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전반적인 패션 소비가 둔화되고 있지만 러닝화의 인기는 여전하다.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를 타고 관련 수요가 꾸준히 늘자 유통·패션업계는 러닝 특화 콘텐츠와 상품을 강화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12일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가 2021년 2조7761억원에서 2022년 3조1289억원, 2023년 3조4150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 중 러닝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로 추산된다. 올해는 4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러닝화 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해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의 러닝화 매출은 전년 대비 평균 30% 이상 증가한 가운데 따뜻해진 날씨로 온라인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다.
무신사에서는 지난달 러닝화 카테고리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73% 늘었고 지그재그에서도 같은 기간 거래액이 317% 대폭 늘었다. 에이블리에서도 최근 한 달간 ‘러닝’ 검색량은 158%, ‘러닝복’은 109%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소비 위축 국면에서도 러닝이 각광받는 이유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높은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가성비’를 꼽는다. 비싼 장비나 시설 없이도 개인의 시간과 체력에 맞춰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낮다.
SNS를 통한 ‘인증 문화’와 ‘러닝 크루’로 대표되는 커뮤니티형 활동의 확산도 대중화에 불을 지폈다. 러닝이 이제 단순한 운동을 넘어 자기관리를 위한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러닝 수요가 늘자 유통·패션업계도 관련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롯데온은 지난 3월 러닝 전문관인 ‘러닝 스테이션’을 열었다. 롯데온의 3월 러닝화 카테고리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9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러닝화뿐만 아니라 기능성 의류, 러닝 가방, 러닝 모자, 선글라스 등 관련 용품 매출도 135% 신장했다.
같은 기간 4050 세대의 러닝화 매출 비중은 약 25% 늘었고 운동복을 일상복처럼 입는 ‘러닝코어(Running Core)룩’ 매출 비중은 130% 증가하는 등 중장년층 소비도 확대되고 있다. 유아동 러닝화 매출도 20% 증가해 ‘패밀리 러닝’ 트렌드를 뒷받침한다.
지난달 러닝 스테이션을 리뉴얼해 호카, 써코니, 나이키, 아디다스 등 러닝 전문 브랜드의 상품을 늘렸다. 러닝 단계별로 입문용, 중급용, 전문가용 등 러닝화를 추천하고 키즈 러닝 아이템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문성을 높였다. 롯데온은 마라톤 행사 연계 프로모션, ‘런투어’ 여행 상품 등 러닝 관련 콘텐츠를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뉴발란스는 기존 클래식 스니커즈 전문 매장이었던 북촌 직영점을 지난 3월부터 러닝 특화 매장 ‘런 허브’(Run Hub)로 운영하고 있다. 덕수궁, 경복궁, 광화문 등 인근 러닝 코스를 안내하고 운동화와 의류를 대여해주는 등 직장인 러너를 위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전문기업 한섬은 자체 온라인 편집숍 ‘EQL’(이큐엘)과 서울 성수동 플래그십 스토어 ‘EQL 그로브’에 스포츠 브랜드 전문관 ‘퍼포먼스 클럽’을 선보였다.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ARC’TERYX)를 비롯해 아식스·골드윈·오클리·디스트릭트 비전·호카·브룩스 러닝 등 30여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를 한곳에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러닝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일상 속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며 “마라톤 행사 등 다양한 콘텐츠와 상품으로 소비자와 접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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