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오는 6월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를 앞두고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 측이 민원을 이유로 상영관 대관을 취소하면서 성소수자 혐오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에 따르면 조직위는 전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한국퀴어영화제가 민원으로 인한 대관 취소 문제로 불발된 사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극장 측과 조직위는 대관 계약 절차를 마치고 지난달 28일 최종 계약서까지 발송했으나 계약서 서명을 앞두고 극장 측이 돌연 대관 합의를 취소했다. 취소 원인에 대해 학교 측은 “반복적인 민원 제기와 ‘이화의 정체성을 위협한다’는 주장이 극장 운영에 압박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퀴어영화제는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진행됐다. 조직위는 “현재도 기독교 정신에 반하는 영화제가 대학 공간에서 열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온라인 여론을 통해 지속되고 있다”면서 “동성애를 홍보하지 말라는 문구와 함께 유포되는 이 같은 메시지들은 성소수자라는 존재를 부정하고 배제하려는 혐오이며 시대착오적 분위기를 드러낸다”고 강조헀다.
실제로 ‘이화여대를 지키고 사랑하는 이화인 일동’이라는 익명의 단체는 ‘이화여대 퀴어영화 상영 반대 서명 및 항의’라는 제목의 반대서명을 모집하고 총장실로 연결되는 연락처를 개제해 해당 행사에 대한 항의를 촉구했다.
이들은 “한국퀴어영화제는 헌장 제1조 창립이념인 기독교 정신에 반하기에 이화여대의 교육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언급한 창립이념은 “이화여대는 대한민국의 교육이념과 기독교정신에 바탕을 둔 여성의 인간화를 위해 여성들이 건전한 인격과 교양 및 전문지식을 갖추도록 교육하고 진취적인 학문 연구와 적극적인 사회봉사를 통해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직위는 이번 사태를 두고 “단순히 대관이 허가되지 않은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이는 표현의 자유, 문화 예술 활동의 자유, 소수자 존재 자체에 대한 억압의 구조가 드러난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교육기관이 외부 압력에 따라 독립적 판단을 포기하고 교육기관으로서의 신뢰를 훼손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화여대 학생들도 이번 사태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화권리단위연대체 ‘이음’에 소속된 학생 자치 단체들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학측의 이번 결정이 퀴어에 대한 탄압이며 소수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조직위는 이번 대관 불허 사태에 대해 전날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하며 이후 정보공개청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의사를 표명했다. 이들은 개막 예정일이었던 오는 6월 20일까지 남은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긴급구제가 시급하다며 이화여대와 아트하우스 모모 측이 책임 있는 대응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국퀴어영화제는 성소수자의 다채로운 삶을 영상 매체를 통해 향유하고 퀴어 영화인의 네트워크 구축을 목적으로 매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영화제로, 올해에는 40여편의 국내외 퀴어 영화들이 상영될 예정이었다. 조직위가 운영하는 제26회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오는 6월 14일로 예정돼 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