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유명 웹툰작가인 주호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은 특수교사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수원지법 형사항소6-2부(재판장 김은정)는 13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특수교사 A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씨 측이 아들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킨 것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증거 능력이 없다는 취지로 이 같은 판시를 내렸다.
앞서 A씨는 2022년 9월 13일 자신이 근무하는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수업을 하던 중 주씨의 아들 B(당시 9세)군에게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사건은 주씨 측이 아들의 외투에 넣어둔 녹음기에 녹음된 내용을 바탕으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고 같은 해 12월 검찰이 교사를 기소했다. 주씨 측에 따르면 A씨는 B군에게 “진짜 밉상이네”,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 등의 발언을 했다.
이 재판의 주요 쟁점은 주씨 측이 몰래 녹음한 파일의 증거능력의 인정 여부였다.
1심에서는 이 사건 녹음된 내용이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하고 있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라고 인정하면서도 녹음행위에 ‘정당성’이 있다고 보고 증거 능력을 인정한 바 있다.
또래에 비해 인지 능력과 표현력이 현저히 부족한 자폐성 장애를 가진 피해자의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본 가족이 학대 여부를 신속히 확인할 필요가 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해당 사건에서의 녹음 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게 1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일부 유죄로 판단해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A씨 측은 항소심에서 이 같은 1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를 근거로 대며 누구나 몰래 녹음해서 획득한 녹음 파일 등 결과물을 어떤 형태의 소송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피해 아동의 부모가 해당 녹음을 마친 뒤 진행된 학교 협의회에서 아동학대와 관련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은 점에 대해서 “이 녹음의 목적이 아동학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당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꼬집기도 했다.
반면 검찰은 자폐성 장애 아동의 부모로서는 몰래 녹음하는 것 외에 아동학대를 확인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을 찾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이 사건 녹음 파일 증거능력은 인정될 수 있다고 반박해 왔다. 그러면서 검찰은 A씨에게 원심과 동일한 징역 10월에 취업제한 3년을 구형했다.
주씨의 아내는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해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아이가 선생님으로부터 겪은 비아냥과 방치, 폭언, 장애 혐오보다도 피고인 측이 1심에서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이는 이렇게 가르쳐야 알아듣는다’, ‘이 아이의 지능으로는 상황이나 언어를 이해할 수 없어 학대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는 점”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당시 아이가) 하루에도 열 번 이상 배변 실수를 했고 불안과 강박으로 사람을 피했다. 그걸 보는 부모의 마음은 지옥과 같았다”며 “말하지 못하는 아이를 지키고 고통의 원인을 찾기 위해 녹음을 시작했을 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교원단체들은 A씨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나오자 즉시 기자회견을 열어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육의 최후 보루를 지켜낸 사법부의 상식적 판단을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이와 더불어 검찰 측의 무리한 상고 자제를 촉구했다.
해당 기자회견에는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을 비롯해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초등교사노동조합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모든 교사노조는 불법녹음 증거 인정 그리고 정서적 아동학대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해 투쟁할 것”이리며 “이것이 공교육을 지키고 더 많은 아이들의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일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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