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프로 20년차’ 포항 전설 신광훈의 확신 “포항 선수들은 포항 덕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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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1st] ‘프로 20년차’ 포항 전설 신광훈의 확신 “포항 선수들은 포항 덕을 본다”

풋볼리스트 2025-05-14 06:4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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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훈(포항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신광훈(포항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포항] 김희준 기자= 38세 신광훈은 올해로 프로 20년차를 맞았다. 2006년 포항스틸러스에서 데뷔한 이래 20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다. 포항에만 있던 것은 아니다. 2008년부터 2년 동안 전북현대로 임대를 가기도 했고, 안산경찰청FC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FC서울과 강원FC에 2년씩 몸담기도 했다.

신광훈은 돌고 돌아 2021년 포항에 돌아왔다. 황혼기에 접어들 나이였지만 매년 투지를 불태웠다. 매 시즌 포항 주축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선수단 분위기를 잡는 베테랑의 역할까지 수행했다. 2023년에는 FA컵(현 코리아컵)을 들어올리며 팀에 10년 만의 우승컵을 안겼고, 지난해에도 코리아컵을 들어올리며 포항이 대회 역대 최다 우승팀으로 발돋움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이번 시즌 신광훈은 여전히 주전급 선수로 포항을 이끈다. 매년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가 나오곤 하지만 올해도 변함없는 실력으로 포항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어느덧 한국프로축구연맹 주관 대회에서 통산 476경기를 소화했고, 신광훈은 500경기 출장을 목표로 나아가는 중이다.

▲ 프로 20년차 베테랑의 비결은 ‘충분한 수면’

Q 초등학교 때부터 포항에 있었는지

A 초등학교 졸업할 때쯤에 포항에 왔다. 원래는 안동에서 축구를 했고 초등학교 6학년 11월 정도에 포항에 와서 한두 달 학교를 다니다가 졸업하고 포철중학교를 갔다.

Q 그 시절 포항에서는 초등학생들이 공을 차고 있으면 포항 선수들이 즉석 레슨을 해줬다던데

A 포철중 다닐 때도 비슷한 게 있었다. (이)동국이 형이 오셔서 같이 패스하고 경기했던 기억이 있다.

Q 그런 기억이 프로 생활에 원동력이 됐나?

A 큰 동기부여가 됐다. 그때 동국이 형을 비롯한 형들이 유니폼을 하나 가져와서 오늘 잘하는 선수에게 주겠다고 하면 그날 훈련은 불꽃이 튄다. (유니폼 받은 적 있는지) 나는 한 번도 못 받았다. 받으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신광훈(포항스틸러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신광훈(포항스틸러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Q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포항에서 맞이하는 프로 20년차를 예상했나?

A 전혀 못했다. 10경기, 50경기라도 뛸 수 있을까 생각을 했었다. 나보다 2, 3년 형들도 2군에서 2, 3년 고생하다가 다른 팀을 가는 걸 포철고등학교 가고 많이 봤다. 그래서 목표를 낮게 잡았다. 입단으로 첫 번째 목표를 이뤘지만 다음 목표는 낮게 잡았던 기억이 있다.

Q 처음 주전이 됐을 때는 감회가 남달랐겠다

A 1년차에 10경기를 뛰었다. 그래서 어깨가 올라갔다. 1년차에 10경기 뛰는데 2년차에 2, 30경기 뛰겠다 싶었다. 근데 반대로 5경기밖에 못 뛰었다. 내가 축구를 하고 못 뛴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게 많이 힘들었고 이 감정을 다시 느끼지 않으려면 뛰어야 하고, 뛰려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을 많이 했다.

Q 1군에 합류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는지

A 운동도 노력도 많이 했다. 지금 박태하 감독님이 그때 수석코치셨다. 파리아스 감독님한테 내 얘기를 잘 해주신 덕에 데뷔를 할 수 있었다. 같은 포지션에 너무 좋은 선수가 많아서 포항에서 전북으로 임대를 갔던 것도 돌아보면 축구 인생에서 전환점이 된 것 같다.

Q 프로로서 오랫동안 뛰면서 몸 관리에 특별히 신경쓸 것 같은데

A 선수 생활 초반보다는 잠을 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 한다. 일주일에 한 경기가 있다고 예를 들면 그 한 경기를 위해서 나머지 5, 6일을 산다. 그러지 않고서는 퍼포먼스를 예전처럼 내기가 쉽지 않다.

