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이나 논두렁을 걷다 보면 마디마디로 끊어지는 독특한 줄기를 가진 식물을 볼 수 있다. 투박한 외형과 갈색 줄기 끝의 독특한 구조 때문에 주의를 끌지는 않지만, 이 식물은 무려 3억 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했던 속새류의 후손 바로 '쇠뜨기'다. 오랜 시간 지구에 적응하며 살아온 쇠뜨기는 지금도 야생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한때는 민간 약재로, 또 봄철 나물로도 사용됐다.
쇠뜨기는 속새과에 속하는 다년생 양치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쇠뜨기를 포함해 개쇠뜨기, 물쇠뜨기, 솔쇠뜨기(능수쇠뜨기), 좀속새, 물속대, 속새, 개속새까지 8종이 자라고 있다. 전국의 산과 들, 밭둑, 시냇가 등 양지바르고 습한 곳이면 어디서나 자란다. 겉보기에는 잡초 같지만, 땅속에서는 옆으로 길게 퍼지는 뿌리줄기를 통해 번식하고, 봄이면 줄기 끝에 독특한 포자낭을 만들어 포자로 번식한다.
씨앗 대신 포자… 장난기·장정기 거쳐 완전한 식물로 성장
쇠뜨기는 종자식물이 아니다. 꽃도, 열매도 없고 씨앗도 맺지 않는다. 대신 포자를 만들어 번식하는 대표적인 양치식물이다. 이른 봄이면 땅속에서 생식줄기가 먼저 솟는다. 갈색 빛을 띠며 끝에는 긴 타원형의 포자낭이삭이 달린다. 이 구조물은 겉에서 보면 육각형 포자엽이 거북등처럼 붙어 있는 형태고, 그 안쪽에는 7개 안팎의 포자낭이 달려 있다.
포자 하나하나에는 탄사라는 가느다란 구조가 4개씩 달려 있어 습도 변화에 따라 팽팽해지거나 수축한다. 이 움직임으로 포자가 퍼지며,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간다. 땅에 떨어진 포자는 조건이 맞으면 발아해 장난기, 장정기라는 중간 단계를 거쳐 완전한 개체로 성장한다. 장난기에는 암성 생식기관을, 장정기에는 수성 생식기관을 만들며, 이 둘이 만나야만 새로운 쇠뜨기가 자랄 수 있다.
생식줄기는 포자를 날리고 얼마 안 가 시들고, 그 자리를 대신해 녹색의 영양줄기가 자라난다. 줄기는 30~40cm까지 자라고 속은 비어 있다. 외부에는 뚜렷한 세로 능선이 있고, 마디마다 빙 둘러 작은 가지가 퍼진다. 이 구조 덕분에 ‘쇠뜨기’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쉽게 끊어지는 마디와 마디가 철사를 자르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의미다.
화석으로 확인된 기원, 민간에 전해진 활용법
쇠뜨기의 조상은 고생대 석탄기에서 중생대 쥐라기까지 지구를 덮고 있던 속새류 식물이다. 당시의 대표적 종은 칼라미테스와 스페노필름이었다. 칼라미테스는 키가 15m에 이르고 줄기 둘레는 30cm에 달했다.
고목처럼 우뚝 솟아 습지와 연못 주변에 자랐다고 전해진다. 충남 보령 지역 지층에서는 중생대 트라이아스기부터 쥐라기에 걸쳐 번성한 네오칼라미테스 화석이 다수 발견된다. 이를 통해 이 지역은 당시 커다란 호수가 형성된 습지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쇠뜨기는 오랜 진화의 산물이지만, 사람들 생활에서도 쓰임이 있었다. 민간에서는 줄기를 삶아 나물로 먹고, 말려서 약재로 썼다. 성질이 서늘하고 이뇨 작용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어 몸에 열이 많거나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 사용했다.
코피나 토혈, 월경과다 같은 증상에도 지혈제로 썼고, 피부에는 여드름이나 습진에 효과가 있다고 여겨졌다. 규산이 풍부해 피부 정화에 좋다고 알려져 세정제로도 활용됐다. 줄기 겉면이 단단하고 미세한 실리카 성분이 있어 예전에는 수세미 대신 솥이나 그릇을 닦는 데 쓰기도 했다. 단, 체질에 따라 사용을 피해야 할 경우도 있다. 쇠뜨기는 찬 기운을 가진 식물이기 때문에 평소 몸이 찬 사람, 맥이 약하거나 소화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다.
