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의 재무구조 개선에 총 2800억원을 투입하며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는 내년 말로 예정된 대한항공과의 통합 LCC 출범에 앞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3일 공시에서 에어서울의 유상증자에 참여, 3600만 주를 1800억원에 추가 취득한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오는 14일로,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은 에어서울의 안정적인 경영 기반 마련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에어서울은 2019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며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가 겹치면서 정상화 시도는 수년간 지연됐고, 2023년 5월 국토교통부로부터 공식적인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받은 바 있다. 항공사업법상 국토부는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거나 완전 자본잠식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해당 항공사에 대해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불이행 시 면허 취소도 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번 유상증자 참여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최근 2년간 에어서울은 10~20%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국내 항공사 중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보여줬다”며 “이 같은 성과를 고려할 때 에어서울은 향후 충분한 투자가치를 지닌 회사이며,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장기적인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이번 결정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유상증자와 함께 에어서울은 8대 1 비율의 감자도 병행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감자 계획을 별도로 공시하며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정상화의 일환으로, 감자 기준일은 오는 5월 28일”이라고 밝혔다. 감자는 보통주 8주를 동일한 액면가(5000원)의 1주로 병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회계상 결손금을 줄여 순자산을 회복시키고 향후 외부 투자 유치나 차입 여력 확보를 용이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또 다른 자회사인 에어부산에 대해서도 10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영구 CB는 만기 없이 이자를 지급하며, 일정 조건 하에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으로 자본으로 인정받아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에어부산 역시 코로나19 이후 회복세에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CB 인수는 재무 건전성 강화뿐 아니라 에어부산의 장기적 경쟁력 회복을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대한항공과의 합병 절차가 진행 중이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글로벌 경쟁당국의 승인 과정을 거쳐 내년 말경 최종 통합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은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와 함께 하나의 통합 저비용항공사(LCC)로 재편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각사의 재무 및 사업구조 안정화는 필수 과제로 꼽혀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합 LCC 출범 이후의 경쟁 환경을 고려하면 사전에 재무 리스크를 제거하고 사업 구조를 다듬는 것이 중요한 선결 과제”라며 “아시아나항공의 이번 결정은 사후 통합 비용을 줄이고 향후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조치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그룹 차원의 항공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중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이 각자의 구조조정을 마친 뒤 통합 LCC로 새롭게 출범한 이후 탄탄한 재무 기반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에 나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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