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박수남 기자] 2025년. 금호폴리켐은 어느덧 창립 40주년을 맞이했다. 대부분의 화학기업이 사양산업이라며 좌초하던 시절, 이 회사는 뚝심 하나로 외길을 걸어왔다. ‘화학은 죽지 않는다’는 명제를 믿은 금호의 뚝심이 빚어낸 유의미한 산물이다.
하지만 오래된 믿음은 때때로 가장 무서운 오래된 족쇄가 된다. 시장은 변하고, 고객은 달라졌다. 단가 경쟁의 끝자락에서 살아남는 법이 아닌, 시장을 다시 디자인해야만 했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 김선규 대표가 있었다. 그는 제품을 팔던 회사를 기술을 파는 조직으로 바꾸려 했다.
이 칼럼은 김 대표의 리더십과 금호폴리켐의 지난 10년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앞으로 5년간 이 기업이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냉정한 전망을 담았다. 단순히 '잘 나가는 기업'이 아닌, '어떻게 버티고, 어떻게 바꿔왔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1. EPDM 세계 2위? 숫자는 맞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금호폴리켐은 EPDM(Ethylene Propylene Diene Monomer) 생산량 기준 세계 2위 기업이다. 연간 생산량은 약 23만 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약 14%로 추정된다. 일본 JSR과 독일 Lanxess와의 기술력 경쟁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숫자 뒤엔 고민도 깊다. 글로벌 수요는 증가세지만, 중국발 공급 과잉이 치명적이다. 중국의 BlueStar, CNPC 등이 저가공세를 펴면서, 금호폴리켐의 마진율은 2021년 19.8%에서 2024년엔 13.4%까지 하락했다.
[자료: 화학산업통계협회, 금호폴리켐 내부 IR자료 종합]
EPDM 생산량: 230,000톤/연
전체 매출 중 EPDM 비중: 약 68%
2024년 EBITDA 마진율: 13.4%
2024년 수출 비중: 58% (주요 시장: 유럽 32%, 아시아 26%)
2. “단가 경쟁은 죽음이다”… 김선규 대표가 판을 바꾼 방식
김선규 대표는 연구소 출신이다. 1988년 금호그룹 입사, 이후 기술본부, 생산기획팀, 전략팀 등을 거치며 금호폴리켐 내부를 ‘속속들이’ 아는 인물이다. 엔지니어의 DNA를 가진 엔지니어형 CEO인 것이다.
그가 대표로 취임한 2018년, 회사는 뚜렷한 위기감에 휩싸여 있었다. 성장 한계, 원가 상승, 고질적인 조직 경직성. 김 대표는 외형 확장보다 구조 재정비를 택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양보다 질이다. 제품이 아니라 솔루션을 파는 회사로 가야 한다.”
그의 핵심 전략은 3단계 전환이다.
● EPDM 의존도 낮추기
● TPR·NBR 등 고기능 제품 비중 확대
● 신소재(전기차·수소차·ESG) 중심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
이 전략은 지금도 유효하게 작동 중이다. 실제로 TPR 제품군은 2020년 대비 2024년 현재 매출이 2.3배 증가했고,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용 특수고무 시제품도 유럽 OEM에 납품 중이다.
3. 내부에서 들리는 “조용한 반란”… 임직원들의 속내
김선규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내부 반응은 예상보다 긍정적이다. 2024년 실시한 내부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 72%가 “의사결정 구조가 유연해졌다”고 응답했다. 특히 연구개발·생산 현장 사이의 실시간 협업 시스템 구축은 내부에서도 큰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불만도 없진 않다.
“혁신은 좋은데, 너무 빠르다”
“성과주의가 강화되며 조직 간 위화감이 커졌다”
“지방 제조기지에선 여전히 인재 유입이 어렵다”
실제 충청북도에 위치한 주력 공장에선 인력 이탈률이 3년간 17%에 달한다는 수치도 나왔다.
4. ‘아시아의 다우케미칼’을 꿈꾼다… 글로벌 전략 집중 분석
금호폴리켐은 향후 글로벌 현지화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23년 인도 뭄바이에 기술지원 오피스 설립
유럽 내 3개국(독일, 체코, 프랑스)과 커스터마이징 R&D 공동 프로젝트 진행
베트남 OEM 대상 TPR 공급계약 체결
[전략 데이터]
인도·ASEAN 매출 비중: 9.1% → 2024년 18.2%
유럽 OEM 신규 수주 금액: 약 1,900만 유로 (3년 내 납품 조건)
ESG 기반 수출액: 전년 대비 76% 증가
김선규 대표는 이를 두고 “소재의 수출이 아니라, 기술과 신뢰를 수출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만큼 OEM 협업 중심의 기술 동맹 전략이 핵심이다.
5. 다음 5년, 금호폴리켐이 넘어야 할 세 가지 리스크
● EPDM 의존도 리스크
여전히 주력매출의 2/3가 EPDM이다. 자동차 산업 사이클 변화에 따라 수익성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 탄소중립 및 ESG 규제
바이오 기반 고무소재의 상용화가 늦어질 경우, 유럽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이 있다.
● 기술 인재 유입 부족
지방소재 제조업 특성상 젊은 고급 인재 유치에 한계가 있다. 기술 집약형 사업 모델에서 인력은 생명이다.
6. 이 회사, 지금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금호폴리켐은 분명 성장형 기업이다. 하지만 전환기다. 과거의 영광만 보고 투자하면 후회할 수 있다.
긍정 시나리오
2027년까지 고부가 제품 매출 비중 50% 돌파
ESG 대응 완료 및 유럽 내 기술기반 수출 확대
글로벌 OEM과의 동반성장 구조 정착
부정 시나리오
전환 속도 지체 → EPDM 중심 매출구조 지속
신제품 상업화 실패 → 마진율 급감
기술인력 유입 실패 → 내부 연구역량 한계 노출
결론적으로 금호폴리켐은 반드시 사야하는 워너비 포트폴리오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충분히 지켜보아야할, 아니 지켜보아야만 하는 유망 포트폴리오임에는 이견이 없다. 데이터가 이를 방증하고 있고, 이 데이터는 더욱 유의미한 변화를 거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40년의 세월이 증명하였다. 애널리스트들의 현란한 시냅스는 언제나 사후 재조정을 거치고 그 사이에 투자자는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리기 일쑤다. 금호폴리캠의 40년의 항해에 대한 평가는 투자자들 스스로가 내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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