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장사 좀 도와달라고 했더니, 오히려 장사를 망치게 만들었습니다”
화서시장 나동 상인들의 절규는 단순한 불만이 아닌, 오랜 시간 지속된 행정의 왜곡과 방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화서시장에 들어선 불법 부스들은 단순한 노점상이 아니다. 전기와 수도, 도시가스가 연결된 ‘반(半)상가’ 형태의 구조물로, 임시시설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고정적이고 상업적이다. 문제는 이 구조물이 수원시가 직접 설치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이름 아래.
■ 수원시 예산이 투입된 부스, 법원은 ‘불법 점유시설’ 판결
수원시는 2019년 2월 화서시장 가·나 동 구간에 길이 100m, 폭 14m 규모의 아케이드 공사를 시작하고 9월 4일 준공식을 개최했다.
시는 “국비 9억 4600만 원, 도비 10억 원, 시비 4억 7300만 원, 자부담 1억 5700만 원 등 사업비 25억 7600만 원이 투입됐다”면서 “준공식 중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 선포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 사업으로 지역 내 전통시장에 문화공간 조성, 관광 상품개발, 문화콘텐츠 개발 등을 지원해 자생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치적을 홍보했다.
시는 이날 행사에 염태영 수원시장, 김영진 국회의원, 황수영 경기도의원, 김미경 수원시의원, 수원시상인연합회 관계자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고 밝혔지만, 현재는 누구 하나 노점 부스 해결을 위해 나서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해당 부스들은 전통시장 내 공터나 유휴 공간이 아닌, 기존 상가 앞 도로 공간에 설치됐고, 이는 결과적으로 상점 진입을 방해하는 구조가 됐다.
상인들의 민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법적 소송으로 이어졌고, 법원은 해당 부스들을 ‘불법 점유시설’로 판단, 철거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이다. 철거 명령 이후 수년이 지났지만, 수원시와 팔달구청은 이를 ‘행정대집행’ 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그 사이, 부스 상인들은 편의시설을 더해가며 오히려 고정된 점포처럼 운영 중이다.
■ 수원시 “우리는 철거 주체가 아니다”...떠넘기기 행정
수원시 지역경제과는 “해당 부스는 상인들이 설치했을 뿐, 철거의 직접적인 권한은 구청에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부스를 폐쇄하려면 먼저 이들 공급 인프라를 차단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는 단 한 번도 차단을 시도하지 않았고, 심지어 “관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해왔다. 매년 행정감사에서 시의원들의 지적에는 “변상금이 부과됐다. 노점 자진철거를 협의중에 있다”고 답했지만 사실상 불법 부스의 유지·운영을 묵인해 온 셈이다.
그럼에도 수원시청 지역경제과는 “공무원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일을 하는 기관”이라며 “사적인 부분을 관이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심지어 도로법 위반이 법원 판결에서도 결정됐음에도 담당 팀장은 “‘소방도로’라는 단어조차 없는 단어가 생겼다. ‘소방도로’를 핑계로 노점 부스 철거를 요구하는데 이는 근거에 없는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아케이드 공사 당시 나동 상인들과 나눈 대화를 보면 수원시청 관계자는 아케이드 공사에 필요한 기둥 위치를 불법 부스가 들어설 것을 염두해 놓고 설치 했다. 또한 나동 상인을 설득하면서까지 아케이드 공사 기둥을 나동 상인과 협상하기도 했다.
현재 수원시청 담당 부서에서는 “불법 노점 부스를 상인의 자발적인 설치로 만들어 졌고, 공공은 관여하지 않았다”며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하지만, 아케이드 설치 당시 상인을 설득했던 수원시청 공무원의 발언과 괴리가 있다.
수원시의회 이재식 의장은 “아케이드 공사가 있기 전엔 민원이 없었다. 시(市)에서 선 조치가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민원이 발생했다”며 “민원을 인지하지 않고 조치 없이 공사를 하니 상가를 갖고 있는 사람이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담당 공무원은 “시장 안의 도로와 시장 밖의 도로의 차별성을 어떻게 둬야 하느냐는 문제를 얘기했다. 화서시장 문제만이 아니라 수원시 22개 전통시장, 전국의 전통시장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 법 제도 개선 차원으로 접근을 해서 시장안의 도로일 경우에는 사실 시장내의 노점이 없으면 시장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상인들의 생각있다. 법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잡아보겠다”는 이해하기 힘든 발언으로 상황을 모면했다.
이 같은 수원시의 떠넘기기 행정으로 인해 현재 상인들 사이의 갈등과 생계 위협으로 돌아온 문제에서 시의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지 못할 것이다.
■ 정치권, '상인회 친분'에 눈 감았나...이란격석(以卵擊石) 계란으로 바위 치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의원과 국회의원 역시 침묵하고 있다. 특히 해당 지역구 의원은 상인회장과 지역 정치인의 친분 관계가 알려지며 ‘정치적 보호막’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화서시장 내에서 부스를 점유하고 있는 인물 중 일부는 현직 상인회장이며, 정치인들과의 관계가 두터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상인회장이 정치인과 가까우니, 오히려 불법 부스 문제를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그 결과, 피해를 입고 있는 나동 상인들은 외면당한 채, 홀로 행정기관과 싸움을 이어가는 고독한 투사가 되고 있다.
반면 지난 4월 17일 지역구 시의원과 연관 있는 ‘△△염소탕’ 집에서 시의원, 팔달구청장, 팔달구 행정지원과장 등이 술자리 하는 모습이 목격돼 화서시장의 불법 부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어 실낱같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전통시장의 ‘역차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전통시장은 골목경제의 핵심이고, 서민경제의 최전선이다. 이를 진흥하겠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행정이 정작 상인을 두 부류로 나누고, 한 쪽에만 이득을 안기는 구조로 변질된 것은 명백한 행정 실패다.
수원시는 이 문제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부스를 설치한 것도, 방치한 것도 시의 책임이며, 이를 바로잡지 않는 한 더 큰 갈등과 불신만 쌓여갈 것이다.
공정과 형평성에 어긋나는 현실을 방치한 결과 현재 기득권을 갖고 있는 쪽에서는 피해를 보고 있는 쪽을 비웃기까지 하고 기득권을 취한 불법 부스 일부는 약자를 기만하고 욕설까지 서슴지 않고 발설하고 있다.
경기 침체의 어려움 속에 불법 부스에 가려진 나동 상인은 하루에 개시도 못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들에게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대출지원이 절실하지만 상인회의 패싱으로 지원 자격조차 상실했다.
이에 지난달 4월 29일 나동 상인회 주재로 간담회를 열고 지역구 시의원과 시청 담당 공무원이 참여해 이와 같은 사실을 묻자 “관은 관여할 수 없다”는 답답한 만 되풀이 됐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민원실의 업무를 확대했다. 시민들의 애로사항인 민원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민원실의 분위기를 가장 밝게 만들고 베테랑 공무원을 배치하면서 시민들의 민원 해결을 위한 의지를 보였다. 또한 최근 정조대왕의 ‘상언(上言)’과 ‘격쟁(擊錚)’ 제도의 뜻을 담은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을 8월 11일까지 운영한다.
이재준 시장의 노력은 어느 한쪽에만 귀를 기울이기 위해 정조대왕의 뜻을 계승하려는 시도를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시장의 ‘새빛수원’이 ‘잿빛수원’으로 평가절하되지 않게 담당 공무원의 적극적이고 중립적인 참여로 문제의 초점을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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