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한나연 기자] 21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 주요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주택 공급'을 외치고 있지만, 시장과 유권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청년 주거 안정,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을 내세우며 '공급 확대'라는 큰 방향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세부 방안과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선 주자들은 10대 핵심 공약 등을 통해 주택 공급 확대를 핵심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먼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기 신도시(분당·일산·산본·중동·평촌) 노후 인프라 재정비, 서울 노후 도심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상향과 분담금 완화를 약속했다. 또 4기 스마트 신도시 추진과 함께 유휴 국공유지와 노후 공공청사를 복합 개발해 공공주택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러나 현재 3기 신도시조차 공급 지연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추가 신도시 추진의 현실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 후보는 고품질 공공임대주택과 공공임대 비율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공급 규모나 시기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혁신, 종합부동산세 개편,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을 통해 민간 주도의 공급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추진했으나 여소야대 국회에서 입법이 무산된 전례가 있어 정치 현실상 실현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 대학가 '반값 월세존' 조성, '3·3·3 청년주택 정책' 도입 등도 공약했다. 해당 정책은 결혼하면 3년, 첫 아이 출산 시 3년, 둘째 출산 시 3년 등 총 9년간 주거비를 지원하는 주택을 매년 10만가구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공공주택의 10% 이상을 1인 가구 맞춤형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다만 제한된 예산 내에서 이 같은 공약들이 실제 어느 수준까지 집행 가능할지, 구체적인 설계와 재원 조달 방안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전용면적 59㎡ 등 소형 평형 중심의 개발을 통해 시장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청년·신혼·다자녀·고령자 등 생애주기별로 취득세와 양도세를 감면하는 '맞춤형 주택 세금 감면' 정책도 제안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근 대담을 통해 "이준석 후보의 공약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오긴 했다"며 "공급을 하더라도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전용면적 30㎡ 원룸 같은 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 방향은 대선 후보들의 공통점인 것 같다"고 바라봤다.
전문가들은 여야 후보들 모두 방향성은 제시했지만, '어디에·언제·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 전략이 부실하다는 점을 문제로 꼽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 공약이 실현 가능성을 감안한 '신중한 접근'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실행력 없는 선언적 약속이라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된다.
과거 대선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무려 250만호 공급을 공언했고, 이재명 후보(140만호), 안철수 후보(250만호) 역시 물량 중심의 대규모 공급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물량 제시는 줄고 규제 완화나 제도 개선 중심의 공약이 늘었으나 정책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 여전히 희미하다.
특히 정비사업 활성화와 신도시 조성의 경우 수년이 소요되는 중장기 과제인 데다, 공급 확대를 뒷받침할 예산 확보와 지자체 협의 문제 등도 현실적인 난제로 작용한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대규모 공급 약속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면서 정치권도 방향을 전환한 듯 보이지만, 지금처럼 추상적인 공약만으로는 정책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수도권 주택 공급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 있는 공급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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