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서민과 소상공인 금융지원이 여야 대선후보들의 주요 공약으로 부상하면서, 은행권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치권이 ‘상생금융’ 기조를 앞세워 대출금리 구조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은행들은 단기적인 재원 부담을 넘어 중장기 수익모델의 전환이 필요해지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각각 서민·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후보는 저금리 대환대출, 배드뱅크 설치, 폐업 시 대출금 상환 유예 요건 완화, 가산금리 산정 기준 법제화 등을 포함했다. 김 후보는 소상공인 대상 긴급자금 공급, 생애주기별 자금지원 체계, 전문 금융기관 설립, 금융 플랫폼 통합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정책 공약이 구체화될 경우, 그 재원은 결국 은행이 부담하게 되는 구조다. 윤석열 정부 시절 은행권이 4조원 이상 출연한 상생기금 사례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이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가산금리 산정에 법적 통제가 가해질 경우,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LS증권 전배승 연구원은 “가산금리 규제는 은행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세전이익의 5~10%가 줄어들 수 있다”며 “예보료, 출연료 등 각종 원가 요소를 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면, 사실상 가격 통제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압박 속에서 은행권은 전통적인 예대마진 중심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한 구조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수수료 기반 자산관리·신탁·보험 판매 사업 강화, 디지털 플랫폼 제휴 확대, 중소상공인 대상 맞춤형 컨설팅 금융상품 개발 등이 대응책으로 거론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에 제약이 가해지면, 은행은 고객 기반 수수료 비즈니스로 이익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플랫폼 경쟁력 확보와 디지털 전환이 수익 방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신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금리 하락과 정책자금 출연이 동시에 진행되면 대출 포트폴리오 전환이 불가피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신용자 위주의 리스크 분산 전략, 상환 능력 기반 여신 심사 정교화, 정책금융과의 공동 리스크 분담 모델 구축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과의 협의 없이 무리하게 금리가 인하되면 가계부채 급증과 부실 대출 확산이라는 이중 리스크에 노출될 수도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단순히 대출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건전성 중심의 신용 공급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정책금융과의 연계 없이는 실효성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공약이 단기성 선심정책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수다. 전문가들은 지역금융기관 및 신협과의 연계를 통한 전달체계 보완, 비재무 정보를 반영하는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시스템 도입, 상환 유예 종료 이후 연착륙을 위한 재도약 프로그램 마련 등을 핵심 조건으로 제시한다.
또한 금융권과 정치권 사이에 상시 협의채널을 제도화해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고 시장과의 괴리를 줄이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책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공급 중심의 대출 확대는 결국 부실을 낳을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금융정책이 되려면 실행주체인 은행과의 충분한 조율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정치권이 금융시장을 단순한 정책 집행 수단이 아닌 구조 개입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신호가 명확해졌다. ‘은행산업은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이라는 고전적 과제를 다시 마주하고 있으며, 향후 금융시장 질서의 방향은 은행권의 대응 전략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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