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때가 되면 무대에서 내려와 은퇴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잘 준비하지 못하면 그 후의 현실은 냉혹하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 80%가 이를 함축적으로 말해 준다. 서울역, 부산역 등 큰 기차역에 가면 노숙자들이 있다.
과거에는 그들 중 많은 사람이 결손가정 출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절반 정도가 어엿한 가장이자 직장인들이었다. 이유는 은퇴 설계가 어수룩해서, 창업 실패로 빚을 지고 쫓기는 신세가 되어서, 그리고 이런저런 사연으로 흘러 흘러서 그곳까지 오게 된 것이다. 타고난 노숙자는 없다. 준비되지 못한 은퇴는 이와 같이 쉽게 나락으로 떨어진다.
아침 출근길에 가끔 들러 기름을 넣는 주유소가 있다. 셀프 주유소인데 말끔하게 생긴 50 중후반쯤 되어 보이는 알바 직원이 항상 주유를 도와준다. 태도가 너무 살갑고 친절해서 어느 날 말을 붙여보았다. ‘월급이 한 달에 삼사백만원은 되지요’ 했더니, 대답이 의외였다. 시간당 최저 시급으로 하루 8시간 일한다고 대답한다. 쉬는 날을 감안하고 대충 계산해 보니, 한 달에 이백만원 정도 받는 셈이었다.
그전에는 뭘 하셨냐고 물었다. 중견기업 부장으로 퇴직한 후 수도권에 제법 큰 갈빗집을 하면서 돈을 꽤 벌었단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손님이 뚝 떨어져 임대료와 은행 대출, 직원 월급 등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문을 닫았다고 한다.
갈빗집을 시작하면서 회사 퇴직금, 부인의 비자금, 그리고 은행 대출로 충당한 창업 자금은 온데간데없이 다 날렸다. 그래도 이렇게 해서 생활비라도 보태니 천만다행이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씩 웃는다.
은퇴 후의 여정은 이와 같이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재취업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쩌란 말인가. 결국은 지금까지 벌어둔 돈으로 어떻게 하는지에 은퇴 후의 삶이 달려있다.
눈만 뜨면 ‘100세 시대’라는데 60에 은퇴해도 30~40년을 더 살아야 한다면 작은 일이 아니다. 돈 없으면 생지옥이고 살아도 산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길은 있다. 욕심을 내면 안 된다. 분수에 맞게 정석 플레이를 해야 한다.
은퇴 후 자금 운용의 핵심은 초기 10년간 은퇴자금을 잘 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5~6억의 은퇴자금을 모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은퇴 후 그 자산을 잘 운용하여 그 수익을 생활비에 보태고 10년 후에도 그 돈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면 남은 20~30년은 살기가 편해진다.
이 시기에 무모한 창업이나 주식 투자로 가진 돈을 다 날리거나 반토막이 되면 남은 삶은 허허벌판에 서서 찬 바람을 견뎌야 한다. 회복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기 10년이 관건이다. 이 시기에 신중하고 보수적인 은퇴자금 운용으로 재테크 실력을 늘리고 또 학습하며 매달 이삼백만원의 수익을 꾸준히 올려야 한다. 그래야 은퇴자금을 오래 잘 유지할 수 있다.
적지만 일정한 현금흐름이 중요한데 그 방법이 문제다. 첫째, 상가나 빌라를 사서 임대하면 어떨까. 임대가 잘 되면 다행인데 상가는 매우 위험한 투자 대상이 되었다. 그 수요자는 자영업자인데 그게 잘 안된다. 공실도 많고, 임대가 되어도 임대료를 제때 못 받는 경우도 많다.
은행 대출을 끼고 시작했다면 은행 이자만 꼬박 내고 적자를 볼 가능성이 크다. 빌라와 원룸도 도처에 널려 있어서 제대로 월세를 받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감정 노동자처럼 매달 맘고생만 하고 오히려 손실만 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배당 잘해주는 주식은 어떨까. 대표적인 배당주는 금융주, 통신주와 에너지주다. 배당금은 시가의 6~7%를 기대할 수 있지만 저가에 사야 한다. 주가 변동 위험을 줄이려면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 요새 젊은 층들은 배당 관련 미국 ETF를 매월 적립하듯 사는 사람도 많다.
자신의 집을 유동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수도권에 10억 이상 가는 집이 있다면 그냥 눌러사는 것보다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집은 한 채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집을 파는 것이 싫다면 월세로 주는 것도 방법이다. 위치와 크기에 따라 다르나 어림잡아 월 200만원 정도 월세 수입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수도권 변두리 작은 빌라는 2~3억이면 얻을 수 있다.
둘째로, 아예 집을 팔고 남는 돈으로 재테크를 하는 것이다. 10억짜리 집이라면 수도권 변두리에 4억 상당 집을 사고 나머지 6억은 배당주를 사는 것이다. 6억에 배당 6%이면 연 3600만원 수입이고 월 3백만원 수입이다. 그러면, 작은 집과 투자금 6억은 그대로 지킬 수 있다.
그러므로 은퇴 초기에 조심조심 보수적으로 현금 창출이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초기 10년의 은퇴자산 운용이 남은 인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의 욕심이 아니라, 긴 안목으로 판단하여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
현금이 잘 흘러야 은퇴 후가 편해지고 인생이 쉬워진다. 미리 연구하고 준비하여 은퇴 초기에 실패하지 않도록 집중하기를 바란다.
여성경제신문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bomnews@gmail.com
Copyright ⓒ 여성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