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위축됐던 여행 심리 회복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반등을 기대해 온 여행업계의 실적은 기대치를 밑돈 곳으로 나타났다.
개별 여행 트렌드 확산과 항공, 숙박권 저가 경쟁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주 수익창출원인 패키지 상품 매출이 하락한 탓이다. 문제는 패키지 상품 수요 감소라는 근원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하반기 역시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11일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발표한 ‘3월 국민 해외관광객’ 조사 결과 220만명가량의 내국인이 출국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기준 시기를 1분기 전체로 넓히면 약 780만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상승한 수치다.
이처럼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을 찾는 관광객의 출국 빈도가 증가했지만 여행사 실적과 패키지 수익은 오히려 악화됐다.
특히 업계에서 선두 경쟁을 이어가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역성장세를 보이며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투어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영업이익 1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22% 하락했다. 매출액은 1684억원을 기록해 8.14%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투어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증권가에서 예측한 모두투어의 1분기 매출액은 620억원, 영업이익은 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8%, 12.2%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양사의 해외 패키지 송출객 수 역시 두 자릿수 이상 감소했다.
하나투어 3월 해외 패키지 송출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2% 하락한 14만8305명이다. 모두투어는 7만2145명을 기록해 같은 기간 23.5% 감소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1분기 불황에 대해 항공사고, 정치적 이슈 등으로 여행 수요가 감소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반면 1분기 출입국자 수는 증가하면서 업황이 좋지 못한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소비자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해외여행 트렌드 조사 응답자 중 57%가 해외여행 방식으로 개별여행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패키지 여행 선호도는 27%로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패키지 상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여행사들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단순한 침체기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성수기 마저도 실망스러운 실적이 이어진다면 업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이어지면서 여행사들은 상품 다변화와 플랫폼 개발 등을 통해 2분기에는 반등을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패키지 여행의 경우 많은 인원과 동반해 정해진 계획 내에서 이동하는 특성으로 젊은 세대 수요가 낮은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4~8명의 소규모 인원을 모집하거나 같은 연령별 고객을 모집하는 방식의 세미 패키지가 주목받고 있다. 풀 패키지 상품을 중년층 이상의 세대가 선호한다면 세미 패키지는 젊은 층 니즈에 적합하다는 평이다.
주요 여행사들은 동일 여행지에 풀 패키지와 세미 패키지 등으로 상품을 분류해 다양한 구성으로 연령별 취향 공략에 나섰다. 일정 중 일부를 자유 일정으로 배정하거나 항공권과 숙박권만 마련하는 등의 세미 패키지 상품이 20·30 세대 특성에 부합한다는 분석이다.
플랫폼 변화도 이뤄지고 있다. 하나투어는 최근 인공지능(AI) 대행 서비스 ‘하이(H-AI)’를 출시하며 여행 준비와 명소 등 고객의 질문에 챗봇이 답변을 제공하면서 자사 상품도 함께 추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하나투어를 시작으로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이 상품 분석과 자동화 시스템 위주로 동일 서비스 도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초기 단계인만큼 효과는 미미하지만 지속적인 개발과 관리만 있다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여러 이슈들과 급변하는 트렌드로 전체적인 시장이 부진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 더욱 심도깊은 논의로 마케팅 측면에 변화가 실행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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