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초심’으로 돌아가는 커피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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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 2025-05-12 09:2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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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초심’으로 돌아가는 커피 제국
 

세계 최대 커피 전문 체인점 스타벅스의 브라이언 니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취임 일성으로 “스타벅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그간 기업이 핵심에서 벗어났다고 진단한 것이다. 이에 니콜 CEO는 ‘스타벅스 다시 찾기(Back to Starbucks)’ 전략으로 본격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
ⓒ스타벅스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
스타벅스는 최근 들어 매출이 역성장하는 등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 급증하는 모바일 주문으로 바리스타들의 업무가 늘어나고 대기 줄이 길어지는 등 부작용도 속출했다. 그 결과 수십 년 동안 이어온 아늑한 커피숍의 이미지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니콜 CEO는 스타벅스의 성장세가 시들해진 이유로 ‘지나친 개인화’를 지목했다. 그간 다양한 메뉴와 레시피를 부여하는 개인화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와 고품질 이미지라는 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지만, 복잡한 주문 옵션이 대기 줄을 더 길게 만들고 모바일 주문 고객이 새치기하듯 제품을 가져가며 고객의 불만이 쌓여갔다. 현재 스타벅스 주문의 30% 이상이 모바일 주문 후 매장 픽업 방식이다.


  이에 니콜 CEO는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4분’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고객 주문부터 상품이 실제 서비스되는 시간을 4분 안에 끝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2025년 말까지 음식 및 음료 메뉴를 약 3분의 1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니콜 CEO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우리는 메뉴 구성을 최적화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며, 그 결과 음료와 음식 모두 약 30%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없앴던 ‘컨디먼트바(커피에 넣는 크림 등을 배치한 공간)’는 다시 살린다. 바리스타의 업무 부담을 낮추겠다는 의지다.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니콜은 “메뉴의 잡음을 없애 더 나은 혁신을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니콜 CEO의 개혁 움직임은 창업자인 하워드 슐츠가 지향했던 ‘커피하우스 커뮤니티’라는 본질로 돌아가 브랜드를 다시 도약하게 만들 의도로 풀이된다. 슐츠 창업자는 1983년 이탈리아 밀라노 출장에서 에스프레소 바가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장소가 아닌 사회적 교류의 공간이란 점에 매료됐다. 이러한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를 미국에 가져와 스타벅스를 직장도 집도 아닌 쉼터로 만들겠다는 게 그의 비전이었다.

 

스타벅스는 최근 들어 매출이 역성장하는 등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최근 들어 매출이 역성장하는 등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타벅스

 


  슐츠는 스타벅스의 위기가 극에 달했던 지난해 5월 링크드인에 글을 올려 “고객 경험에 광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해답은 데이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매장에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이어 그는 “스타벅스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모바일 주문과 결제 플랫폼의 혁신”이라며 “대기 시간 단축, 아침 수요 충족, 더 많은 고객이 앱을 사용하게 하기 위한 노력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슐츠는 “커피 중심의 혁신으로 시장 진출 전략을 정비하고 회사의 프리미엄 위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 모든 과정에서 고객과의 거래가 아닌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스타벅스가 ‘오픈 도어’ 정책을 폐지하기로 한 것도 본질로 돌아가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스타벅스는 2018년 필라델피아의 한 매장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두 명의 흑인이 무단 침입 혐의로 체포되면서 공분을 사자 누구나 매장에서 구매 없이 머물거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1인 1음료 주문을 의무화하고, 테이블과 화장실 등 매장 시설도 사용을 제한하기로 했다. 규정에 따라 매장 시설은 스타벅스 고객과 직원만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된다. 무료로 제공하는 물 역시 주문자에게만 제공되며 바리스타는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사람에게 퇴장을 요구할 수 있다. 괴롭힘, 위협적 언어, 음주, 흡연, 구걸 등을 금지하는 표지판도 매장에 게시된다.


