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8년 만에 1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남성 소비자 공략 전략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형마트의 주요 고객은 주부 등 여성 소비자였지만 최근 들어 남성의 가사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소비 주체가 점차 남성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이마트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 변화를 일찍이 포착하고, 남성 고객을 위한 콘텐츠와 매장 구성 비중을 확대해왔다.
13일 이마트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15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471억 원) 대비 238% 증가한 수치로, 8년 만에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이다. 연결 기준 매출은 7조2189억원으로 전년 대비 0.2% 증가했다. 이마트는 할인점 이마트를 비롯해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슈퍼마켓 에브리데이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스타벅스와 스타필드(신세계프라퍼티)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온라인 부문이 다소 부진했던 반면 오프라인 매장의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특히 트레이더스와 스타필드가 실적 상승을 주도했다. 트레이더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6.9% 증가한 423억원을 기록했으며, 스타필드의 영업이익은 53.7% 늘어난 778억원에 달했다. 특히 2월 오픈한 마곡점은 개점 직후 3일간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업계에서는 이마트의 깜짝 실적 배경으로 '남성 중심' 공략이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른 대형마트들이 주로 주부를 핵심 고객으로 설정한 데 반해, 스타필드를 포함한 이마트 계열은 일찍부터 남성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고 마케팅 전략을 다변화해 왔다.
실제로 이마트는 남성 고객 선호도가 높은 유통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해 남녀 2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장 선호하는 대형마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마트는 코스트코와 함께 유일하게 남성 응답자에게서 여성보다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이마트를 선호하는 여성 비율이 32%였던 반면, 남성은 36%로 4%p 높게 나타났다.
기자가 이마트, 트레이더스, 스타필드 매장을 방문한 결과,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방문 고객 중 절반가량이 남성이었다. 남성 고객들이 이마트 계열 매장을 선호하는 배경에는 이들을 겨냥한 맞춤형 콘텐츠 구성이 자리하고 있다. 예컨대 주차장부터 프리미엄 손세차장이 마련돼 있으며, 일부 스타필드 지점에는 스크린 골프장까지 입점해 있어 남성들의 취향을 반영한 편의 시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매장 구성 또한 남성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일반적인 대형 유통시설은 입구나 핵심 동선에 향수, 화장품, 여성의류 등 여성을 위한 제품을 배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마트와 스타필드는 정반대다. 예를 들어 하남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입구부터 전자제품과 캠핑 용품 등 남성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제품군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스타필드 역시 입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남성 스포츠 의류 매장이 위치하고 있으며, 2층에는 벤츠, 아우디, 제네시스 등의 자동차 쇼룸과 프라모델 브랜드 타미야 등 남성 취향 저격 브랜드가 밀집해 있다. 매장 곳곳에는 휴게 공간도 충분히 마련돼 있어 쇼핑 외 시간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스타필드를 방문한 신혼부부 이아현 씨(33)는 "남편이 먼저 스타필드에 가자고 제안한 데다 주말은 사람이 너무 많아 휴가까지 내고 평일에 다녀왔다"며 "평소에는 백화점이나 동네 마트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스타필드는 자주 가자고 한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남성 고객 공략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창고형 대형마트 특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대량 구매가 일반적인 창고형 마트에서는 차량 이동이 필수이며, 상품 단위가 크고 무거운 경우가 많아 신체적으로 장보기 업무에 남성이 투입되는 비율이 자연히 높아진다. 실제로 기자가 방문한 트레이더스 매장에서는 남성 고객들이 대부분 카트를 끌고 다니며 쇼핑을 주도하고 있었다.
이용현 씨(44)는 "고물가 시대라 장을 자주 보게 되는데, 트레이더스처럼 물건이 크고 무거운 곳은 혼자 가기 힘들어 아내와 함께 온다"며 "예전엔 쇼핑이 지루했지만, 요즘은 내가 흥미를 느낄 만한 물건들도 많아 예전 같지 않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남성 소비자 공략이 유통업체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은 제품을 비교하고 신중하게 소비하는 반면, 남성은 비교적 단순하고 결정이 빠른 경향이 있다"며 "최근 남성들의 가사 참여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들이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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