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기구 설치는 했지만 운영은 ‘미비’
14일 교육부의 ‘2024년 대학 성희롱·성폭력 전담조직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대학의 전담조직 설치율은 100%다. 총 478개 대학(대학원대학 등 포함) 중 428개교가 조사에 참여한 결과다. 그러나 전담기구의 실질적 운영은 예산·인력 부족 탓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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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전국 대학 전담기구의 평균 성희롱·성폭력 사안(성폭력 사안) 담당 인력은 2.96명이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성폭력 사안 업무만 전담하는 인력은 평균 0.38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인력은 대부분 성폭력 사안 외에도 인권침해 대응이나 일반 행정 등 두 가지 이상의 업무를 겸직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이 세 가지 업무를 모두 겸직하는 인력도 평균 1.75명에 달했다. 직책별 겸직 현황을 보면 ‘소장·센터장’의 겸직률이 80.6%로 가장 높았고 ‘기타’ 직책이 73.1%, ‘상담원·연구원’은 59.1%, ‘행정직원’은 57.2%로 뒤를 이었다.
전담기구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전문 인력 부족’(42.1%)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정규직원 부족’(23.1%), ‘재정 부족’(13.6%)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규모 대학에서는 ‘전문 인력 부족’ 응답 비율이 44.6%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으며, ‘정규직원 부족’은 사립대보다 국공립대에서 더 높은 비율로 응답됐다.
운영상 어려움으로 ‘재정 부족’을 꼽은 대학(13.6%)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가 조사에서는 45.1%가 ‘인건비 부족으로 전담 인력 채용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23.0%는 ‘법률 등 외부 자문비 부담’, 18.3%는 ‘전문성 있는 심의위원 섭외의 어려움’을 꼽았다. 대학 유형별로 보면 사립대는 ‘인건비 부족’ 응답이 47.1%로 가장 많았으며 국공립대는 ‘외부 자문비 부담’이 30.8%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대학 노력만으론 한계…정부 지원 병행을”
전담기구의 운영 형태에도 차이가 컸다. 응답 대학 중 75.5%는 인권센터 소속으로 전담기구를 운영하고 있었고 별도 독립기구 형태는 2.6%에 그쳤다. 기구의 독립성 확보와 권한 부여 수준에서도 편차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이런 이유로 사건 처리의 일관성·객관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최근에는 조선대 신입생 MT에서 러브샷 강요와 성희롱성 발언이 잇따라 폭로돼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일이 있었다. 신입생에게 입으로 술을 넘기게 하거나 성기 지칭 용어를 사용하는 등의 부적절한 행위가 드러나며 학내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 측은 인권윤리센터 직권조사를 검토 중이다.
교육계에선 대학 내 성희롱·성추행 사례가 잇따르는 만큼 전담기구가 실질적인 예방·대응 역할을 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학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정부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전문인력과 충분한 시간이 확보돼야 피해자에게 체계적인 상담이 가능하다”며 “디지털 성범죄나 위계에 의한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선 대학의 의지뿐 아니라 교육부의 재정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생과 연구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일할 수 있어야 대학의 미래도 지속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보고서 역시 “전문 인력의 안정적 확보, 전담기구의 독립성 보장, 소규모 대학에 대한 맞춤형 예산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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