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나선 영국과 중국 등 국가가 관세 인하 또는 철폐에 성공하면서 한국도 성공적인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향후 관세 협상에서 관세 인하를 노리고 있는 한국에 긍정적 신호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앞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마친 국가들과 한국의 통상 환경이 같지 않은 만큼 마냥 낙관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특히 미국과의 협상에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철폐한 영국과 한국은 생산량 및 수출량 면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있어 동일한 선상에서 영국의 협상 사례를 한국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국은 철강 및 알루미늄이 수출 주력 상품도 아니고 경쟁력을 갖고 수출하는 나라도 아니므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형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영국의 철강 생산량은 2023년 560만톤에서 2024년 400만톤으로 변화했다”며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에 6670만톤에서 6350만톤으로 세계 6위 생산국이자 3위 수출국이며 미국도 철강 생산량이 2024년에 7950만톤으로 세계 4위”라고 지적했다. 즉 산업 구조의 차이로 인해 한국은 영국과 같은 방식의 협상을 기대하기 어려울뿐더러 영국의 협상 결과가 영국에 유리한 협상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보기 어려우며 또한 한국에 고무적인 신호라고 보기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영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데는 미국이 영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 실장은 “영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협상이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며 “반면 미국이 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들과는 관세 인하를 둘러싼 쟁점이 많아 협상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방한 역시 실질적인 관세 협의보다는 조선, 방산, 에너지 등 양국 간 산업 협력 방안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요구사항 전달과 전략산업 협력 확대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미국-영국 간 무역 합의에서 영국은 자국산 자동차에 부과되던 27.5%의 관세를 연간 10만대 한정으로 10%까지 낮추는 데 합의했다. 이 조치는 영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량과 유사한 수준으로, 실질적으로 영국 자동차 대부분이 인하된 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또한 영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되던 25%의 관세도 철폐되며 미국은 철강 관련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제외하고 대체 협정 마련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철강과 알루미늄 분야에 한해 사실상 관세 면제 조치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미국과 중국은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서로 부과하던 상호 관세를 각각 115%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기존 145%에서 30%로, 중국의 대미 보복 관세는 125%에서 10%로 낮아졌다.
중국은 이와 함께 희토류 수출 제한 등 비관세 보복 조치도 철회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14일부터 90일간 우선 적용되며, 이후 후속 협상을 통해 세부 사항을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재설정했다"며 합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처럼 영국과 중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한국 역시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조선, 방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카드로 활용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자국 산업의 공급망 확보와 동맹국과의 협력 확대를 강조하는 가운데, 한국이 전략산업 분야에서 의미 있는 양보와 협력을 제안할 경우 고율 관세 인하 또는 예외 적용 등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단순히 철강이나 자동차 같은 개별 품목에 집중하기보다 미국이 중시하는 산업 전반의 협력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위원은 “한국은 조선과 에너지 외에도 미국이 추진하는 제조업 부흥 전략에서 미래형 산업 생태계를 함께 구축할 수 있는 핵심 파트너”라며 “소재·부품·장비는 물론 IT, 기간산업까지 포함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국제 협력에 우호적인 국가는 사실상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박 실장의 경우 “이번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방한은 관세 인하 협상보다는 미국의 요구사항 전달과 조선, 방산, 에너지 등 양국 간 산업 협력 논의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을 바탕으로 관세 협상에서도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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