  이러한 개혁은 스타벅스가 ‘제3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회복하기 위한 방침이기도 하다. 제3의 공간이란 집(첫 번째 공간)과 직장(두 번째 공간) 외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이고 머무를 수 있는 편안한 장소를 의미한다. 스타벅스는 창립 초기부터 이를 강조하며 커피 판매점을 넘어 사람들이 대화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구원투수’로 기용된 브라이언 니콜 CEO는 임명 첫날부터 회사 전략을 수립할 권한을 얻어 다양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스타벅스
‘구원투수’로 기용된 브라이언 니콜 CEO는 임명 첫날부터 회사 전략을 수립할 권한을 얻어 다양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스타벅스

 

과감한 경영 혁신 성공할까?
분위기와 외관을 개선하기 위해 바리스타의 복장 규정도 변경한다. 기존에는 다양한 색상의 옷이 허용됐지만 앞으로 스타벅스 바리스타들은 단색의 검은색 상의만 착용할 수 있게 된다. 스타벅스는 성명을 통해 간소화된 복장 규정은 회사의 상징인 초록색 앞치마가 더 돋보이게 하며, 고객이 북미 어느 매장을 방문하더라도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노조는 복장 규정 변경에 대해 비판하며, 회사가 단체교섭 협정 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스민 렐리 노조 교섭 대표는 이번 복장 제한이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니콜 CEO가 직접 교섭에 참여해 바리스타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규모 구조조정도 단행해 일자리 약 1,100개를 감축하고 공석인 수백 개의 자리도 없애기로 했다. 또한 부사장급 이상 직원들에게는 주 3회 이상 시애틀이나 토론토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했다. 해고 대상에 매장 바리스타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매장 밖에서 근무하는 직원 1만6000명의 약 7%에 해당하는 규모가 해고 대상이 됐다. 이에 대해 니콜 CEO는 “우린 이것이 미래에 스타벅스 성공을 위한 필수적 변화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자는 23년간 스타벅스의 CEO를 지내며 기업을 세계 최고의 커피 체인점으로 성장시켰다. ⓒGage Skidmore/Flickr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자는 23년간 스타벅스의 CEO를 지내며 기업을 세계 최고의 커피 체인점으로 성장시켰다. ⓒGage Skidmore/Flickr


  이와 같은 움직임은 스타벅스의 계속되는 실적 부진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스타벅스는 2024 회계연도에 미국 및 글로벌 동일 매장 매출이 각각 2%와 4%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가에 계속되는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과정에서 찍힌 ‘친팔레스타인 기업’ 낙인 등의 여파도 계속됐다. 지난 1월 실적 발표 당시 니콜 CEO는 “단기적 어려움에도 상당한 강점과 명확한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의 작업 대부분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기도 했다.


  스타벅스의 ‘구원투수’로 기용된 니콜은 임명 첫날부터 회사 전략을 수립할 권한을 얻은 바 있다. 전임자인 랙스먼 내러시먼이 스타벅스의 상징인 녹색 앞치마를 입고 40시간에 달하는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창업자인 하워드 슐츠 밑에서 6개월 가까이 CEO 교육을 받은 것과 차이가 있다. 니콜 CEO가 스타벅스의 난관을 타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담겨있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위기 속 브라이언 니콜 CEO가 새로운 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Pixabay
스타벅스의 위기 속 브라이언 니콜 CEO가 새로운 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Pixabay


  니콜 CEO는 ‘CEO 사관학교’로 불리는 P&G에서 경력을 시작해 피자헛을 거쳐 타코벨 CEO를 지냈다. 이후 타코벨의 경쟁사인 치폴레 멕시칸 그릴로 자리를 옮겨 노로바이러스 감염 사태로 위기에 빠진 치폴레의 주가를 약 800% 올렸다. 이처럼 경영 혁신을 성공적으로 주도하며 요식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부상한 그를 슐츠 창업자는 현금과 주식을 포함해 총 8,500만 달러에 달하는 보수를 약속하며 영입했다. 이 같은 급여 패키지는 전임 CEO였던 내러시먼이 받았던 것에 비해 훨씬 큰 규모다. 니콜이 CEO로 부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하루 동안 스타벅스의 주가가 24.5% 뛰었고, 최고경영자를 뺏긴 치폴레 주가는 -7.5% 약세를 보였다.


  니콜 CEO는 쏟아진 기대 속에 자신의 강점을 살려 과감한 경영 혁신으로 치폴레에서의 성공 재현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치폴레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규모가 큰 스타벅스는 조직 운영도 복잡하고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공존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직원의 성장과 발전을 촉진하는 동기부여 요인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고조되고 있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둘러싼 갈등도 과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기업들에 DEI 프로그램을 철폐할 것을 장려하고 정부 기관엔 위반 기업을 식별하도록 지시했는데, 스타벅스는 관련 프로그램에 계속 집중할 것임을 재확인한 상태다. 미주리주 법무부는 스타벅스의 DEI 정책이 차별적이라며 소송을 제기하며 향후 결과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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