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구조조정과 워크아웃으로 고전하던 중형 조선사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대한조선, HJ중공업, 케이조선 등 국내 중형 조선 '빅3'는 지난해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14년 만에 동반 회복의 신호탄을 쐈다.
대한조선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1,581억 원을 기록했고 HJ중공업과 케이조선도 각각 291억 원, 112억 원의 영업 흑자를 냈다.
이에 대한조선 관계자는 "10여 년 전만 해도 비어 있던 독이 이제는 3년 치 물량으로 가득 찼다"라며 "이제는 3년치 일감이 독에 가득 차서 자리가 부족할 지경"이라고 환한 웃음을 보였다.
실제로 전남 해남의 대한조선에서는 하나의 독(선박건조장)에서 중형 원유운반선과 컨테이너선에 들어갈 블록을 동시에 제작하는 중이었다. 중형 조선사이기에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하나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업계의 호황 사이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세 회사의 총 영업이익은 4,2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내년에는 6,000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주 잔액 또한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중형 3사의 연간 수주 규모는 2020년 9,300억 원에서 2024년 기준 3조 4,000억 원으로 3.6배 증가했다.
이러한 반등의 배경은 '조선업 슈퍼사이클'의 도래에 있다. 대형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은 이미 독이 꽉 찬 상태이며 이로 인해 중형 조선사로 발주가 분산되는 '낙수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계 호황 4~5년간 지속될 가능성 높아
HJ중공업 역시 2008년 세계 5위 조선사였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깊은 침체기를 피할 수 없었다. 특히 2012~2013년에는 조선소 가동률이 0%에 이르러 회사의 존폐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그러나 HJ중공업은 생존 전략으로 대형 선박이 아닌 특수선 분야에 집중했다. 공기부양선, 고속 경비정 등 틈새시장을 노린 결과 최근 들어 슈퍼사이클을 맞이해 다시 전성기를 되찾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HJ중공업의 부산 영도조선소는 9000TEU급 컨테이너선과 각종 특수선이 동시에 제작되는 활기찬 현장으로 탈바꿈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1937년 영도조선소 개소 이후 이렇게 많은 특수선을 한꺼번에 제작한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하며 "HJ중공업은 친환경 선박에도 선제적으로 투자하여 최근 LNG 벙커링선을 11년 만에 수주하기도 했다"라고 성과를 자랑했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산 상선에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한국 조선소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중국 봉쇄 정책 발표 이후 컨테이너선 발주 문의가 예전보다 3~4배 늘었다"라며 "빠른 납기를 원하는 선주들이 대형사 대신 중형사를 찾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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