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고환율·원가 폭등에 1분기 성장세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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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고환율·원가 폭등에 1분기 성장세 '주춤'

폴리뉴스 2025-05-14 14:14:38 신고

[사진=연합늇]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국내 식품업계를 덮쳤다. 소비 위축에 고환율, 원재료값 급등이라는 삼중고까지 겹치며 주요 식품기업들이 올 1분기(1~3월) 실적 발표에서 잇따라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CJ제일제당,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이 나란히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내놓았고, 오뚜기·농심 역시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과 오리온은 고환율 수혜 속에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33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감소했다. 매출 역시 0.1% 줄어든 7조2,085억 원에 그쳤다. 전체적으로는 소폭 감소에 그쳤지만, 주력인 식품 부문에서는 영업이익이 무려 30%나 줄어들며 내수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눈에 띄는 대조는 국내와 해외 매출에서 나타났다. ‘비비고’ 브랜드가 미국과 유럽에서 호조를 보이며 해외 식품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1조4,881억 원을 기록한 반면, 국내 식품 매출은 1조4,365억 원으로 1% 감소했다. 여기에 밀가루, 육류 등 원재료 가격 상승이 수익성에 부담을 더했다.

롯데웰푸드는 1분기 영업이익이 16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1% 급감했다. 이는 증권가 평균 전망치인 240억 원을 한참 밑도는 수치다. 주요 원인으로는 초콜릿의 핵심 원재료인 코코아 가격 폭등이 지목된다. 미국 뉴욕 선물시장 기준, 2023년 초 톤당 2,000달러 선이던 코코아 가격은 2024년 말 기준 1만2,400달러까지 치솟으며 6배 이상 급등했다. 이로 인해 제조원가가 급격히 상승했고,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원가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2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9% 감소하며 시장 기대치(386억 원)를 크게 밑돌았다. 주요 원재료인 과일 농축액과 커피 추출물, 알루미늄 캔 등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나들며 수입 단가가 치솟은 점이 수익성 저하의 핵심 배경이다.

다른 주요 식품기업들도 부진한 성적이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오뚜기의 1분기 영업이익이 652억 원, 농심이 52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0.9%, 15.3%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라면과 즉석식품 등 주력 제품의 내수 판매 둔화와 원가 부담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기업들은 정반대의 분위기다. 삼양식품과 오리온은 해외 판매가 전체 매출의 각각 77%, 65%를 차지하는데, 최근 고환율이 수출 단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오히려 실적 개선의 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삼양식품은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불닭볶음면 등의 인기가 지속되며,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장중 주가가 100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사실상 ‘황제주’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전반적인 업황은 부정적이지만, 업계는 하반기부터 점차 반등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미 주요 업체들은 원가 상승을 소비자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2월 빼빼로, 아이스크림 등 26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9.5% 인상했으며, 농심과 오뚜기 또한 3~4월 라면과 스낵류 가격을 인상했다.

한 식품사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는 원가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아 수익성이 저조했지만, 하반기부터는 재고 소진과 함께 가격 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 소비 심리 회복 여부도 실적 반등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순한 가격 인상만으로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고물가 기조 속에서 소비자들의 지출은 여전히 위축돼 있으며,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수요 둔화도 우려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단기 실적보다 장기적인 체질 개선, 글로벌 전략 다변화에 더욱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1분기 식품업계의 실적은 단순한 수치 하락을 넘어, 국내 내수 시장의 구조적인 취약성과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하는 기업의 체력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살아남는 자와 도태되는 자의 격차는 하반기부터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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