교육청 차원에서 대응할 전담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며 “고의성이 없는 경우에는 당국이 나서서 교사를 보호하고 책임을 분담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그래야만 교사들이 안심하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으며 그 안에서 열정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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