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미국 정부가 지난 4월 사상 최대 규모의 관세 수입을 올렸지만, 국가 재정 적자는 여전히 심화되고 있다. 관세 수입의 일시적인 증가가 재정 균형 회복에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최근 발표된 미중 무역 합의로 인해 향후 관세 수입은 다시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미 재무부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 시작) 4월까지 미국이 거둬들인 누적 관세 수입은 633억 달러(약 90조 원)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54억 달러 증가한 수치다. 특히 4월 한 달 동안만 벌어들인 관세 수입은 163억 달러(약 23조2000억 원)에 달해, 월간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 대비 무려 87% 증가한 규모다.
이처럼 관세 수입이 폭증한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다시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5년 1월 재임 이후 철강·알루미늄, 멕시코·캐나다산 제품 등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했고, 최근에는 국가별 상호관세 체계도 도입하면서 주요 무역국가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특히 4월부터 적용된 ‘상호관세’ 정책이 관세 수입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세 수입은 부과 후 약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정부 회계에 반영되기 때문에, 4월 수치는 3월 이후 본격화된 무역 정책의 실질적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관세 호황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재정 상황은 여전히 암울하다.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5 회계연도 시작 이후 4월까지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1조500억 달러(약 1500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3%나 증가했다. 이처럼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일시적인 관세 수입 증가는 재정 건전성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향후 관세 수입이 다시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최근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기존에 부과했던 대중국 관세를 대폭 낮추기로 합의했다. 한 달 전까지 145%에 달했던 대중 관세율은 30% 수준으로 조정되며, 이에 따라 미국의 실질적인 대중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약 39%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이는 관세 수입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일부 핵심 전략 품목에 대한 품목별 고율 관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씨티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은 “중국산 소비재의 관세 인하 효과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 관세 수입의 큰 폭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관세 조정은 단순한 세수 문제를 넘어 미중 간 무역 균형을 재조정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 협상의 핵심은 미국이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한 관세 수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있었다”며 “관세 정책은 단기 수익보다 장기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정부가 당면한 현실은 복합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무역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세수를 확대시키고 있으나, 동시에 국가 간 갈등을 자극하고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키며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구조적인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관세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것이 국내 경제와 글로벌 무역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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