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고환율과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식품업계가 지속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가운데, 서민 술로 불리는 맥주 가격까지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삼겹살, 계란, 채소 등 주요 식품 가격이 일제히 치솟으며 소비 침체의 장기화가 우려된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28일 자정부터 테라, 켈리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2.7% 인상한다. 주요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주된 원인이다.
맥주업계는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앞서 업계 1위인 오비맥주는 지난달부터 출고가를 평균 2.9% 인상했으며, 롯데아사히주류가 수입하는 ‘아사히 맥주’ 역시 지난 3월부터 8~20% 가격을 올렸다.
이번 맥주 가격 인상은 보리, 맥아, 홉 등 주요 원료의 가격이 오른 데 따른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작황 부진과 세계적인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다.
유흥시장 내 주류 가격도 인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최근 고물가로 외식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만큼 이번 인상이 실제 판매가에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문제는 주류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먹거리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계란, 돼지고기 등 일부 축산물을 중심으로 한 식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지난달 삼겹살 가격은 100g당 2,400원대로, 최근 3년 평균치보다 7% 넘게 상승했다. 이달에는 2,60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식탁 반찬으로 자주 쓰이는 계란 역시 지난 3월 3,200원대였던 특란 10개 가격이 지난달에는 3,600원대로 뛰었다.
가공식품 물가도 크게 상승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해, 2023년 12월(4.2%)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코코아, 커피 등 국제 원재료 가격과 환율, 인건비 및 공공요금 상승 등이 반영된 결과다.
이처럼 먹거리 물가는 오르는데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약화되면서 경기 불황의 악순환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마트와 식당에서의 지출을 현저히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 서비스업 동향조사에 따르면 음식료품 소매판매지수는 2022년 전년 대비 2.5% 하락한 데 이어, 2023년에는 3.0%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1.5% 줄었으며, 음식점업 생산은 2023년 0.7% 감소에서 2024년에는 1.9%로 감소 폭이 확대됐다. 올해 1분기 음식점업 생산은 3.4% 감소해, 지난해 4분기(-4.7%)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집밥뿐 아니라 외식 소비까지 동반 감소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생계형 소비 축소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경기 침체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먹거리 가격 안정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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