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봉연 기자]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 교체를 놓고 전 당원을 상대로 벌인 승부수는 결국 당심(黨心)의 반대로 막을 내렸다. ‘당원 직선’으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는 낙마 위기 끝에 후보 자격을 되찾았고, 단일화를 명분 삼아 링에 올랐던 한덕수 후보는 출마 8일 만에 퇴장했다. 김 후보는 11일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하며, 한 후보는 “당원 뜻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김문수, 끝내 살아났다…“반(反)이재명 전선 다시 짠다”
국민의힘은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 당원을 대상으로 김문수 후보를 한덕수 후보로 교체하는 데 대한 찬반을 묻는 ARS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회의 끝에 반대 의견이 근소하게 많았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교체안은 부결됐다.
이로써 김 후보는 당 대선 후보 자격을 회복하고, 11일 공식 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다. 김 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이제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며 “즉시 선대위를 출범시키고 빅텐트를 세워 반(反)이재명 전선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후보는 보수 진영에서 탄핵 반대 입장을 꾸준히 유지하며 지지층 결집에 성공한 인물이다. 지난달 경선에선 득표율 61.25%를 기록하며 한동훈 후보를 크게 따돌렸다. 하지만 지도부가 대선 후보 등록 이전 단일화를 압박하며 한덕수 후보를 내세우자 강하게 반발했고, 일시적으로 후보 자격까지 박탈당하며 백척간두에 섰다.
서울남부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기각되며 불리한 국면에 몰렸던 김 후보는, 전 당원 투표에서 반대 다수가 나오며 다시 구제됐다. 특히 한동훈, 홍준표, 안철수, 나경원 등 당내 주요 인사들이 지도부를 비판하며 김 후보를 엄호한 것이 주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한덕수, 출마 8일 만에 퇴장…“당원 뜻 수용”
반면 한덕수 예비후보는 당의 전략적 단일화 후보로 등장했지만, 끝내 당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 출마 선언 후 8일 만에 정치적 퇴장을 맞은 셈이다. 한 후보는 후보 교체안 부결 직후 “국민과 당원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김문수 후보와 당이 승리하길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 후보는 지난 2일 출마를 선언하며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었으나, '용병', '꽃가마', '부전승' 등의 논란에 시달렸다. 김 후보의 자격 박탈 이후에야 입당해 ‘무임승차’ 논란이 일었고, 단일화를 지도부에 일임하는 소극적 행보로 당내 비판을 자초했다.
특히 지도부가 강행한 심야 후보 교체와 관련해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들이 일제히 반발하며 당내 여론이 흔들렸고, 중도 외연 확장의 기대감도 급격히 식었다.
한 후보는 투표 직전 “국민의 선택에 비하면 당내 반발은 사소한 일”이라고 말했으나, 이 같은 태도는 오히려 당심과 멀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김문수 후보 지원 여부는 미지수이며, 정치적 거취를 둘러싼 고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영세 비대위원장 사퇴…혼란 수습엔 시간 걸릴 듯
한덕수 후보를 중심으로 한 교체안을 밀어붙였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충정에서 비롯된 결정이었지만 당원의 뜻을 얻지 못했다”며 “심려를 끼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당초 교체안이 통과될 경우 11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한 후보를 공식 후보로 지명할 예정이었지만, 부결되며 절차는 모두 백지화됐다. 공식 선거운동이 임박한 시점에서 벌어진 내홍은 당의 전략 구상과 외연 확장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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