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방은주 기자] 국민의힘은 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절차에 돌입하면서 대선 후보 확정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 국면에 처했다.
10일 김 후보와 한 예비후보는 단일화 논의를 위한 재협상을 시도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 대표단인 조정훈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등은 오후 6시 50분께부터 국회 본청에서 만났으나 1시간여만에 결렬됐다. 김재원 비서실장,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등도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우리가 여기 온 것은 중진 의원들이 여러 중재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한 후보측이 '단일화에 필요한 절차와 방식을 모두 당에 일임하겠다'는 당초 입장과 달리 역선택 방지 조항을 계속 걸고 넘어져서 합의가 어려웠다"고 했다.
또한 "중진들이 ’100% 일반 여론조사’를 반씩 양보해, 역선택 방지조항이 없는 여론조사와 방지조항이 있는 여론조사를 반반씩 하는 절충안을 제시해왔다"면서 "한 후보 측은 역선택 방지조항이 들어간 것은 1%도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 여기서 결정하려고 했지만 끝내 결렬됐다"고 했다.
이어 "(한 후보 측과)다시 만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한 예비후보 측 윤기찬 정책대변인은 "우리는 '전 당원 투표'를 김 후보 측에 합리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이번 협상에서 답을 듣지 못했다"며 "한 후보가 국민의힘 당원으로 입당했기 때문에 전 당원의 의사를 묻는게 합당한 절차"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당에서 공식 후보자 추천 과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김 후보 측과 다시 만날 용의가 있으며 김 후보 측이 저희의 제안을 명확히 거절했다고 해석하지않는다"며 "내일 오후 6시가 후보등록 마감인만큼 협상을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앞서 9일 오후 8시 30분부터 김 후보와 한 예비후보 측은 단일화 추진을 위한 실무 협상을 진행했지만 단일화 여론조사의 '역선택 방지 조항' 등에 대해 이견을 보이면서 23분만에 중단됐다.
비슷한 시각인 오후 8시께 국민의힘 당 지도부는 의원총회를 소집해 '대선 후보 재선출 결정 권한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위임'하는 안건을 찬반 표결에 부쳤다. 참석한 64명 의원 중 찬성 60명, 반대 2명, 기권 2명으로 통과됐다.
김 후보와 한 예비후보 측 협상이 종료된 지 1시간 30여분 후인 오후 10시 30분 양측은 다시 테이블 앞에 마주 앉았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약 40분 만에 종료됐다.
이후 국민의힘은 10일 새벽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동시에 열어 '대통령 선출 절차 심의 요구' 및 '김 후보 선출 취소', '한 후보 입당 및 후보 등록' 안건을 의결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관위원장은 이날 새벽 2시 30분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한다는 공지와 후보자 등록 신청을 공고하고 오전 3시부터 4시까지 1시간 동안 후보 신청 등록을 받았다.
한 예비후보는 후보자등록신청서, 자기소개서, 세금 납부 및 체납증명에 관한 현황서 등 32건에 이르는 서류를 제출해 후보 등록을 신청했다.
이어 당 홈페이지를 통해 "당헌 74조 2항 및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 제29조 등에 따라 한 후보가 당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고 공고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의 자격을 취소하고 새롭게 후보를 세우기로 결정한데 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80%가 넘는 우리 당원이 후보 등록일(10∼11일) 이전에 단일화를 요구했다"며 "이재명 독재를 저지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로 단일화해 '기호 2번' 국민의힘 후보로 세워야 한다는 게 당원의 명령이었다"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결과적으로) 합의에 의한 단일화가 실패했다"며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후보등록 공고 절차 논란 등 단일화 과정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대해 "경선에서 1등을 한 후보(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를 위한 절차이기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대선 후보 경선을 다시 진행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김-한 후보가 합의를 못했기 때문에 그 단일화 과정을 위한 당의 비상조치로 이해해달라. 모든 다른 제3후보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고 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한 예비후보로 교체가 확정되는 것은 이날 오후 9시까지 진행된 전 당원 투표와 11일 전국위 의결 결과에 달렸음을 밝히면서 전 당원 투표에서 후보 변경에 찬성하는 응답이 절반을 넘지 못할 경우 부결되고 당 후보는 김 후보로 다시 돌아간다고 신 수석대변인은 설명했다.
김 후보는 이날 "비대위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저 김문수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며 '국민의힘 후보 선출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을 서울남부지법에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권성수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5시 김문수 후보가 당을 상대로 낸 대통령 후보자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을 열었다.
김 후보 측은 "당이 새벽 2시에 후보 선출을 취소하고 3∼4시 후보 등록을 받았다. 김 후보는 그 시간에 알지도 못했다"며 "이런 식으로 후보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최소한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킬 의지도 없는 폭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심문에 직접 나온 김 후보는 법정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정당은 기본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돼야 하는데, 당이 새벽에 후보자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 선출을 취소하고 다른 후보자를 뽑았다"며 "전 세계 정당 역사에서 이렇게 비민주적으로 하는 곳이 어디 있나"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 측 대리인은 "새벽에 공고가 된 것은 전날 단일화 협상이 12시 조금 넘어 끝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늦어진 것"이라며 "물리적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현재 법률적으로는 최종 후보자가 정해지지 않은 것이지, 김 후보자의 대선 후보 지위가 박탈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심문에서 재판부는 "기본적으로 단일화는 정당 내부 활동인 만큼 가급적 정당 내에서 해결하고, 사법 심판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며 "정당의 자율성을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 것인지 고민이 많다"고 부연하면서 양측에 이날 오후 8시까지 추가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했다.