Q 잠 못 이루는 현대인에게 추천하는 수면 비법이 있나?

A 나도 잠에 대해 진짜 많이 고민했다. 가면 바로 안 씻고 소파에 눕게 되지 않나. 그러다 보면 릴스 보고 30분, 1시간이 그냥 지나간다. 나는 요새 하루가 22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오후 8시가 되면 오후 10시가 됐다고 생각한다. 침대에는 오후 9시 정도에 무조건 눕는다. 오후 10시부터 12시는 내 하루에 없다. 오후 10시까지를 내가 쓸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미루지 않게 된다. 이따가 씻자, 조금 늦게 자자 생각하지 않는다.

신광훈(포항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신광훈(포항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 포항이 어려울 때 빛나는 베테랑의 품격

Q 이번 시즌 초반 포항이 어려웠는데

A 축구가 그렇다. 지난 시즌에는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다 바뀌었다고 초반에 성적이 안 좋을 거라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번 시즌에는 코리아컵 우승해서 주축도 다 잡았는데 초반에 좋지 않았다. 축구장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다른 말 필요 없이 우리가 만든 거다. 감독님이나 코칭스태프가 시스템이나 전술적으로 우리를 변화할 수 있게 도와주지만 결국 그걸 완성하는 건 선수들이다. 우리들의 노력이 부족했고 우리가 실행하는 것이 부족했기 때문에 초반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Q 팀이 어려울 때 베테랑으로서 선수들에게 전한 메시지가 있는지

A 어린 선수들은 내가 이상한 소리를 해도 지지를 많이 해준다. 선수들이 ‘네, 광훈이 형’ 하면서 항상 힘을 실어줘서 고맙다. 선수들과는 밥도 먹고 얘기도 하면서 왜 잘 안 될까 고민을 많이 했다. 훈련할 때 보니 공격적인 장면, 멋있는 장면에 젖어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수비할 때를 더 강조를 많이 했다.

Q 포항의 힘 중 하나는 베테랑에서 나오는 듯하다. 자신이 그 역할을 잘 물려받았다고 보나?

A 내가 다른 형들보다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여러 형들을 봤고 그들의 스타일이 다 달랐는데, 내가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따라한다. 새로운 건 잘 못해도 있는 걸 따라하면서 내 스타일로 녹이는 건 잘한다. 형들의 장점을 조금씩 따라했다.

Q 어떤 형을 가장 많이 따라했나?

A 나와 스타일이 정반대인 (황)지수 형이다. 지수 형의 묵직함, 카리스마, 후배들을 배려하는 행동. 그건 가르치기도, 배우기도 쉽지 않다. 그 행동을 하는 선수는 그 사람만의 매력을 지닌 거다. 지수 형은 그런 매력이 많았다. 나는 근엄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후배들을 대하는 방식은 지수 형에게 많이 배웠다.

왼쪽부터 이창우, 이헌재, 홍지우, 차준영, 조상혁, 홍성민, 한현서, 강민준, 백승원(이상 포항스틸러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왼쪽부터 이창우, 이헌재, 홍지우, 차준영, 조상혁, 홍성민, 한현서, 강민준, 백승원(이상 포항스틸러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포항 어린 선수들은 왜 잘하나요?

Q 이번 시즌 포항 반등 요인에 어린 선수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A (강)민준이, (한)현서, (조)상혁이 같은 친구들을 처음 봤을 때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특출나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그런데 지금 이 친구들이 경기를 뛰고 팀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내가 행동은 배울 수 없다 그러지 않았나. 이 친구들은 굉장히 겸손하고 참되다. 사람으로서도 그렇고, 선수로서도 그렇다. 태도가 경쟁력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이 친구들은 경쟁력이 있고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Q 같은 풀백이니까 한 번 더 물어보자면 강민준은 어떤가?

A 민준이는 오자마자 첫 인사로 ‘형이 제 롤모델’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얼마 전에 인터뷰에서도 민준이가 얘기하더라. 확실히 롤모델을 잘 정하니까 잘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웃음).

Q 실제로 어린 선수들과 얘기해보면 어떤 느낌인지

A 이 친구들이 나이 차이가 워낙 많이 나니까 아무래도 나를 어려워할 수도 있을 거다. 근데 옆에서 봤을 때는 마인드가 너무 좋은 것 같다. 초반에 좀 잘한다고 자기도 모르게 (어깨가) 나오는 선수들을 20년 동안 많이 봐왔다. 이 친구들에게는 요만큼의 우쭐함도 안 보인다. 겸양이 몸에 밴 게 아닐까 싶다. 발전할 자질을 매우, 매우, 매우 갖추고 있다.

