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한국배구연맹이 주관하는 KOVO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은 프로배구 대형 이벤트 중 하나다. 남녀부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의 결과로 한 해 농사가 좌우될 수 있다. 그런 만큼 구단들은 단장, 사무국장, 팀·차장급 등 핵심 인력을 현지에 파견한다. 6일(이하 한국 시각) 시작해 9일까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트라이아웃에 배구연맹과 중계 방송사, 구단 관계자까지 100여 명이 파견됐다.
그러나 정작 이스탄불에서는 제도 유지에 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드래프트 이후 만난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은 “트라이아웃 제도에 점점 한계가 온다고 생각한다. 처음 신청한 선수들이 하나둘 취소하면서 결국 뽑을 만한 선수는 3~4명이었는데, 제대로 뽑기 쉽지 않다. 개선해야 할 점이 보였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마우리시오 파에스 우리카드 감독은 “V리그에서 뛸 만한 선수가 6~7명 보였다”고 평가했지만, 그 역시 남자부 총 참가 외국인 선수 30명에 비하면 지극히 적은 수치다.
드래프트 당일 일부 감독들은 “운이 좋았다”는 표현을 썼다. 심지어 일부 관계자들은 구슬 추첨 결과를 듣고 환호하기도 했다. 한 배구 관계자는 매년 반복되는 모습에 “좀 심하게 말하면 야바위 현장이 떠오른다”고 날을 세웠다. 구슬 추첨 결과에 따라 다가오는 시즌 각 구단 전력이 상당 부분이 좌우되는 현상은 V리그의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V리그는 남자부(2005-2006시즌), 여자부(2006-2007시즌) 순으로 외국인 선수 자유계약 제도가 도입됐지만 지속되진 못했다. 2015-2016시즌 여자부에서 먼저 트라이아웃을 열었고, 2016-2017시즌부터 남자부도 트라이아웃으로 외인을 뽑았다. 트라이아웃은 한때 미국에서도 개최됐지만, 연맹 관계자에게 따르면 비자 발급 등 문제로 특정 지역 선수들이 참가하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최근엔 두바이, 이스탄불에서 진행하고 있다.
배구계는 현행처럼 공개 선수 선발이 아닌 자유계약 제도로의 전환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미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외인 선수 중 데려와야 한다는 규정으로 선수 수급에서 애를 먹은 적이 있다. 그래서 일부 구단은 외국인 선수 '2명 보유, 1명 출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적도 있다고 한다. 상당수 구단 고위 관계자들은 이스탄불 현지에서 자유계약 제도 전환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결국 시기의 문제가 될 전망이다. 남녀부가 시작 시기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트라이아웃이 적어도 내년까진 열릴 것으로 보이지만, 배구계의 논의가 진전되면 이후에 제도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도시’로 불리는 이스탄불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했다. 경건함이 묻어 있는 유서 깊은 건축물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부터 인간미가 느껴지는 전통 재래시장 ‘그랜드 바자르’, 고급 레스토랑들이 즐비했던 부촌 ‘에틸레르’, 남다른 운치를 자랑한 ‘보스포루스 해협’까지 각양각색 풍경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트라이아웃 현장 취재를 다녀온 후에도 이스탄불의 아름다운 달밤은 종종 뇌리를 스친다. 물론 그럴 때마다 진정 배구 발전을 바라며 목소리를 높였던 배구인들의 간절함도 하나둘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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