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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대통령실 이관이든 기획예산처 분리든 결국 예산편성 시 각계각층의 의견들이 잘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산에 대한 관료독재를 끝내야 합니다.”
기획재정부 분리 법안을 대표발의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서울 도봉구 지역 사무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예산 기능의 분리 필요성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달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기재부 내 예산 기능을 분리해 국무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를 신설하고, 기재부의 명칭을 재정경제부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17년 만에 노무현정부 시절 시스템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오 의원은 “예산 기능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예산이라는 자원을 배분하는 과정이고, 이를 수행하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지금처럼 관료에게 과도하게 맡길 문제는 아니다”라며 “정치적 합의가 필요한데, 그 전제가 예산 기능의 분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산처 등으로 별도 분리가 됐을 때 지금처럼 기재부가 꽉 쥐지 못하고, 정무적 판단도 별도로 해야 한다”며 “현재처럼 민주적 자원 배분에 대해 국회나 정치권의 합의가 반영이 되지 않고, 기재부가 다른 부처의 위에 서서 모든 걸 총괄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십조 세수결손인데, 국회 협의도 없어…의회예산주의 붕괴시켜“
오 의원은 기재부의 권한 집중의 부작용 사례로 2023·2024회계연도에서 발생한 총 87.2조원 규모의 세수결손과 이에 대한 기재부의 대응을 꼽았다. 수십조원의 세수결손임에도 국채발행이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하지 않고, 국회와 협의도 없이 임의사업을 불용한 것은 기재부가 예산과 관련해 국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그는 “대한민국 역사에 기록될 정도의 역대급 세수결손이 발생했는데, 그 대응 과정에서 기재부는 의회예산주의를 붕괴시켰다”며 “이 같은 관료 독재는 결국 기재부라는 한 부처 내에 예산기능과 국고기능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결국 패권성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오 의원은 “대한민국이 관료독재 국가가 아닌 민주주의 사회이기에 선출된 권력이 정책을 추진하고 선거에서 유권자에게 그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된다”며 “하지만 기재부 관료들은 막강한 권한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지지 않고, 똑같은 그룹 내에서 자리를 이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재부가 예산을 무기로 다른 정부부처와 지방정부의 세부사업까지 관여하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와 관련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세수 결손과 관련해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국정감사 보고서에 넣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로 보고서는 여전히 채택되지 않은 상태다.
◇“추후 개헌 통해 국회의 예산통제권 더 강화해야”
현재 민주당 내에선 오 의원 발의안처럼 예산 기능을 예산처로 독립시키는 방안과 함께 대통령실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대통령실로 이관될 경우 사실상 대통령이 마음대로 예산을 주무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오 의원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말장난”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예산은 결국 관료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총리실 산하 예산처에 있던 대통령실에 있든 모두 대통령 산하가 된다”며 “대통령실로 가면 제왕적 대통령이 되는 거고, 예산처로 가면 아니라는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산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더 강화하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헌법 개정 시에 국회의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미국처럼 예산 증액까지 가능하다면 통제권이 강화될 것이다. 또 국회예산정책처가 예산안 초안을 만들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며 “감사원이 국회 산하로 이관해 정부 예산에 대한 감사 기능을 강화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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