Q 포항 선수들의 마인드 셋은 포항 덕인가 아니면 선수 덕인가?

A 앞선 친구들도 그렇고 (이)태석이, (홍)윤상이, (이)호재 같은 어린 친구들의 마인드가 좋다. 그런 선수들이 포항 덕을 본다고 생각한다. 성향이나 기질은 바뀌지 않지만 어린 친구들은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우도 많지 않나. 나는 선수들이 포항 덕을 본다고 말한다. 포항 덕을 보고 싶은 선수는 포항을 오라고 홍보도 한다.

Q 포항 덕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A 딱 집어서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따뜻하고 편안한 특유의 느낌과 분위기다.

신광훈(포항스틸러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신광훈(포항스틸러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신광훈과 포항의 동행 그리고 그 이후

Q 결론적으로 강민준이 등장하면서 미드필더로 올라갔다

A 돌이켜 보면 김기동 감독님이랑 3년 있으면서 거의 2년 반 동안 미드필더를 섰다. 작년에 박태하 감독님 왔을 때 풀백을 다시 1년 섰다. 오히려 포항에 돌아오고 나서는 미드필더를 더 많이 봤다. 지금은 어디서 무슨 역할을 하든 팀에 도움이 되려 한다. 뛰지 못하더라도 벤치에서나 훈련장에서 팀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면 좋겠다.

Q 멀티 플레이어로서 가치를 느끼나?

A 지수 형이 여기 코치로 있을 때 내가 미드필더를 처음 서는 거라 풀백이 훨씬 편하고 좋다고 하니 지수 형이 ‘너 선수 생활 길게 하면 할수록 아마 큰 자산이 될 거야’라더라. 맞는 말이었다.

Q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 것 같은지

A 원래는 둘째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하자는 목표를 서른 중반에 세웠는데 올해 그 목표를 이뤘다. 45살까지 하라는 팬도 있는데 정말 ‘찐팬’이신 것 같다. 지금은 한 경기 한 경기 우리 팀 감독님과 코칭스태프를 최대한 돕고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은 마음뿐이다.

Q K리그 통산 500경기(리그컵, 플레이오프 포함)도 가능할 것 같은데

A 산술적으로는 가능한데 사실 올해는 정말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걸 채우려면 내년까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인 목표이기는 하다.

Q 선수 생활을 돌아봤을 때 아쉬운 점은 없나?

A 예전에 나도 태석이처럼 어릴 때 대표팀을 간 적이 있다. 그때 안주를 했다. 포항에서 벤치에 앉는 시간도 없고 내가 잘하고 있으니까 대표팀에 가서 깨지고 돌아왔을 때 팀에서 연봉 주는데 팀에서 잘하면 된다는 안일함으로 안주한 기억이 있다. 태석이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대표팀 생활을 오래 했으면 좋겠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포항에 오래 있으면 좋겠지만 해외에 나갔으면 좋겠다고 항상 말한다. 호재, 태석이, 윤상이가 좋은 팀으로 좋은 대우를 받고 갔으면 하는 게 선배의 바람이다.

Q 이태석이 국가대표에 발탁된 후 해준 조언이 있는지

A 태석이가 잘하고 있어서 조언을 해준 적은 없다. 작년에 갔을 때는 그냥 뽑혀서 가나 보다, 경기를 뛴다기보다 훈련하러 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태석이가 3월 A매치에는 주전으로 뛰었다. 그만큼 자기가 노력하고 훈련장에서 보여준 거다. 잘하고 있다.

신광훈(포항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신광훈(포항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Q 은퇴 이후에 꿈꾸고 있는 건 없나?

A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는 걸 좋아해서 하나에 얽매이지 않으려 한다. 지금은 나도 내가 뭘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Q 포항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A 팬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내가 20대 때 중학생, 고등학생이었던 팬들이 지금도 나를 좋아해주신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그렇고 너무 많은 팬들이 내게 마음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선수로서 보답할 수 있는 길은 매 경기 좋은 경기력으로 승점 3점을 따는 거다. 개인으로서는 언제나 포항을 응원하고 포항에 도움을 주면서 팬들에게 받은 빚을 많이 갚고 싶다. 올 시즌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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