쇠뜨기 먹는 법, 손질부터 양념까지
쇠뜨기를 요리에 사용하려면 손질부터 신경 써야 한다. 먼저 줄기 외피를 감싸고 있는 검은색 껍질을 벗긴다. 손톱으로 살짝 눌러주면 쉽게 떨어진다. 포자낭이 달려 있다면 제거한다. 깨끗이 씻은 쇠뜨기는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1분 정도 데친다. 이 과정을 통해 조직을 부드럽게 하고 색도 유지된다. 데친 쇠뜨기는 찬물에 약 1시간 담가 아린맛을 제거하고, 마지막으로 물기를 꼭 짜서 준비한다.
한 번 손질한 쇠뜨기는 냉장 보관하면 3일 정도, 냉동 보관하면 2주까지도 유지된다. 요리에 바로 쓸 수 있도록 데친 뒤 소분해두면 국, 찌개, 전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나물로만 쓰는 게 아니라 찹쌀가루와 섞어 전을 부치면 쫀득한 식감과 쌉쌀한 풍미가 살아나는 별미가 된다.
쇠뜨기 조림은 준비한 쇠뜨기 200g에 간장 50ml, 설탕 2큰술, 미림 25ml, 물 100ml를 넣고 만드는 방식이다. 냄비에 양념 재료를 먼저 넣고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쇠뜨기를 넣는다. 센 불에서 졸이듯 익히면 양념이 배어든다. 약한 불에서 오래 끓이면 조직이 물러지므로 조림은 강불에서 짧게 조리하는 게 좋다. 기호에 따라 맛술이나 청주를 넣으면 비린맛을 줄일 수 있다. 완성된 조림은 밥반찬이나 도시락 반찬으로 활용하기 좋다.
쇠뜨기 볶음은 쇠뜨기 80g에 들기름 3큰술, 소금 약간을 넣고 중불에서 2~3분 볶는다. 오래 볶으면 질겨지기 때문에 센 불보다 중불에서 빠르게 볶는 것이 식감을 살리는 방법이다. 들기름 대신 참기름을 사용해도 되지만, 들기름이 향이 더 진해 쇠뜨기 특유의 향과 잘 어울린다.
쇠뜨기 무침은 식초 1큰술, 설탕 1큰술, 소금 약간, 들깨가루 1큰술을 섞어 양념을 만든 뒤 손질한 쇠뜨기를 버무린다. 무칠 때는 손보다는 숟가락을 사용하면 들깨가루가 뭉치지 않고 골고루 퍼진다. 무침은 찬 기운을 살려야 맛이 나기 때문에 데친 뒤 충분히 식힌 쇠뜨기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호에 따라 고춧가루를 약간 넣거나 간장을 가미해 짠맛을 조절할 수 있다.
쇠뜨기 튀김은 손질한 쇠뜨기 10~15줄기에 밀가루 3큰술, 찬물 5큰술, 감자전분 1큰술을 섞은 튀김옷을 입혀 만드는 방식이다. 튀김옷은 되직하지 않게 반죽해 쇠뜨기의 질감과 형태를 살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튀김옷을 만든 뒤 쇠뜨기에 얇게 묻혀 170도 기름에서 튀긴다. 한 번에 많이 넣지 말고 간격을 두고 튀겨야 바삭한 식감이 유지된다. 쇠뜨기는 수분이 많지 않아 다른 산나물보다 튀김 시 기름 튐이 적고, 조리 시간이 짧은 편이다.
튀긴 뒤에는 키친타월 위에 올려 기름을 빼고, 곁들임 소금은 가는 소금이나 소금+레몬즙을 함께 준비하면 좋다. 완성된 튀김은 술안주, 간식, 또는 밥 반찬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튀김 특성상 바삭한 식감이 생명이므로 조리 후 바로 먹는 게 가장 좋다.
쇠뜨기는 흔한 들풀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시간과 쓰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화석으로 남은 식물의 후손이 오늘 식탁 위에 올라오고, 역사 속 민간 지식과도 맞닿아 있다. 잎도 없고 꽃도 피우지 않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번식하며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입맛 없는 봄, 땅에서 솟아오른 쇠뜨기 한 줌이 오래된 생명의 무게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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