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5월 초순 한국 수출이 큰 폭으로 흔들렸다. 주요 수출국과의 교역 둔화, 글로벌 관세 정책의 영향,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가 맞물리면서 수출입 전반에 강한 충격이 가해진 영향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넘게 감소했고, 승용차와 석유제품 등 주요 품목도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만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며 ‘수출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관세청이 12일 발표한 2025년 5월 1일부터 10일까지의 수출입 잠정 통계에 따르면 해당 기간 수출액은 12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8% 급감했다. 어린이날(5일), 석가탄신일(6일)이 포함된 황금연휴의 여파로 조업일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6.5일에서 5.0일로 줄어든 점도 수출 감소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조업일수를 반영한 일평균 수출액은 25억7000만 달러로 1.0%의 소폭 감소에 그쳤지만, 전체 수출 규모에서는 상당한 타격이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출 감소의 폭이 국가별·품목별로도 광범위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은 30.4% 감소하며 지난달 6.8% 감소에 이어 하락세가 심화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이후 강화된 대외 통상 압박과 관세 부과 조치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중국(-20.1%), 베트남(-14.5%), EU(-38.1%) 등에서도 수출이 일제히 감소했다. 반면, 대만(14.2%)으로의 수출만 증가세를 나타내며 일부 숨통을 틔웠다. 이달 초순까지 한국 수출의 상위 3개국(중국, 미국, 베트남)이 전체의 48.7%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국가와의 교역 부진은 한국 수출 전반에 상당한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가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하며 전체 수출 감소를 일부 상쇄했다.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해 1분기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올해 1월(8.1%)과 3월(11.9%)에 이어, 2분기 초반에도 20%에 가까운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총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달하며, 명실상부한 한국 수출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외 주요 품목은 대부분 부진을 면치 못했다. 2위 수출 품목인 승용차는 23.2% 줄었고, 석유제품(-36.2%), 철강 제품(-41.2%), 무선통신기기(-23.0%) 역시 급감했다. 선박도 8.7% 감소했지만, 주요 품목 중에서는 그나마 하락 폭이 가장 적었다.
한편, 해당 기간 수입액도 전년 동기 대비 15.9% 감소한 146억 달러로 집계됐다. 원유(-6.1%)와 반도체(-8.2%) 수입이 줄었으며, 에너지 관련 전체 수입도 13.7% 감소했다. 그러나 반도체 제조장비(10.6%)와 승용차(22.1%) 수입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와 내수 소비 수요가 여전히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가별 수입 현황을 보면, 베트남(14.5%)은 수입이 증가한 반면, 중국(-16.8%), 미국(-20.0%), EU(-21.1%), 대만(-12.7%) 등 주요 국가에서는 일제히 수입이 감소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지면서 5월 초순 무역수지는 17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교역 둔화와 주요국 경제 둔화,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수입 수요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수출 감소는 단기적인 연휴 요인도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대외 불확실성 심화, 통상 압박, 글로벌 수요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반등이 가능하지만, 대외 여건에 따라 회복 속도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대미 수출 부진 대응을 위한 전략 수정과 함께, 수출 다변화를 위한 국가별 맞춤형 지원책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무역수지 적자 전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만큼, 고부가가치 품목 중심의 수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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