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만두'가 미국 시장을 재패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Bibigo)는 현재 미국 전역의 주요 대형 유통망인 코스트코, 월마트, 타깃 등에서 판매되고 있을 정도로 미국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다. 간 고기를 꺼려하는 미국인 입맛에 맞춰 '썰어넣은 고기'로 만두 속을 채웠다. 돼지고기·부추 대신 닭고기·고수를 넣고, 비건 인증을 받은 식물성 만두를 선보인 것도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스포츠팬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면서 대중 인지도를 넓혔다. 미국프로농구(NBA) 팬들은 야구 시합에서 LA레이커스 선수들 가슴에 붙은 '비비고' 로고를 선명히 기억했다.
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13일 공시보고서에서 "한국 문화의 세계화 트렌드에 발맞춰 K-푸드의 글로벌화, 현지화를 통해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유럽 등 해외 식품시장 진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이를 위해 만두, 치킨, 가공쌀, K-소스 등 글로벌 대형화가 가능한 제품을 선정해 K-푸드의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비비고' 브랜드를 글로벌 대형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전략도 재차 강조했다.
비비고는 2010년에 CJ제일제당이 처음으로 론칭한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한식 만두를 선보이며 글로벌 브랜드로 출발한 이후 다양한 한식 간편식 제품으로 확장됐다. 국내에는 2013년 정식 론칭돼 본격 시장에 진출했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은 올해 1분기 매출이 2조92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다. 이중 국내 식품사업 매출이 1조4265억원으로 정체를 나타냈지만, 해외 식품사업은 1조488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K-푸드 신영토 확장'에 속도를 냈다.
K-푸드 대표 브랜드인 비비고의 인지도가 계속 올라가면서 북미를 포함, 유럽과 오세아니아 등 글로벌 전역에서 고른 성장을 이어간 결과로 풀이됐다.
◇철저한 현지화…"입맛·재료·트렌드 다 잡았다"
특히 비비고 만두는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CJ 관계자는 "비비고 만두의 미국 시장 흥행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라며 "국내처럼 간고기가 아닌,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썰어넣은 고기를 만두소로 사용한 점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소비자들도 간고기(분쇄육)를 햄버거 패티, 스테이크, 미트볼 등의 형태로 많이 소비하지만, 육류 부위 미확인 등의 이유로 꺼려하는 일부 소비자층도 존재한다.
비비고는 이 부분에 집중해 만두소를 간고기가 아닌 썰은 고기로 대체했고 미국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또한 간고기의 다진 소를 만두피에 주입하는 공정 대신에, 상대적으로 큰 덩어리의 썰어넣은 고기를 밀어넣는 방식으로 생산하기 위해 생산설비 및 장비도 재정비했다.
한편 고수·비건 등 미국 소비자들의 선호도 잘 반영한 점도 해외 인기 비결이다.
만두피가 두꺼운 중국식 만두와 달리 얇고, 채소가 많은 만두소를 강조해 '건강식'으로 차별화했다. 현지 식문화를 반영해 돼지고기·부추 대신 닭고기와 고수를 넣은 '치킨&실란트로 만두'도 개발했다. 이에 '비비고 치킨&실란트로 미니 완탕'은 지난 2월 미국 대형마트 코스트코의 '필수구매 냉동식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12월 대체육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론칭하면서 선보인 '비비고 플랜테이블 왕교자'도 출시 3달 만에 식물성 만두 분야 매출 정상을 달성했다. 이 제품은 글로벌 비건 인증기관인 V라벨에서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김치 왕교자의 경우에도, 액젓이 들어간 김치를 사용하지 않고 절임배추, 마늘, 고춧가루 등으로 맛을 낼 정도로 엄격한 비건을 적용했다.
◇NBA 통한 스포츠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 높여
브랜드의 대중 인지도는 스포츠 마케팅을 적극 활용했다. NBA 팀인 LA 레이커스와의 마케팅 협업을 통해 미국 야구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간 것도 효과를 발휘했다.
비비고는 2021년 9월부터 LA레이커스와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LA레이커스는 북미와 아시아, 유럽, 중동 등지에서 2억8000만명의 팬덤을 보유한 농구팀으로, 소셜미디어 팔로우 수만 6000만명이 넘는다. 팬의 절반 이상이 MZ세대일 정도로 젊은 세대의 관심도 높다.
비비고는 이 계약을 통해 LA레이커스 최초의 글로벌 파트너 자격을 갖추고, 유니폼 로고 노출, 홈구장 브랜딩, 다양한 온·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비비고는 LA레이커스의 NBA 통산 18번째 우승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18번을 포장지에 넣을 정도로 현지에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LA레이커스는 2020년 통산 17번째 우승이 마지막 기록이다.
현지 공장 인수를 통해 현지 네트워크를 확보한 접근 방식도 통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미국 냉동식품 가공업체 슈완스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도약에 힘을 보탰다.
슈완스의 미국 내 물류와 유통망을 활용해 비비고 브랜드의 판로를 넓히면서, 슈완스 인수 후 미국 식품 매출이 연 3000억원대에서 지난해 4조7138억원으로 15배 넘게 성장했다.
북미와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해 8000억원을 투자해 헝가리 부다페스트 근교와 미국 사우스다코타에 신규 공장 건설도 추진한다. 슈완스는 미국 사우스다코타 수폴스에 2027년 완공 목표로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을 짓는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제조 시설이 된다. CJ제일제당은 이를 바탕으로 현지 만두시장 1위인 비비교의 점유율을 42%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달 초 일본을 방문해 "K-컬처 열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글로벌 확산의 중요한 기회"라며 "K팝과 드라마뿐만 아니라 식품, 뷰티,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K-라이프스타일이 확산할 수 있도록 현지화와 글로벌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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