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창수 기자] 한동안 전기차 붐을 타고 승승장구하던 ‘K-배터리’ 기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향후 업황도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글로벌 점유율은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도 오히려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업계에선 국내 배터리업계가 새 먹거리로 낙점한 미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력 약화로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13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총 281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38.6% 늘었다. 중국 전기차를 제외한 숫자도 22.4% 증가한 119만대를 기록, 지난해에 이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여전히 활황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국내 배터리 3사 합산 점유율은 18.7%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포인트 하락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각각 2.2%포인트 내려갔으며 SK온은 0.1%포인트 감소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국 배터리업체 ‘빅3’(CATL·BYD·CALB) 시장 점유율은 58.8%로 전년 동기 대비 2.5%포인트 상승했다. CATL이 38.3%, BYD는 16.7%로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국내 배터리 3사 시장점유율 하락 원인으로는 주요 고객사인 독일 완성차 3사(폭스바겐·BMW·벤츠) 공급 배터리 점유율 감소가 꼽힌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독일 3사 합산 국내 배터리업체 점유율은 41.5%였으나 2월 40.4%로 줄었고 3월에는 38.6%까지 내려갔다.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대안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미국 완성차 빅3(GM·포드·스텔란티스)에 대한 K배터리 3사 점유율은 지난 1월 60.5%에서 2월 62.8%로, 3월에는 63.5%로 꾸준히 확대 추세다. 다만 독일 회사들에 비해 미국 완성차 브랜드들이 전동화 적극성이 떨어지는 점, 트럼프 행정부가 내연기관 위주 산업 정책을 펼치는 점 등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로 꼽힌다.
여기에 K-배터리 3사가 그간 장거리용 전기차 중심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집중하느라 최근 전기차 배터리 주류로 부상한 중거리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요 변화 대응이 늦은 점도 점유율 하락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중국 배터리 업계의 기세도 위협적이다. CATL은 1분기 보고서를 통해 연구개발비로 48억 1400만 위안(약 9360억원)을 썼다고 밝혔다. 이를 1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3조 7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기술 개발에 투자한 것이다. BYD는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으로 542억 위안(약 10조 5300억원)을 쏟아부었다. 세계 3위이자 국내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은 1조 882억원이었다.
중국 중소형 배터리업체인 고션, 에스볼트(SVOLT), EVE, 선오다(Sunwoda), 파라시스(Farasis)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0%를 넘긴 것도 국내 기업들로선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주 고객사인 독일 브랜드 전기차 점유율 하락세로 당분간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대적으로 미국 시장 ‘파이’가 적어 미국 완성차 배터리 점유율을 높이더라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독일 3사의 배터리 수요가 전체의 14.5%로 미국 빅3(6.5%)의 두 배가 넘는다"며 ”독일내 점유율 하락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최 연구원은 그러면서 “독일에서 잃어가는 경쟁력을 미국에서 만회해야 하는데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배터리 업계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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