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통상장관회의, 제주서 개막…미중 관세·한미 공급망 논의 ‘물밑 전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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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통상장관회의, 제주서 개막…미중 관세·한미 공급망 논의 ‘물밑 전쟁’ 예고

폴리뉴스 2025-05-15 13:42:15 신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15일부터 이틀간 제주 서귀포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가 최근 격화됐던 글로벌 통상 갈등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미중 간 고율 관세 인하 합의 직후 이뤄지는 첫 고위급 대면 접촉이자, 한미 간 ‘7월 패키지 딜’의 실질적 중간 점검이 이뤄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는 APEC 21개 회원국 통상 수장을 비롯해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다. 한국 정부는 2025년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 준비의 일환으로 이번 회의를 유치했고, 회의 주제는 아태지역의 연결성 강화, 디지털 전환, 지속가능한 무역 등으로 설정됐다.

하지만 실질적인 관심은 이른바 ‘양자 회담’으로 쏠린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통상 수장이 제주에 집결하면서 최근 극적인 ‘관세 휴전’ 합의의 연장선에서 어떤 추가적인 논의가 오갈지 주목된다.

미국 측에서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한다. 그는 지난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국의 리청강 상무부 부부장과의 협상을 주도해 양국이 상호 고율 관세를 각각 115%포인트 인하하는 데 합의한 주역이다. 이번 제주 회의는 이들 두 인물이 공개적으로 다시 마주하는 첫 공식 무대다.

제네바 합의 이후 약속된 90일간의 관세 인하 기간이 시작된 가운데, 제주에서의 만남이 상호 수출 통제 완화나 기술제품 무역 확대 등 추가 진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측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등 전략물자와 관련한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과 미국도 16일 오후 장관급 양자 회담을 공식화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4월 말 열린 2+2 통상협의에서 도출된 ‘7월 패키지 딜’의 중간 점검 성격으로, 한미 양국은 7월까지 주요 쟁점을 포괄하는 협상 패키지를 도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번 회의의 공식 수석대표이지만, 실질적인 협의 진행을 위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직접 제주를 찾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분야별 순차 협의의 연장선에서, 구체적 합의보다는 논의 대상 분야에 대한 폭넓은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는 6월 3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한국 정부가 협상에서 지나치게 선명한 결과 도출을 피하려는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일본은 이번 회의에서 상대적으로 힘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무토 요지 장관과 대미 통상 협상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장관이 불참하고, 대신 오오구시 마사키 중의원이 대표로 참석한다. 이는 미국과의 민감한 자동차 관세 협상에서 섣불리 카드를 꺼내 들기보다는 상황을 관망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현재도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자국산 자동차에 고율 관세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급한 양자 합의는 오는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공세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크다. 다이이치 생명경제연구소의 구마노 히데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동차는 일본의 대미 수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품목인 만큼, 일본 정부가 이번 회의에서 저자세를 취하는 것은 정치적 계산이 깔린 전략적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제주에서의 이번 APEC 회의는 겉으로 보기에는 다자무대지만, 실제로는 각국이 주요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벌이는 물밑 경쟁과 외교의 장이다. 특히 미중 간 관세 협상, 한미 간 공급망 재편 논의, 일본의 보수적 통상 전략 등이 맞물리며 회의장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식 의제보다 오히려 회의장 밖에서 이뤄지는 양자·소다자 접촉이 제주 회담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한국으로서는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앞서 중심 국가로서 존재감을 각인시킬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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