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고예인 기자]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강화된 수출 규제 기준에 맞추기 위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H20 칩의 저사양 버전을 출시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조치는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고수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12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향후 2개월 내로 H20 칩의 저사양 버전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H20은 주요국에 수출되는 H100보다 사양이 낮은 칩이다. 미국의 기존 중국 규제에 맞춘 제품으로 지금까지는 중국에 판매할 수 있는 최고 사양의 칩이었다.
새 H20 칩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제한하려는 미국의 강화된 규제 움직임과 관련해 중국 시장을 놓치지 않으려는 엔비디아의 대응으로 해석된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엔비디아의 이번 조치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HBM 판로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비교적 구형 HBM 판매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에겐 GDDR(그래픽용 D램) 공급 확대와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유지라는 두 가지 축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는 강화된 기준도 통과할 수 있도록 H20 칩의 메모리 용량을 대폭 줄이는 등 사양을 크게 낮출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신제품 메모리 변화로 기존 H20에 탑재되던 핵심 메모리인 HBM을 그래픽용 D램(Graphics Double Data Rate, GDDR)로 대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는 최근 최신 제품인 GDDR7을 내놓고 머신러닝이나 AI 일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성능을 자랑한 바 있다.
삼성은 GDDR 기술력에서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보다 앞서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높은 데이터 전송 속도와 대용량 메모리를 앞세워 GDDR 시장에서 여전한 메모리 강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막대한 생산능력을 보유한 만큼 AI 반도체 시장에서 반전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GDDR은 HBM에 비해 생산 난이도가 낮고 대량 생산에 유리하며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용 저사양 H20에 GDDR을 탑재할 경우 삼성전자는 대규모 공급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수출 규제라는 외부 변수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SK하이닉스에 비해 HBM3E 등 최신 HBM 제품의 엔비디아 품질검증(퀄테스트) 통과 소식이 다소 늦어진 상황에서 GDDR 공급을 통해 중국 시장 내 입지를 보완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는 이미 최신 GDDR7 제품을 출시해 AI와 머신러닝 등 고성능 연산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GDDR7은 전작 대비 전력 효율과 열 저항을 크게 높였다는 점에서 인정받고 있으며 마이크론도 GDDR에서 이전보다 경쟁력을 드러내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업계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GDDR 등 다양한 제품군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번 H20 저사양 버전 출시로 GDDR, HBM 등 다양한 메모리 제품의 공급 기회가 늘어나면서 한국 메모리 기업의 글로벌 위상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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