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최근 국산 경공격기 FA-50 수출 확대가 국산 전투기 KF-21의 수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투기 구매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국가와 무기체계에 대한 신뢰도. 그런 만큼 FA-50 수출 확대를 통한 신뢰도 구축이 국산 전투기 수출에 핵심 요소로 꼽히고 있다.
◇ FA-50 수출 확대, KF-21 수출 마중물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대표 수출 제품으로 자리매김한 FA-50 경공격기가 꼽히고 있으며 T-50 고등훈련기를 기반으로 공격용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량한 기종이다. 최근 세계 경공격기/고등훈련기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으며 수출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주요 수출 실적을 보면, 지난 2022년 폴란드에 48대(4조2000억원 규모), 2023년 말레이시아에 18대(약 11조3700억원 규모)를 공급하는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폴란드에는 2023년 7~12월 사이 12대가 인도됐고, 나머지 36대는 성능이 개량된 FA-50PL로 오는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납품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에는 첨단 능동전자주사배열(AESA) 레이더를 비롯해 표적 획득·감시·정찰, 공중 급유 능력 등 성능이 더욱 강화된 FA-50M이 오는 2026년부터 납품될 예정이다.
FA-50을 이미 도입한 국가들 사이에서도 추가 구매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지난 2014년 12대의 FA-50PH를 도입한 필리핀은 올해 추가로 12대의 FA-50을 도입하는 계약(약 1조원 규모)을 체결한다는 계획인 가운데 계약 체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 고등훈련기 및 공군 전술기 시장 등 500여대 규모의 추가 수출도 추진되고 있다. KAI는 단좌형(1인승) FA-50 개발 등 제품 확대를 통해 미국 등 새로운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만약 T-50이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하면 해외 경공격기/고등훈련기 시장에서 50% 1300대 이상의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될 것으로 KAI는 전망하고 있다.
◇ 경공격기 수출 확대, 국산 전투기 수출에 호재
이처럼 FA-50 수출 확대는 향후 KF-21 수출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공격기 수출이 늘수록 도입국들은 물론, 세계 군용기 시장에서도 국가적 신뢰가 높아져 향후 국산 전투기 수출에도 유리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KAI가 “FA-50 고객은 미래 KF-21의 잠재고객”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특히 군용기 수출은 국가적 신뢰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세계 군용기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들이 크게 변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오랜 수출을 통해 신뢰가 그만큼 쌓인 덕분이다.
실제로 한국수출입은행(해외경제연구소)이 지난 2022년 발표한 '방위산업의 특성 및 수출전략'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무기 수출의 47%가 항공기가 차지하고 있으며, 항공기 시장도 미국(50.9%), 러시아(18.8%), 프랑스(12.7%) 3개국이 82.5%를 점유하고 있다. 뛰어난 기술과 신뢰도 등이 군용기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인 셈이다. 경공격기 수출 확대가 향후 국산 전투기 수출에 중요한 이유다.
◇ 전투기 시장 변화, KF-21 수출에 청신호?
전투기 시장 변화도 국산 전투기 수출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세계 전투기 시장 분위기를 보면 국산 전투기 수출이 그저 장밋빛 얘기는 아니다. 고성능 전투기가 선점하고 있는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가성비, 즉 가격 대비 효율이 높은 전투기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전투기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전투기를 구매해야 할 국가들이 자연스레 가성비 높은 전투기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현재 세계 전투기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종들을 보더라도 F-35, 유로파이터, 라팔, Su-35 등 대부분 4.5세대 이상의 값비싼 전투기들이다. 대당 가격도 대부분 1천억 원이 훌쩍 넘어 아무 국가들이 선뜻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가령 현재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미국 F-35A의 경우, 대당 가격이 생산 초기보다 크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약 7800만달러, 약 930억원 수준이다. 더욱이 유럽산인 라팔은 1억1300만달러(약 1380억원), 유로파이터는 1억2400만달러(약 15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더해 운용유지비까지 많이 들어 국방예산 규모가 작은 국가들로서는 큰 부담이다. 전 세계 대부분 공군이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 모두 값비싸고 운용유지비가 많이 들어가는 전투기를 구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래된 전투기를 교체해야 하는 국가들이 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들 국가 중 고성능 전투기로 대체하는 국가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국가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 변화가 가성비 높은 전투기에 대한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까지 F-35가 독주해 온 세계 전투기 시장에도 틈새가 벌어지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유럽, 캐나다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의 정책 변화에 반기를 들며 미국 무기체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KF-21도 매력적인 선택지 중 하나로 꼽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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