한 예비후보는 이날 오후 3시 30분 처음으로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예비후보는 "단일화는 국민의 명령이다. 제가 다 끌어안고 대선 승리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겠다"며 "저는 대선 출마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이제껏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당은 앞으로도 당을 위해 고생해온 분들이 맡으셔야 한다. 저는 개헌과 경제에 집중할 생각"이라며 "오로지 우리가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출마했다"고 했다.
한 예비후보는 "단일화는 국민의 명령이고, 지금 벌어진 일에 대해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 이런 뉴스를 국민들이 다시 보시는 일 없게 제가 더 노력하겠다. 모두 끌어안고 매 순간 승리에만 집중하겠다"며 "김문수 후보님과 지지자분들, 그리고 다른 여러 후보자님들도 마음고생 많으시겠지만 승리를 향한 충정은 같다고 생각한다. 끌어안고, 모시고 받들겠다"고 했다.
또한 "우리의 지상과제는 대선 승리이고, 저는 그걸 위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제 힘과 지혜를 다 쏟아붓겠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김덕수’ ‘홍덕수’ ‘안덕수’ ‘나덕수’ 그 어떤 것이라도 하겠다"면서 "저는 짧게 스쳐가는 디딤돌 역할이고, 국민과 경제를 꽃가마를 태우는 역할에 집중하고 싶다. 제가 50년간 섬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한 예비후보는 오후 4시께 한 후보 캠프 사무실을 방문한 나경원·장동혁 등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났다.
한 예비후보를 찾은 이들 의원들은 "당이 극도로 분열될 위기다. 여론조사 등의 방법으로 합의에 의한 단일화를 해낼 방법을 다시 모색해보자"며 단일화 협상 재추진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대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강제 후보 교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동훈 전 대표는 "국민의힘 친윤들이 새벽 3시에 친윤이 미는 1명을 당으로 데려와 날치기로 단독 입후보시켰다"며 "직전에 기습 공고해 다른 사람 입후보를 물리적으로도 막았다.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고 했다.
또한 "저는 당을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하겠다. 지금 친윤들은 보수를 망치고 이재명에게 정권을 헌납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지금 친윤들이 제멋대로 김문수 후보를 끌어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반대한다. 김문수 후보가 적법한 우리 당의 후보다. 제가 믿는 민주주의는 그런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한×이 한밤중 계엄으로 자폭 하더니 두×이 한밤중 후보 약탈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하는구나. 이 세×들 미쳐도 좀 곱게 미쳐라. 이로서 한국 보수 레밍정당은 소멸되어 없어지고 이준석만 홀로 남는구나"라며 "늘 조롱거리로만 여겨졌던 국민의짐이란 말이 그야 말로 국민의 짐이 되어 버렸구나. 내 이리 될줄 알고 미리 탈출 했다"고 썼다.
안철수 의원은 "후보 단일화가 아니라 후보 교체 정치 공작극과 다름이 없다. 대선 패배주의에 따른 당권 장악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21세기 대명천지에 비상계엄과 대선 후보 교체 쿠데타로 당을 폭망시켜서는 안 된다. 당 지도부는 후보교체 쿠데타 막장극을 즉각 멈추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나경원 의원은 "참담하다. 그리고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이것은 내가 알고 사랑하는 우리 국민의힘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비정상적 교체후보를 국민의힘 후보로 선관위에 등록해서는 절대 안된다. 후보 자격 시비에 휘말려 후보조차 내지 못할 최악의 상황을 자초하는 것으로 정당의 존재의미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며 단식을 이어가던 김무성 상임고문은 "이런 절차로 후보를 교체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라는 생각"이라며 "동의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이날 서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예비후보가 후보 등록 기간에 입당해 후보로 등록하는 것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에 대해 "선관위에 (위반 여부를) 확인했다. 정당의 당원 아닌 자가 후보자 등록 기간 중 정당에 입당해 정당 추천 후보자로 등록하는 것은 무방하다"면서 "당적을 변경할 때에는 문제가 되지만, 새로 당적을 취득하는 거라서 이런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는 사실관계를 알려 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대선 후보 등록 첫날인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준석 개혁신당, 권영국 민주노동당, 구주와 자유통일당, 송진호 무소속, 황교안 무소속 후보 등이 후보자 등록 서류를 제출했으나 국민의힘은 후보 등록을 하지 못했다.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은 이날 당원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양대 정당의 극단 정치로 미쳐 돌아가는 광란의 시대에 제가 선거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통감했다"며 "고심 끝에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사람의 선거를 돕지도 않겠다"면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한민국은 위험한 기로에 섰다. 권력자에게 유죄를 판결하면 대법원장도 가만두지 않고 정치권이 협박하면 사법부는 굴복한다. 범죄 피고인이 대선에 출마하면 재판은 연기되고 대통령에 당선되면 유죄 판결이 임기 내내 정지되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은 법치주의 파괴를 선택했고, 그 결과로 우리는 괴물 국가의 예고편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교체 절차 진행과 관련 "김 후보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며 "이쯤 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를 밀어주기로 밀약이라도 한 것이 아닌지 궁금해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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