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중국의 지난 3월 청년실업률 수치이다. 같은 달 중국 전체 실업률이 5.2%인 것과 비교해보면 유독 청년들의 일자리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중국 경제는 미중 관세협상이 1차 합의를 보았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최대 600만 개의 일자리(중국 도시 노동력의 약 1.3%)가 사라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등장한 상황이었다.
'쥐인간'(老鼠人, rat people)
'탕핑'(躺平, 누워 있기)
중국 SNS에는 이 같은 단어가 크게 유행 중이고 관련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쥐인간'의 경우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에 따르면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지내고 배달 음식으로 연명하며 사회생활을 피하고 무기력한 삶을 자처하는 청년들이다.
'쥐인간'은 먹고, 자고, 스마트폰 보고 그리고 다시 자고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이 같은 일상을 SNS에 그대로 노출시켜 수많은 추종자들을 양산하고 있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유행해온 '탕핑'(躺平, 누워 있기) 역시 비슷한 패턴인데 '쥐인간'이라는 단어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스스로를 폄하한다는 점에서 ‘탕핑’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더욱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디플레 위험에 빠진 중국 경제, 미국과의 관세전쟁 치킨게임에서 벗어나야
미국과 중국이 관세협상을 1차 마무리했다. 미국이 중국 상품에 부과한 관세는 145%에서 30%로 낮아지고, 중국 역시 미국산 제품에 부과했던 보복관세 125%를 10%로 크게 낮추었다.
미국과 중국은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 같은 무역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대표로 하는 협상단이 이틀간 협상을 진행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이 같은 합의는 앞으로 90일간 적용되는데, 따라서 후속 협상은 계속 이어진다.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30% 관세는 상호관세 10%에 펜타닐 문제와 관련해 부과한 징벌적 관세를 합한 것이다. 따라서 당초 으름장에 비해 상당히 완화되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서도 미국 내 마트에 중국산 필수 소비재들이 실종되는 상황을 무한정 방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미중 관세전쟁은 당초 요란한 포성 소리에 비하면 비교적 순탄하게 합의과정을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펜타닐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 성분의 밀거래를 단속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펜타닐 관련 관세 20% 역시 중국 측이 어떤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없어지거나 크게 줄어들 수도 있으니 중국으로서는 일단 숨통이 트인 셈이다.
중국의 대미 관세는 10%, 미국의 대중 관세는 30%이니 불공평해 보이는 것이 외관상이고, 중국 경제는 30% 정도의 관세율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가장 큰 것은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모든 비관세 장벽을 유예하고 없앨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하기로 동의했다. 그(비관세 장벽) 수는 매우 많지만, 나에게 가장 큰 것은, 문서화를 해야 하지만, 그들이 중국(시장)을 완전히 열기로 동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이미 부과된 관세나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에 대한 관세, 또는 의약품에 대한 관세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치열한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경제는 지금 어떠한가.
분기가 끝날 때마다 5%대 성장은 무난하다는 호언하는 중국에서 우리는 물가가 떨어지는 현상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모두 하락세를 보이며 소비와 생산 전반의 침체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4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1% 하락했다. 지난 1월에는 춘제(설 명절) 효과로 0.5% 반등한 바 있으나, 2월 -0.7%, 3월 -0.1%에 이어 4월에도 마이너스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4월 P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떨어졌다.
경제 활력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선행지표 중 하나인 월별 PPI가 31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장에서 물건을 열심히 찍어내고 있지만 만들어낸 만큼 팔리지 않으면 물가는 내려가기 마련이다.
둥리쥐안 국가통계국 수석통계사는 관련 통계를 발표하는 브리핑에서 "국제 요인이 일부 산업의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했으나, 중국 경제의 기반은 견고하며 회복력도 강하다"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음은 분명해보인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고 중국 정부의 내수 진작을 위한 부양책이 여러 각도로 모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산업생산은 3월 수치가 나와있는데 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같은 기간 소매판매는 5.9% 증가했다고 한다. 수치가 뭔가 앞뒤가 어긋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중국의 공장들이 만들어낸 제품들이 성장률에는 분명 기여하고 있는데 재고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음도 눈치챌 수 있다. 당연히 물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중국 경제를 알려주는 여러 수치들을 종합해보면 당장 심각한 경기후퇴는 아니더라도 과잉생산 문제가 누적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 같은 흐름이 결국 디플레이션 문제로 고착화되는 과정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어쨌든 중국은 GDP를 계산할 때 생산된 재화를 모두 성장률에 삽입하는 꼼수를 써온 지 오래됐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는 중국의 통계수치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해왔다.
31개 성·시·자치구 관리들이 출세를 위해 또는 중앙정부의 질책을 피하기 위해 지방 부채를 숨기는가 하면 경제 실적을 부풀린다는 지적도 많았다.
중국 경제의 문제점은 무엇보다 부동산 분야에서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 '중국 부동산시장의 일본화 가능성 평가'를 보면 중국 부동산시장이 약 3년간 위축되면서 과거 일본과 같은 버블 붕괴가 재연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으로서는 미국 시장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탈출구이다.
◇관세전쟁에 뒤이은 환율전쟁에서 위안화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질 듯
12일 미중 관세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81% 오른 4만2410.10을, 나스닥지수는 무려 4.35% 급등한 1만8708.34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가치도 급등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1.46% 오른 101.80에서 움직이고 있다.
1300원대 후반까지 밀렸던 원·달러 환율도 17.5원 오른 1417.5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위안화 가치다.
미중 관세협상 이후 달러 대비 엔화, 유로화 등은 일제히 약세 움직임을 보였지만 위안화 가치만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시장개방을 약속했다고 했는데 위안화 가치 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수도 있고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위안화 강세가 묵인되는 과정이 포함될 수도 있다.
한때 7.30위안대를 넘나들었던 역내 위안·달러 환율은 12일 오후 7.20위안대를 기록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또한 향후 12개월간 달러-위안 환율 전망치를 기존 7.35위안에서 7.0위안으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위안화는 실질 무역 가중치 기준 및 달러 대비 저평가됐으며 관세 인하에 대한 잠재적 상쇄로 인해 역내 위안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위안화 가치가 강세국면에 접어들면 한국 원화 등도 분명 동조화 압박을 받을 것이다.
블룸버그는 미중 관세협상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한국 원화, 인도네시아 루피아, 브라질 헤알, 대만 대만달러, 인도 루피 등이 최근 10년 평균 대비 가장 저평가된 신흥시장 통화에 해당한다면서 이들 아시아 통화들에 대해 투자가치가 높다고 전망했다.
지금 당장은 달러가치 상승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출렁거리겠지만 미중 추가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제2의 플라자 합의 운운할 정도로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인데, 한국 원화 역시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전에는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이용웅 주필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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